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선생님들과 학생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최초 참가

임-사상 처음으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제29회대회에 참가하게 됐읍니다. 여기 모인 학생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6인조로, 최종선발된 수학선수들입니다. 이들이 선발된 과정은 참으로 험난했읍니다.

우선 전국 고등학교에 의뢰하여 3~5명씩 추천을 받았읍니다. 전부 3천4백여명이 되더둔요. 그래서 수학경시대회를 통해 우수학생 57명을 선발하여 그중 38명을 과기대(科技大)에 있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 겨울학교에 보냈읍니다. 여기서 약 한달간 교육시켜 34명의 수료자를 내었읍니다. 다시 이들 34명과 각 시도 교육위원회 추천학생과 해외교포 우수학생을 모아 최종선발고사를 실시하여 영광의 6인조가 탄생하게 된 거이지요.

최-제가 겨울학교 교장을 맡았읍니다. 이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한국 수학의 밝은 앞날을 점쳐보게 되었읍니다. 모두들 매우 우수해요.

처음엔 교육시간도 짧고(1개월) 해서 스파르타식 강행군을 계획했어요. 약간의 과장하면 24시간 수학만 시킬 작정이었읍나다.

하지만 이 학생들도 수험생이잖아요. 다른 과목도 해야지요. 그래서 오전에는 다른 4교수가 번갈아 강의하고 오후에는 대학생형들과 어울려 잘 안풀리는 수학문제에 대해 토론하게 했읍니다.

수학은 아무래도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늘잖습니까? 그래서 1백년전부터 내려오는 형가리문제집과 러시아문제집을 제시했죠. 또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문제도 제공했읍니다. 처음엔 이들의 실력을 알 수 없어 일본에서 나온 대학입시문제를 던져주었는데, 이를 순식간에 풀어버리더군요. 그래서 수준을 높이게 된 것 입니다.

김기-학교에선 수학을 꽤 잘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헝가리 문제 등을 풀면서 자신감이 사라졌읍니다. 몇 시간을 붙들고 있어도 안풀리는 문제가 많았읍니다. 우물안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으나 여러 분야를 접해보게 돼 참으로 유익한 기회였읍니다.

●-'이게 수학이구나'

최-실제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제되는 문제들은 무척 어렵습니다. 6문제중 반타작만 해도 입상권에 드니까요. 나도 손도 못대는 문제가 수두룩하죠.

김영-겨울학교에 다닐 때 한문제를 1시간30분에 푸는 교육을 받았읍니다. 학교에서 하던 교육과는 천지차지였죠. 1시간반중 30분은 문제해석, 30분은 구성, 마지막 30분동안에 답을 써내려 갔읍니다. 객관식 문제에 익숙한 우리에게 퍽 생소한 문제였지만 이내 '이게 수학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류-겨울학교를 수료한 후 집에 갔는데 주말마다 문제들이 날아왔어요. 이 문제들은 풀어 답안지를 우송했더니 채점을해서 보내주었읍니다. 다른 학생들의 답안중 기발한 것을 동봉해서요. 자신이 틀린 문제, 남이 잘 푼 문제를 받아 다시 한번 검토해보는 일은 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읍니다.

추-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장범식 교수님의 출장강의가 있었는데, 이 강의도 무척 유익했어요. 최신 이론들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었지요.

최-여기 모인 학생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읍니다. 이들은 풀리지 않는 문제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앗읍니다. 꼭 머리 속에 담아두고 있다가 수시로 끄집어 내 결국은 해결하고 말더군요. 이처럼 문제에 대한 강한 집착이 수학공부의 비결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었읍니다. 나도 여러 분들이 어떤 수학공부법을 택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송-중학교 때까지 수학을 잘 하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 쳐지는 친구들이 많아요, 옆에서 보니 복습은 하는데 예습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저는 수학은 예습의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예습을 한 뒤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면 거의 완벽하게 이해되었어요.

