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이달의 책] 화석에 담긴 1억년 전 동물들의 사생활 외

왓! 화석 동물행동학 
딘 R. 로맥스 지음│밥 니콜스 그림│김은영 옮김
뿌리와이파리│348쪽│2만 5000원

 

중국 북서부 지역 일대에서 화산이 뜨거운 열기를 뿜고 있다. 인근 호수에서는 거품벌레 두 마리가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화산보다 더 뜨겁게 어른 버전의 사랑(일명 짝짓기)을 나누고 있다. 그 순간 화산이 폭발하며 분출된 화산재는 엄청난 속도로 인근 호수를 뒤엎었다. 근처에서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던 동물들은 화산재와 함께 휩쓸려가 그대로 땅속에 매장됐다. 거품벌레 커플의 은밀한 순간은 그렇게 화석으로 굳어졌다.  1억 6500만 년 전의 일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출산을 얼마 앞둔 임신한 고래가 육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잠깐, 고래가 육지에서? 우리가 아는 고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는 있지만 다리가 달려 있고, 숨구멍 없이 육지와 바다를 자유롭게 오간다.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 이후 멸종한 거대 해양 파충류의 자리를 차지한 육지 고래, 마이아케투스 이누스다. 현생 고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이들은 바다 생물과 육지 생물의 특징을 두루 갖고 있다. 가령 태어날 때, 바다에서 서식하는 현생 고래와 달리 이들의 새끼는 머리부터 나오는데, 임신한 육지 고래 뱃속에서 새끼가 거꾸로 있는 순간이 화석으로 남아 알 수 있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행동이 박제가 돼 버린 경우도 있다. 흰개미도 방귀를 낀다. 하필 도미니카에서 흰개미가 항문에서 방귀 기포를 내뿜는 순간이 호박에 갇혔다. 그것도 여러 개. (흰개미는 수치사로 두 번 죽었다고 한다)


이처럼 수천만~수억 년 전 동물들도 뜨겁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생존했다. 이유는 인간들과 다르지 않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 위해서다. 다만 각 동물마다 특별한 삶의 방식은 있다. 그 방식은 그들의 모습이 포착된 수많은 화석과 세계적인 화석 연구자들 덕분에 밝혀졌다.


저자이자 세계적인 어룡 익티오사우르스의 연구자인 딘 R. 로맥스는 흥미로운 화석 50개를 골라 책에 담았다. 장내가스를 연구하는 플래톨로지스트(flatologist)를 비롯한 화석 전문가들의 연구도 풍부하게 담겨있다. 


세계적인 팔레오아티스트 밥 니콜스가 그린 사실적이면서 환상적인 일러스트도 압권이다. 마치 봉인된 화석에서 곤충을 비롯한 동물과 공룡들이 튀어나와 뛰어노는 것 같은 생동감을 준다. 때로는 치열했고, 때로는 고단하지만, 경이롭고 신비로운 동물들의 먹고사는 모습을 들여다보자.
단, 동물들의 사생활 침해 책임은 지지 않는다.
 

 

어차피 불행은 온다, 괜한 열폭으로 행복을 걷어차지 마라


 

열등감을 묻는 십대에게
박진영, 안윤지 지음│주노 그림
서해문집│224쪽│1만 4000원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부러움을 모르는 사람, 장기하의 노래 ‘부럽지가 않어’의 일부다. 부러우니, 자랑하고, 자랑하니, 부러워지는 거라는데…. 


그래도 필자는 장기하가 부러워 죽겠다. 우선 이 노래가 히트한 게 부럽다. 작사, 작곡이 타고난 재능이라면 그것도 부럽다. 돈도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 그것도 부럽다. 사실 가진 게 많아서 작곡도 가능한 것 아닌가. 세상은 불공평하다. 앗, 또 남과 비교, 의미 없는 ‘열폭(열등감 폭발)’이 시작됐다. 

이런 열폭러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열등감을 느끼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어차피 느낄 열등감이라면, 이를 잘 이용하자고 말한다.


이를테면 성장의 자양분으로 쓰자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학자가 비교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동기부여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비교는 잘못 쓰면 열폭이지만, 잘 쓰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두가 안다. 행복의 최대 적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라는 것을. 행복의 기준이 타인에 의해 세워지면 불행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는 나약한 인간인지라 결국 또 비교하고, 불안감을 느낀다. 더구나 인터넷 발달과 SNS의 탄생은 비교로 인한 ‘불행 배틀’에 불을 지펴놨으니.


그래도 누릴 수 있는 행복으로부터 굳이 멀어지는 노력을 하는 건 너무 아쉽지 않은가. 어차피 원치 않아도 불행한 일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구태여 불행을 만들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심리학자 박진영(필명 지뇽뇽)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당연하게 하되, 열등감 같은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말해준다. 없던 불행까지 자처하지 않고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행복도 없다. 다만 주어진 행복조차 걷어낼 필요는 없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2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지구과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