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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LTE만 느린 이유

내 생애 마지막 휴대폰



3G폰을 쓸 때는 메시지가 안 보내지는 까닭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려서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LTE폰으로 바꿨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지만 간혹 가다 속도가 안 나오기 시작하면 3G나 LTE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지하철을 타고 캄캄한 지하를 통과할 때도 펑펑 터지던 전화가 멀쩡한 지상구간을 지나다 먹통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LTE 안 터지면 옆 사람 탓

지하철을 타고 지하를 이동하면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3G 대신 2세대 통신(2G)을 쓰던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마의 영역’ 같던 지하 구간에서도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된 건 통신용 케이블을 설치하고 나서부터. 케이블이 안테나 역할까지 해 휴대전화와기지국을 직접 이어줬다.

그런데 지하에서도 터지는 휴대전화가 평범한 서울 시가지에서 이따금씩 터지지 않는다. 기자가 쓰는 통신사의 관계자에게 “지상 건대입구역을 지날 때 꼭 통신이 끊기는 구간이 있다”며, 이유가 뭔지 물었다. 관계자는 “정상작동하는 LTE망 안에서도 ‘트래픽 문제’ 때문에 전화가 안 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트래픽 문제의 정체는 뭘까.

우선 개인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통신사의 기지국에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기지국은 동시에 송수신할 수 있는 총 데이터량이 정해져있다. 따라서 한 기지국에 여러 휴대전화가 접속하면 1인당 쓸 수 있는 데이터량은 줄어든다. 심할 경우 데이터를 아예 송수신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데이터 교환의 교통체증, 즉 트래픽 문제다. 그렇다면 기지국은 얼마나 많이설치돼있을까.

이정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보통 규모 빌딩 한 대에 기지국 1개 꼴” 이며, “서울 시내 적당히 붐비는 시가지에는 20~40명 정도의 부하가 걸리게끔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20~40명이 너무 적지 않냐고 지적하자, 이 교수는 “모든 사람이 동시에 HD 동영상을 보는 건 아니므로 크게 부족하진 않을것”이라 말했다.





트래픽 문제 해법 있나?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마냥 부족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몰리는 야구장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려면 한 세월이 걸린다. 이는 분명 기지국에 과부하가 걸린 것일 터. 이 교수는 “경기가 없을 때는 경기장이 비어버리기 때문에 기지국을 여러 개 설치하는 대신 이동식 기지국을 배치해 트래픽을 분산시키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동식 기지국이란 기지국을 실은 차량을 말한다.

트래픽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 교수는 “기지국을 늘리거나, ‘펨토셀’을 보급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펨토셀이란 작은 냉장고 크기의 기지국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빼 와이파이 공유기 크기로 만든 초소형 기지국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 6월부터 LTE 펨토셀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펨토셀이 가까이 붙어 있을 경우 간섭현상이 일어나 전파 송수신이 잘 안 되는 문제가 남아있다.


LTE보다 2배 빠른 LTE-A

그래도 3G보다는 LTE가 확실히 빠르다. 그런데 LTE보다 2배 빠른 LTE-A를 SK텔레콤이 6월 26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 150Mbps로 800MB 크기 영화 한 편을 내려 받는 데 43초면 충분하다. 가정용 유선랜(광랜)으로 다운로드 받는 데는 이보다 긴 1분 4초가 걸린다.

이번 LTE-A의 상용화로 진정한 ‘4G 시대’가 열렸다. 예전 광고에서 이미 ‘4G LTE’라고 크게 선전한 바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기존 LTE는 3.9G였다 (2010년 12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LTE도 4G로 부를 수 있다고 인정했으므로 4G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LTE의 다운로드 속도가 1Gbps에 못 미칠 뿐더러 몇 가지 4G의 요구사항을 완벽하게는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LTE-A는 이론적으로 최대 3Gbps에 가까운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존 LTE의 이론적 최대 속도인 75Mbps의 40배다. 800MB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 데는 2초면 충분하다. LTE-A의 핵심은 주파수 결합기술(Carrier Aggregation)이다. 주파수 결합기술은 서로 떨어져 있는 대역폭 2개를 연결해 하나의 광대역 주파수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전파의 대역폭이 넓어지면 한 번에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통신 속도가 빨라진다. SK텔레콤은 서로 떨어져 있는 10MHz 대역폭 2개를 연결했다. SK텔레콤은 “2015년경 20MHz 대역 두 개를 묶어 지금의 2배인 300Mbps까지 통신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라 밝혔다. 2016년에는 데이터 업로드 속도를 끌어올릴 ‘업링크 주파수 결합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업로드용 주파수 결합기술은 아직 표준화가 안 됐기 때문에 이번에 상용화된 LTE-A의 업로드 속도는 기존 LTE 속도 그대로다.

