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출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후 전 세계가 아이폰이 몰고 올 기술의 혁신에 대해 떠들었고,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전설로 남았다. 그런데 정작 ‘IT 강국’이라던 한국에서는 2년이나 지나서야 아이폰이 출시됐다.
‘아이폰 출시가 2년이나 느리다니. 앞선 곳으로 가고 싶다.’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당시 나는 한국에 아이폰이 늦게 출시된 게 정말 큰 불만이었고, 이때 처음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당시 나는 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틀에 박힌 공부에 조금 지쳐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 교육 시스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후 나는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민족사관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 당일, 아버지는 해외 유학을 지원하는 국제반 소개를 듣고, 먼저 내게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당연히 ‘좋다’고 대답했고, 그렇게 국제반에 들어가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 입시는 한국 입시와는 준비 과정이 달랐다. 학교 성적(GPA) 외에 SAT와 AP(Advanced Placement) 시험, 교외 활동, 그리고 자기소개서(Essay)를 준비해야 했다.
SAT 시험은 미국의 수능에 해당한다. 과목은 읽기와 문법과 작문을 포함한 쓰기, 그리고 수학이다. 이공계 지원자라면 수학은 만점을 받아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또 SAT 시험은 연간 수차례 응시할 수 있지만, 점수가 모두 기록으로 남아 한 번 볼 때 잘 봐야 한다. AP 시험은 대학 학부 과정에 대한 시험이다. 민사고는 다양한 AP 수업이 있어 나는 학교에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다.
사실 SAT와 AP 시험은 과목과 공부 방식이 한국 입시와 다를 뿐 결국 답을 써내는 시험이다. 오히려 오랜 시간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은 교외 활동(Extracurricular Activity)이었다. 이는 대학 당락을 가를 만큼 굉장히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 관심 분야에 주도적으로 매진했고, 유의미한 성과까지 냈다는 것을 보여야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미국 대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선호해서 학과 외의 활동도 많이 해야 했다.
물리를 좋아했던 나는 물리 동아리 ‘혜움나래’에 들어갔다. ‘쇠공 두 개가 부딪칠 때 나는 소리’ ‘풍선에서 공기가 빠질 때 풍선 표면의 온도 변화’ ‘쇠 철사를 가열해 회로 만들기’ 등을 연구하며 2014년 ‘한국청소년물리토너먼트(KYPT)’에 참가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으나 아쉽게도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전문기관에서 내 첫 번째 주제를 다시 연구해보기로 했다. 나는 직접 우리나라의 소리와 진동을 다루는 연구실 15곳에 e메일을 보냈다.
결국 절실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한 군데서 연락이 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능시스템 설계 연구실(ISD Lab)이었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내내 GIST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지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발표할 기회까지 얻었다.
이외에도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의 온·오프라인 수업을 들으며 직접 발명품 특허를 출원해보고, 집수리 봉사 활동도 꾸준히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또 2012~2013년에는 강원도민생활체전에 수영과 수구 종목 선수로 출전했는가 하면, 사물놀이 동아리원으로 학교 행사마다 공연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 때문에 오전 4시경 합격 결과를 확인했다. 합격했다는 문구를 읽고 너무 기뻐서 한창 자고 있던 룸메이트들을 모두 깨워 소식을 알렸다. 그 새벽에 부모님께 전화도 하고, 선생님들께도 감사 문자를 보냈다.
참고로 미국 대학은 ‘조기전형(early admission)’과 ‘일반전형(regular admission)’으로 두 번에 걸쳐 지원할 수 있는데, 나는 무조건 캘리포니아공대에 가겠다는 마음으로 조기전형으로 캘리포니아공대에만 지원했다.
내가 캘리포니아공대를 선택한 이유는 과학과 공학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내 성향이 공학과 잘 맞기도 했고, 언젠가는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하겠다는 꿈도 꾸고 있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제대로 실력을 쌓고 싶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캘리포니아공대는 실제로 학생들 스스로 관심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런 일들을 해내는 곳이다. 현재 나는 이런 환경에서 중학교 때 꿈꿔왔던 큰 세계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