김복-중학교 때 혼자 수학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았읍니다. 문제가 잘 안풀려 오래 끙끙대다가 뭔가를 깨달았을 때 한없는 희열을 느꼈읍니다.

우연히 제가 수학에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되자 다른 공부를 하다 질릴 때면 수학문제를 풀었지요. 그러면 모든 게 새로워지는 것이지요. 정신도 말짱해졌지요. 말하자면 수학은 제게 청량제였읍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생각하는 능력이 있지 않아요? 수학문제를 앞에 두고 깊이 생각에 잠길 때면 삶 자체가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꼈읍니다.

류-저도 예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수업시간 진도보다 한발 앞서 나가면서 문제를 풀어보았죠. 특히 한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풀어보았읍니다. 수학은 답은 하나일지라도 해답에 접근하는 방식은 여럿 있잖습니까?

김영-동감입니다. 저는 머리가 안좋아서(웃음) 전에 푼 문제를 잘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늘 새 문제를 다루는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똑같은 문제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합니다. 주변에는 문제와 답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충고합니다. 조금만 응용해서 나오면 속수무책이잖아요. 다시 말해 수학은 어떤 선입견이 없어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복-수학을 잘하려면 성격이 꼼꼼할 필요가 있어요. 대개는 처음엔 잘 안풀리잖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차근차근 풀다보면 갑자기 풀릴 때가 있어요. 그때가 수학실력이 크게 느는 순간이지요.

또 문제는 머리로 풀되 손으로 자주 써보는 게 중요해요. 식을 쓰다보면 저절로 체계가 갖추어지지요.

최-쉽게 포기하지 말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야 수학을 잘할 수 있다는 김군의 말은 백번 옳습니다. 다른 일도 매한가지겠지만요. 여기 모인 학생들이 좋은 예(例)지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여기에는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한명도 없읍니다. 대부분의 서울학교에서는 학력고사에만 촛점을 맞춰 학생들을 가르치므로 한 문제를 놓고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지요. 한마디로 주관식 문제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아뭏든 수학은 지나치게 성급하면 안되게 돼 있어요. 문제 하나에 불과 2분밖에 주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선 불가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추-저는 아직 2학년이지만 지금 대학입시학력고사를 본다해도 다 맞을 자신이 있어요. 예습을 해 두었기 때문이죠. 혼자 생각인데 학력고사문제는 사고력을 키우고 수학적인 논리를 세운는데 부적합하다고 봐요.

●-수학평준화로 피해를 당해

장-수학공부의 왕도는 지금 여러분들이 얘기한 것이 전부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지적되지 않은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우선 무엇보다 수학에 취미를 붙여야 한다는 얘깁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은 두꺼운 책은 시작하기도 전에 질리게 합니다. 또 옆에서 친구가 어려운 책을 본다해서 쓸데없이 따라 할 필요도 없지요. 자기 수준에 꼭 맞는 책을 보는 게 상책이고, 흥미도 불러 일으키지요. 하지만 이 자리의 학생들은 반대되는 경우지요. 즉 대량교육에 의해 피해를 당하는 측입니다. 우리는 일률적으로 평준화하여 교육시키지만 선진국에서는 잘하는 학생의 능력을 키워주지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수학을 선택하게 돼 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이라 할지라도 초고교급은 막바로 대학수학을 가르쳐주지요.

추-저는 어린 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냈읍니다. 그곳에서 중학교 1학년 때였지요. 제가 수학에 자질이 있음을 발견한 담임선생님은 한 차원 높은 수학책을 소개하고 지도해 주셨읍니다. 헌데 우리 나라에서는 수학교과서외에는 안 가르쳐 줘 은근히 불만이 있었읍니다.

김영-저도 요한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읍니다. 고2때 고등학교 수학교과서와 참고서를 다 풀어낸 다음에는 책을 구입하기 위해 대학서점들을 순회했어요. 그래서 혼자 대학교재로 공부했는데, 대학교제에는 답만 적혔지 푸는 과정이 빠져있어 독학하기에 부적합했읍니다.

