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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연료전지를 부착해 오줌으로 발전할 수 있는 양말이 개발돼 화제다. 입고 다닐 수 있는 미생물 공장인 셈. 재난 상황에서 구조 요청을 보내거나 배터리 용량이 문제인 웨어러블 기기를 보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영국에 사는 과학자가 궁극의 친환경 소형 발전소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최근 실현했다. 특이한 액체 연료로 돌아가는 발전시스템을 개발해 엉뚱한 데 적용했다. 몸에 착용하고 걷기만 하면 전기가 나온다는데. 과연 무엇이기에 이토록 화제가 된 걸까.

사람 몸이 만드는 폐수, 오줌에 주목하다
그가 만든 발명품은 세 가지 면에서 놀랍다. 첫째, 특이한 액체를 써서 공짜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콩기름? 혹시 물? 아니다. 우리 몸이 매일 만들지만 대부분 그냥 버리는 액체. 바로 오줌이다. 둘째, 그의 발명품에는 오줌뿐만 아니라 미생물도 들었다. 미생물을 촉매로 써서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미생물연료전지를 탑재한 것이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온 전자가 외부 회로를 따라 반대쪽 전극으로 이동하며 전기가 흐른다. 셋째, 이들을 몸에 두르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시계나 지갑처럼 아침에 빠뜨릴 염려도 없다.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의식조차 못한 채 함께하는 거니까. 바로 양말이다. 한마디로 그는, 입을 수 있는 미생물 발전소를 개발한 셈이다.

주인공은 영국 브리스톨 로봇연구소 바이오에너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요아니스 이에로풀로스 교수다. 지구 반대편에서 도착한 그의 e메일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우리 센터는 지난 15년간 폐수를 처리하는 미생물연료전지를 연구해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인간 몸이 만들어내는 폐수, 즉 오줌에 관심을 갖게 됐죠.”

사실 미생물연료전지의 연료로 오줌을 택한 건 몹시 영리한 선택이다. 오줌의 98%는 물이고 2%는 탄소와 질소, 수소, 산소등으로 이뤄진 유기물인 요소다. 농사를 지을 때 대소변을 비료로 쓰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에너지도 풍부하다. 전기를 만드는 연료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공짜이고, 무엇보다 양이 어마어마하다. 보통 성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오줌은 1.5L 이상. 이를 전세계 70억 인구로 계산하면 적어도 매일 105억L의 오줌이 쏟아져 나온다. 올림픽경기 규격(50m×25m×2m)의 수영장 42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는 오줌 미생물연료전지를 곧바로 현실화시켰다. 2013년에 오줌을 활용하는 자동차 배터리 크기만 한 미생물연료전지를 개발해 스마트폰을 충전해 화제가 됐다.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었다. 작년 초에는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의 의뢰를 받아 미생물연료전지가 내장된 간이화장실을 만들었다. 밑바닥에 설치된 미생물연료전지가 오줌을 받아 전기를 만들어 조명을 밝히는 화장실이다. 옥스팜은 기반시설이 없거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전기를 쓸 수 없는 지역, 예컨대 난민캠프 등에 이 소변 발전 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혹시 오줌을 이용하기 위해 특별한 미생물을 찾아 헤매진 않았을까. 장인섭 GIST 환경공학부 교수는 “자연계에는 무척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고, 그 중 적어도 하나는 유기물을 분해해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며 “미생물연료전지에 활용할 수 있는 미생물의 종류를 더 이상 연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기를 만드는 데 미생물의 종류는 중요치 않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이 때문에 최근 미생물연료전지 연구는 응용 분야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수처리에 응용한 지는 이미 10년 이상 됐고요, 그 외 특수한 목적에 맞는 미생물연료전지를 개발하는 중입니다. 오줌으로 전기를 만드는 양말요? 응용 분야를 잘 찾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물고기 순환계 모방한 웨어러블 발전소
오줌 미생물연료전지 프로젝트를 성공한 뒤, 평소 웨어러블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이에로풀로스 교수는 곧바로 둘을 융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쉽진 않았다. “부드러운 튜브 형태의 미생물연료전지를 배열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어요. 착용자의 종아리를 두르게 될 웨어러블 뼈대에 미생물연료전지 여러 개를 붙이고 오줌을 공급할 예정이었는데, 어떻게 해야 오줌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죠. 고심하던 차에, 물고기 순환계의 단순함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사람이 혈관계와 림프계 등 두 개의 순환계를 가진 것과 달리, 물고기는 단 하나의 순환계를 이용해 신체 곳곳에 혈액을 공급한다. 오줌을 빠르게 순환시킬 필요가 없는데다 최대한 단순한 시스템이 필요했던 연구팀은, 물고기의 순환계를 모방해 시스템을 설계했다. 먼저 실리콘 고무 튜브로 소형 순환계 24개(양말 한 짝 당 12개)를 만들었다. 마치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처럼 순환계 중간엔 튜브형태로 만든 미생물연료전지를 달았다. 각 미생물연료전지를 양말의 종아리 부분 뼈대에 두른 뒤, 전지에 연결된 고무 튜브들을 발바닥 밑으로 둘렀다. 각 튜브는 양말 밑바닥에 있는 오줌 주머니를 통과하게 했다.

착용자가 양말을 신고 걸으면 발뒤꿈치에 있는 펌프가 눌리면서 오줌이 24개의 고무 튜브 회로를 순환한다. 오줌이 미생물 연료전지를 지나가면 안에 든 미생물이 전기를 만든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으로 무선 송신기에 전기를 공급해 ‘세계 최초 웨어러블 미생물연료전지(World’s First Wearable MFC)’라는 신호를 컴퓨터에 2분간 띄우는 데 성공했다. 이에로풀로스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은 그룹이 다양한 미생물연료전지를 연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입을 수 있는 유연한 미생물연료 전지는 우리가 최초”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미생물연료전지는 활용 가능성이 크다. 장 교수는 “미생물연료전지는 특히 어디에서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호수나 늪의 바닥을 파헤치면 산소 농도가 굉장히 낮은 영역이 있는데, 그 안에 유기물을 분해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미생물이 한 종류 이상은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미생물의 특성을 가리켜 ‘유비쿼터스’라고 표현한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채취해 미생물연료전지 안에 넣으면, 특정 미생물이 살아남아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전기를 만들지 못하는 나머지 미생물은 시스템 안에서 자연적으로 도태된다.
 

유비쿼터스 미생물 이용해 응용 늘린다
장 교수는 “작고 가벼우면서 어디에서나 작동시킬 수 있는 웨어러블 미생물연료전지는 재난 상황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거나 구조 요청을 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며 “미군 등에서 적군 정찰 목적으로 동물을 훈련시킬 때 웨어러블 소형 미생물연료전지를 이용하려고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동물 몸에 카메라나 마이크로폰 등 작은 기계장치들을 실어 정찰을 보내야 하는데, 웨어러블 미생물연료전지를 함께 실어 동물이 가진 생체 유기물로부터 전기를 만들어 장치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로풀로스 교수팀은 미생물연료전지를 더 최적화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현재 시스템의 최대 효율은 96% 정도. 이보다 높은 효율이 지속적으로 나와야만 실제 응용이 가능하다.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 배터리를 대체할지도 모릅니다. 좀 더 가볍고, 버려지는 물질로 작동하면서 폐수까지 정화하는 신개념 배터리죠. 배터리 용량이 늘 문제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가정용 전기기구에 응용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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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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