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는 분주했다. 온 세계가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주목하고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날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6.25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발굴과 송환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양국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만나자 막힌 것처럼 보이던 많은 길이 열렸다. 수십 년에 걸쳐 유지되던 미국의 대북 정책은 완전히 바뀌었다. ‘불량국가’였던 북한이 미국과 한 테이블에 앉아 외교 상대로서의 대우를 받는 ‘정상국가’가 됐다. 보이지 않던 길들도 새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한반도가 분단된 이래 두 적성 국가 정상의 만남 자체가 상징성을 가진다. 정상(summit)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면 새로운 길과 가능성이 열린다. 전 세계의 관심도 쏠린다. ‘서밋’의 효과다.
서밋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처음 사용했다. 동서냉전 초창기 옛 소련 고위층과의 회담 제안에서 유래됐다. 정상들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물러설 곳이 없는 맨 꼭대기에서의 만남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새 길이 나타난다.
과학계에도 이런 ‘서밋’의 역할을 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올해 3월 14일 76세로 타계한 영국의 스티븐 호킹박사는 대표적 인물이다(그의 유해는 6월 15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뉴턴의 묘 앞에 안치됐다). 호킹 박사의 블랙홀과 빅뱅 이론은 우주론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호킹 박사는 장애가 생긴 이후 책과 강연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물리학으로 쏠리게 하기 위해 애썼다. ‘과학동아’가 2015년부터 매년 여름 개최하는 과학 대중강연 행사인 ‘사이언스 바캉스’는 과학의 서밋이다.
올해는 아주 작은 양자부터 무한한 우주까지 5개 분야에서 5명이 참석한다. 김상욱 경희대 교수(양자역학), 김재인 서울대 박사(인공지능), 김홍표 아주대 교수(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정재승 KAIST 교수(뇌공학),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우주 날씨)이 서밋을 이끌어갈 주인공들이다.
뇌와 양자, 유전자와 AI, 우주 속에서 보이지 않던 새 길이 나타날 수 있다. 7월 21일, 독자 여러분을 그 서밋에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