장-여러 분들의 불만에 이해가 갑니다. 사실 고등학교 평준화는 일부 학생에겐 손해가 되지요. 예컨대 고등학교에서 중간 수준의 학생을 기준으로 수학을 지도한다면 자질없는 학생은 따라오지 못하고 자질있는 학생은 발전을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현재 과학고등학교 시스팀이 이같은 문제점을 다소 보완해 주고 있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최-이 자리에 과학고등학교 학생이 3명이나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 큽니다. 저도 추군처럼 캐나다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데, 그곳은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수업진도조차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특별한 취미나 소질이 엿보이면 여러 교제를 풀게 해 자질을 개발시켜줍니다.

수학은 특히 나이가 중요해요. 어릴수록 유리하다는 얘기지요. 4년마다 한번식 수여하는 '수학의 노벨상'인 필드상 수상자만 봐도 그들의 주요한 업적은 주로 20대 시절에 연구한 결과입니다. 저는 29살에야 유학을 떠났는데 30살이 넘으면 날카로운 창의력은 쇠퇴한다고 봐야죠, 그렇다고 보면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다음 세대에서도 필드상 수상자를 국내에서 배출하기 어렵다는 우울한 예측이 가능해요. 수학영재라도 군대복무 등으로 일정기간 공백을 갖게 되면 빛을 보기 어려우니까요. 일본에서는 벌써 3사람이나 필드상을 받았읍니다.

●-여학생은 왜 없나?

장-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본은 아직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석하지 않고 있읍니다. 아시아에서는 몽고, 베트남, 이스라엘, 중공이 참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읍니다. 특히 베트남의 성적이 좋아요. 1959년 이후 지금까지 28차례의 대회가 열렸는데 우승회수는 소련이 12회로 가장 많습니다. 또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구건이 강하지요, 반면 미국은 1974년 최초 참가 후 3회 우승기록을 가지고 있읍니다. 이 대회도 역시 국력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미소(美蘇)의 대결장화(化)하고 있어요.

1990년 이 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중공은 1985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작년에 17살의 여학생이 금상을 차지, 크게 각광을 받았읍니다. 희소한 여학생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지요.

임-사실 국제대회에 가보면 여햑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아요. 우리도 모두 남학생으로만 팀이 구성되었읍니다. 최종선발 직전에는 34명중 1명의 여학생이 끼어 있었는데….

그렇지만 수학의 소질에 있어서 성적(性的)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교육시키다 보면 수학은 아주 잘하는 여학생을 많이 만날 수 있거든요. 또 세계적인 수학자중에는 여성이 많이 포함돼 있읍니다.

장-이번에 뽑힌 남학생이 모두 지방출신이라는 사실도 암시하는 바 큽니다. 서울 학생이나 학부모는 대개 성급한 것 같아요. 금방 열매가 보이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려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지난 대회에선 금상받은 중공 여학생과 호주대표로 출전한 12세 소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요. 이 두 사람은 올해도 참가가 예상되며 강력한 금상후보입니다. 금상은 전체 참가학생의 12분의 1이 받고, 12분의 2까지는 은상, 12분의 3까지는 동상에 해당하지요.

외국에선 주로 중3 고1 학생이 참가하나 우리는 고2 고3 학생들이므로 연령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지요. 이 대회는 한 학생의 연속 참가가 허용되나 대학에 들어가면 무조건 출전금지 됩니다. 여기 있는 학생중 고2인 4명은 내년에도 참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고3을 거치지 않고 막바로 과기대에 입학할 생각인 것 같아요.

김복-저는 과학고 학생이 아니니까 내년에도 한번 더 도전해보고 싶어요. 호주의 천재소년도 10살때부터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잖아요?

