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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돌보다 강한 콘크리트 아파트, 40년 만에 다시 짓는 이유는?


 예상 1.  콘크리트는 의외로 약하다?

인류는 콘크리트가 개발되기 전까지 수천 년 동안 돌을 쌓아 건물을 지었다. 그 중에서도 건축에 많이 사용하는 화강암은 풍화작용을 겪고도 끄떡없을 만큼 내구성이 강하고, 마그마가 냉각되면서 형성돼 구조가 균일하다. 화강암보다 물러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기가 쉬운 사암이나 석회암도 건물을 지을 때 자주 사용하는 재료다.

돌로 건물을 지을 때에는 대개 돌을 원하는 모양으로 동일하게 자른 다음, 겹겹이 쌓는다. 하지만 석재는 강도(단위면적당 버틸 수 있는 하중)는 150MPa(메가파스칼, 150MPa은 성인 손바닥만 한 너비에 중형차 100대를 올려놔도 버틸 만큼 큰 압력) 정도로 크지만 가공하기가 힘들고, 밀도가 크고 내화성이 약하다. 그 대신 결이나 빛깔이 아름답기 때문에 주로 바닥재나 외장재로 사용한다.

건물이 튼튼하려면 재료의 강도뿐만 아니라 강성(단위변형을 일으키는 하중의 크기)이 훌륭해야 한다. 즉, 지진이나 폭풍 등 외부로부터 강한 힘을 받았을 때 이를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충분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돌로 지은 건물은 강도는 튼튼하지만 횡력(바람이나 지진하중)에 대해 강성이 약하다. 하지만 강풍이 불거나 지진이 일어날 때 돌과 돌 사이의 마찰력에 의해 에너지를 분산시켜 이런 약점을 보완한다. 즉, 석조 건물은 수직하중에 대해서는 재료강도로, 횡력에 대해서는 변형과 마찰력으로 저항할 수 있다.

최근의 콘크리트 건물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로 지었다. 안에 철근을 심고 주위를 콘크리트로 감쌌다.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은 재료의 기계적인 성질과 화학적 성질을 상호 보완한 좋은 재료다. 콘크리트는 압축력에 강하지만 인장력에 약한 반면, 철근은 인장에 강하기 때문이다. 또 철근이 산성에 닿으면 부식되는데, 염기성을 띠는 콘크리트로 감싸 이를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철근콘크리트 건물에도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콘크리트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만나 염기성을 잃고 점점 중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철근이 부식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콘크리트가 중성화되는 속도는 느리다. 10년마다 두께 1cm씩 중성화된다. 바닷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가에 지어진 건물이 산속에 지어진 것 보다 훨씬 빨리 중성화된다. 부식이 느릴 경우에는 1cm를 중성화시키는 데 20~30년의 세월이 들기도 한다. 보통 건물은 기둥 철근 기준으로 콘크리트 피복두께가 4~5cm 정도다. 그래서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은 최소 약 50년이며, 건물을 관리한 상태에 따라 100년도 거뜬하다.

 예상 2.  철근콘크리트가 다양하지 않아서다?

최초로 콘크리트가 탄생한 시기는 화산회와 석회석을 이용해 건물을 지은 기원전 로마시대다. 이후 19세기에 포틀랜드시멘트가 발견되면서 1867년쯤에는 철망으로 보강된 콘크리트가 탄생했다. 그러니까 철근콘크리트를 개발한 것은 약 150년쯤 된 셈이다.

1930년대에 지은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나 크라이슬러빌딩 같은 초기 초고층건물을 짓기 위해 주로 철골을 이용했다. 하지만 2000년대 전후로 과거(철근 300MPa, 콘크리트 21MPa)보다 훨씬 강도가 큰 초고강도 철근(600~800MPa)과 초 고강도 콘크리트(100~150MPa)가 개발됐다. 최근에 완공한,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도 석재에 맞먹는 150MPa의 초고강도 콘크리트로 지었다.

건물을 안전하게 짓는 구조설계법도 발전했다.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기 시작한 초기에는 재료를 외부 힘이 주어지면 변형됐다가 힘이 없어지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졌다고만 가정했고(탄성), 모든 것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계산해야 했다.

지금은 재료가 가진 특성에 대해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왔고,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구조설계를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재료의 특성도 훨씬 잘 알게 됐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재료가 외부 힘에 의해 변형됐다가 힘을 제거하더라도 원래 형태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소성까지 고려한 ‘극한강도설계법’으로 설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지은 초고층건물은 전보다 훨씬 높으면서도 부재의 크기는 작아졌다. 경제성과 시공성, 사용성 등을 고려해보면 건설 구조재료 중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최근 짓는 건축물의 약 90%는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게 될까. 전문가들은 기존보다 업그레이드 된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철근콘크리트가 아직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건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만이 중요했지만 이제 전문가들은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방법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부산물과 폐기물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전자파와 오존처럼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물질을 차단하는 친환경 콘크리트도 개발되고 있다. 다양한 색깔을 띠거나 반투명해 빛을 투과시키고, 광섬유나 섬유를 혼합해 원하는 모양대로 구부릴 수 있는 콘크리트도 탄생했다. 앞으로의 도시는 우중충한 회색빛을 벗어나 훨씬 아름다운 경관을 갖게 될 전망이다.


 예상 3.  우리나라만의 실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국내에서는 지은 지 20~30년 밖에 되지 않은 콘크리트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걸까. 관련 전문가는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더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1970년대에는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파트를 지었지만, 최근에는 아파트를 지을 때 얼마나 쾌적한 공간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아파트를 튼튼하게 짓는 것에만 집중했지, 실내 동선의 효율성이나 층간소음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짓는 아파트는 외관도 네모반듯한 대신 다양한 모양으로 짓는다. 미관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동선을 짧게 만들어 효율을 높였다. 또 최근에는 윗집과 아랫집 사이의 층간소음, 그리고 옆집과의 세대간 소음을 최소화하도록 건물을 짓는다. 1990년 후반에는 세대당 자가용수가 약 0.5~0.6대였지만 최근 1~1.2대로 늘어난 실정에 맞게, 지하주차장을 지어 주차난을 해소하고 지상을 공원으로 만들어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훨씬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자하는 소망이 재건축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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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도움

    한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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