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끄럽지만, 기자도 몰랐다. 다랑어가 시속 70km로 헤엄친다는 이야기를 의심치 않았다. 만약 ‘바이오로깅’이 없었다면 이런 오개념이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산되고 있을 터였다. 바이오로깅은 야생동물에 기록계를 붙여 행동과 생태를 연구하는 기법으로, 흔히 위치 추적기를 붙여 동물의 이동 경로를 밝힌다. 카메라를 부착해 동물의 시점으로 사냥 장면을 포착하기도 한다.
일본 생물학자인 저자는 바이오로깅을 이용해 어류와 바닷새, 바다 포유류를 연구한다. 그는 바이오로깅을 “미래에서 온 쌍안경”이라고 불렀다. “인간의 눈이 지닌 잠재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관찰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연구의 본질적인 방식을 바꾸지 않고도 관찰, 기술, 고찰이라는 착실한 과정을 거쳐 자연계의 진실에 도달하게 만들어 주는 발명품”(26쪽)이라고도 칭송했다.
바이오로깅으로 밝힌 진실은 실로 놀랍다. 과거의 틀린 연구결과를 바로잡기도 한다. 어류의 속도가 대표적이다. 성실한 저자는 오개념의 출처가 1965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연구팀은 다랑어가 찌를 물었을 때 낚싯줄이 끌려가는 속도를 측정했는데, 순간적으로 시속 77km가 나왔던 모양이다. 하지만 “난폭하게 몸부림치는 다랑어의 행동이 다랑어 본연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설사 이를 용인하더라도 낚싯줄이 끌려가는 속도가 얼마나 정확하게 어류의 유영 속도를 나타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117쪽)
바이오로깅이 물리학과 생태학의 융합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본래 생태학의 본질은 다양성이다. 종마다, 개체마다 제각각이라 법칙이라고 부를 만한 게 거의 없다. 반면 물리학 법칙은 우주의 법칙이다. 그런데 바이오로깅은 기록계에 저장된 정보를 토대로 예컨대 향유고래가 잠수하는 물리적 원리를 찾아낸다. “물리라는 도마 위에 놓인 ‘바이오로깅이 얻어 낸 행동 데이터’는 조리법에 따라 전혀 새로운 것으로 다시 태어날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진다.”(269쪽) 저자는 자신의 연구분야에 ‘펭귄 물리학’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였다.
저자가 타고난 다정함으로 적어 내려간 문장들을 읽는 것도 이 책의 큰 기쁨이다. 아델리펭귄과 개복치, 그린란드상어를 향한 현장 생태학자의 따스한 눈길을 느낄 수 있다.

그저 예쁘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몸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사실들을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 책이라는 점에서, 복잡한 기관과 작동 원리를 핵심만 뽑아 아주 잘 단순화시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체 원리’는 대백과사전 시리즈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영국의 출판사 DK가 새롭게 선보인 인체 안내서다. 우리 몸속 세포부터 마음과 정신까지, 말 그대로 인체의 모든 것을 담았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요즘, 특히 잘못된 의학적 조언이 난무하면서 막연한 건강 염려증으로 인한 부작용이 느는 추세다. 이럴 때일수록 사실을 알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책에 실린 간결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귀여운 얼굴로 선사하는 ‘팩트 폭력’을 통해 내 몸과 마음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를 정확히 알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