●-선발학생에게 특전 주어져야

장-성적에 관한 말이 나욌으니까 하는 얘긴데 이번 대회에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학생들이 강박관념을 갖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줄것을 바랄 뿐이죠. 참가규모가 확대, 59개국이 출전한 이번 29회 호주 캔버라 대회에 처음 나간다는데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읍니다. 59개국중 중위권정도를 예상하는데 4~5년 뒤에는 상위입상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허나 특별상은 한번 기대해볼만 해요. 이 상은 특정 문제에 대해 기발하고 간략한 답안을 쓴 학생에게 주어집니다.

최-성적이나 상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세계의 수학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교육과정을 비교하고, 어느 나라 교육제도가 더 좋은가 실험하고 토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대회의 성적이 그 나라 고교생의 수학실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요.

임-사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지나치게 대학학력고사 위주로 편중돼있어요. 객관식에 치중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한 문제당 1시간 30분을 주는 '진짜 수학문제'를 우리 학생들이 풀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요. 예상밖으로 학생들의 실력이 좋아 다소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여러분과 같이 뛰어난 학생들이 수학자의 길을 택해줄 것을 바라는데 수학과에 진학할 생각이 있읍니까?

김기-6개월 안에 대학입학시험을 치뤄야 하는 나로서는 겨울학교나 국제대회 출전이 부담스럽기조차 했읍니다. 시험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었죠.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세계청소년과 수학실력을 겨뤄보겠다는 호기심에서 출사표를 내었지요. 장래포부는 아직 더 생각해 볼 여지는 있지만 전자계산분야에 나가,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김영-저도 고3이어서 다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읍니다. 부모님도 국제대회 준비보다도 입시준비, 일류대 합격을 더 원하셨어여요. 무슨 학문을 해야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읍니다.

장-두 김군의 고충을 이해합니다. 장래를 생각하면 입시문제를 결코 소홀히 다를 수 없겠지요. 사실 이 문제 때문에 학부모님들이나 학생 그리고 학교측에서도 추천을 망설이는 것 같아요. 따라서 이들의 불안을 씻어주어야 국제대회를 대비한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어요. 해결방법으로 선발학생의 진학특혜, 병역특혜, 장학금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적어도 과기대 입학특전은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체육 특기자들에게 주는 특전과 같은 방법이 있지 않겠어요?

●-수학을 인생의 동반자로

류-저는 고2지만 올해 과기대에 응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초조한 건 3학년 형들과 다를 바 없읍니다. 앞으로 화학을 전공할 생각인데 진실 앞에서 성실한 학자가 되고 싶어요.

송-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물리학 그중에서도 입자물리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읍니다. '우주는 어떻게 생겨나고 소멸하나, 입자란 무엇인가'를 꼭 밝혀보고 싶어요. 이런 작업을 할 때 수학은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되겠지요.

추-저도 물리학을 하렵니다. 현재 양자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결합한 이론이 안 나와 있잖아요? 제가 그 이론을 세워보고 싶습니다. 대학을 마치면 유학을 떠나 앞서가는 것을 수입해 올 작정입니다.

김복-수빈이나 요한이처럼 저도 전에 물리학을 꿈꾸었으나 지금은 수학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읍니다. 흔히 수학을 하면 경제적 풍요나 화려한 각광과는 거리가 멀다지만 수학을 인생의 동반자처럼 생각하고 그 길을 가겠읍니다. 세상에 가치있는 일이란 어디에나 있거든요.
장-수학을 한다는 사람이 한 사람도 안나오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김군이 살려주네요(웃음). 잘 알겠지만 수학은 모든 이론이 있는 학문의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어떤 학문을 하는데도 필요하죠. 자연계 학과는 물론이고 경제학 언어학 사회학 심리학 등도 상당한 수준의 수학지식을 요구하고 있읍니다.

한국의 수학계도 많이 발전했어요. 6.25 전과 비교하면 질양 모든 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한 셈입니다. 1958년 최초로 최윤식수학박사가 탄생한 이래 박사학위자만 해도 3백여명, 전체 수학자만 해도 3백여명, 전체 수학자는 7백여명에 달합니다. 또 국내와 외국학술잡지에 실리는 논문이 크게 늘고 있어요.

최-다시 내일 아침에 떠나는 국제수학 올림피아드로 화제를 옮겨 볼까요. 문제수는 총 6문항인데 이틀에 걸쳐 시험이 실시됩니다. 문제는 참가한 각 나라가 6문제식 출제, 이들을 모아서 제시하게 됩니다. 과거에 출제된 문제를 보면 미적분학은 드물고, 정수론, 논증기하학, 경우의 수, 부등식문제의 출제빈도가 높습니다. 이 점도 우리 학생들에겐 불리한 점이지요.

장-작년 대회는 루마니아가 우승했지요. 올해는 전통적으로 강한 소련과 동구권,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한 미국, 중공, 호주가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에선 이 대회에 선발된 학생은 백악관에 초정되는 등 큰 격려를 받습니다. 기업의 재정지원도 대단합니다. 부러운 일이지요. 아뭏든 이 대회 출전을 계기로 우리도 사고력 배양등 수학의 기본 목적이 보다 중시되기를 기대하고 있읍니다.

●-훼르마의 정리에 도전하다

추-시험과 관계되는 수학만 하다보면 상상력과 사고력이 잘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 스스로 개발한 방법이 있읍니다. 해결되지 않은 수학의 정리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예를 들면 ${X}^{n}$+${Y}^{n}$=${Z}^{n}$을 만족하는 3이상의 정수는 없다는 훼르마정리, 모든 4이상의 짝수는 솟수로 나타낼 수 있다는 골드바하의 추측등을 직접 풀어보는 것입니다. 저는 하루에 8시간씩 반년동안 계속 시도했어요.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지요.

최-추군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매달리는 것을 보니 흐뭇한 생각이 들더군요. 수학을 잘 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읍니다.

하지만 보통 학생들에게 있어서 수학은 집중력 못지않게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대한다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나에게 어려운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죠. 일전에 과기대 입학시험에 시험감독으로 들어간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성급해진 나머지 졸도하고 말았어요.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한문제 한문제씩 해결해 나갔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학생이었는데 말이예요. 등산을 하는 것처럼 자주 문제를 다뤄보면 저절로 좋아지는게 바로 수학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알레르기를 가진것 같아 안타까워요. 어떤 음식을 아예 먹지 않다가 한번 맛보기 시작하면 깊이 빠질 수도 있지요.

또 수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 수학을 거의 포기한 학생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두꺼운 책, 어려운 책을 여러 권 보는 것보다 자신에게 적당한 수준의 책을 반복해 풀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현행 학력고사만을 염두에 둔 방법입니다.

임-내일 장도에 오를 여러 분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요. 느긋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한 뒤 보람을 가득 안고 돌아줄 것을 바랍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마련,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대해 알릴 기회를 준 「과학동아」에도 감사합니다. 1990년 중반에도 우리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유치할 예정이므로, 독자여러분도 이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앞으로는 더 많은 학생들이 이 대회에 참여 수학의 저변을 넗혀주실것도 당부합니다.

일동-고맙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한국팀 22위

지난 7월 15, 16 양일간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리에서 벌어진 29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결과가 나왔다. 옵저버(observer)만 보낸 9개국을 포함, 59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엔 각국을 대표하는 2백78명의 '수학두뇌'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17명의 금상, 48명의 은상, 65명의 동상 수상자를 내었는데 우리대표로 나간 '6인조' 중 세 김군이 동상을 받았다. 김기홍, 김영훈, 김복기군이 영광의 주인공들.

국가별 순위를 알아보면 1위 소련, 2위중공 루마니아, 4위 서독, 5위 베트남, 6위 미국, 7위 동독, 8위를 루마니아가 차지, 작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 50개국중 22위, 처녀 출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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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지재만 기자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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