함께 적용된 기지국협력통신(CoMP) 기술도 주목하자. 이 기술은 5세대 통신(5G)에 쓰일 것으로 꼽히던 기술이다. 휴대전화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기지국 1곳 대신 여러 기지국과 동시에 교신함으로써 속도를 끌어올린다. 기존 LTE폰 사용자는 LTE-A를 사용할 수 있을까. LTE-A를 쓰면 새로운 칩셋이 필요하기 때문에 LTE-A 전용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해야만 한다.






LTE-A 보다 10배 빠른 5G 온다

5G에 쓰일 기술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LTE-A에 쓰인 기지국협력 통신 기술도 그 중 하나였다.

LTE-A는 기술적으로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무선통신 기술에서 통신 속도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주요한 방법은 안테나 개수를 늘리는 것이다. 기지국과 단말기가 여러 쌍의 안테나로 동시에 교신할수록 통신 속도는 빨라진다. 요즘 쓰는 LTE 및 LTE-A 단말기에는 보통 4개의 안테나가 들어있다. 앞서 언급한 이론적인 최고속도(최대 3Gbps)는 8개의 안테나를 동원했을 때의 값이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구조상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안테나의 개수가 한정돼 있다.


유선랜은 이미 끝판왕 와이파이도 곧 레벨업

LTE-A의 다운로드 속도는 가정용 유선랜보다도 빠르다. 그렇다면 유선랜의 속도가 무선이동통신 기술에 추월당한 것일까.

이미 일부 PC방과 시설에서는 1Gbps급 유선랜을 사용 중이다. 아직 사업성 등의 이유로 널리 쓰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선랜의 한계 속도는 얼마나 될까.

이정우 교수는 “유선랜에 쓰는 광섬유 한 가닥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전송량은 최대 1Tbps(1초당 1테라비트)”라며, “서울, 부산을 오가는 모든 음성 데이터를 한 번에 전송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가느다란 광섬유 한 가닥으로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까닭은 고밀도파장분할다중(DWDM) 기술 덕분이다.

정보를 담은 다양한 파장의 레이저를 하나의 섬유로 동시에 보내는 기술이다. 적외선에서 가시광선에 이르는 다양한 파장의 레이저는 무선이동통신의 ‘광대역폭’에 비유해 볼 수 있다.

만약 1Tbps로도 모자란다면 광섬유를 한 가닥 더 쓰면 된다. 이 교수는 “유선 통신 기술은 이미 정점에 이르렀으며, 무선이동통신이 이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쓰는 와이파이 공유기도 앞으로 더 빨라진다. 광대역폭 주파수와 다중안테나 기술로 866.7Mbps까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와이파이 규격 ‘802.11 n’에 이은 ‘802.11 ac’는 LTE-A의 최대 5배가 넘는 속도로 2015년쯤 상용화될 예정이다.





1.8GHz 주파수는 어디로

LTE-A 없이도 통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경매에 부치겠다고 한 1.8GHz 영역 주파수를 놓고 이동통신 3사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1.8GHz 대역은 현재 KT가 서비스 중인 LTE 주파수와 맞닿아 있다. 만약 KT가 이 주파수 대역을 받으면 기존 주파수와 합쳐 손쉽게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다. 멀리 떨어진 주파수를 묶는 주파수 결합기술 없이도 통신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나 LG 유플러스는 “1.8GHz 주파수가 KT에게 할당되는 것은 특정기업만을 위한 특혜”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KT는 “이전에 할당 받은 900MHz 주파수가 쓸 수 없는 ‘불량주파수’였던 만큼 꼭 우리가 받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정우 교수는 “만약 KT가 주파수를 할당 받으면 KT가 서비스하는 LTE가 타 통신사의 LTE-A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휴대전화 속 대신 기지국의 안테나 개수를 늘리면 어떨까. 기지국에 수백 대의 안테나를 설치해 통신을 돕는 방법이 바로 ‘매시브 MIMO’ 기술이다. 이 교수는 “이 방법으로 통신 속도를 최대 2배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12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고 밝힌 5G용 통신기술도 바로 이 기술이다.
 
그렇다면 5G는 얼마나 더 빠를까. 이 교수는 “아직 뚜렷하게 윤곽이 잡힌바는 없지만 1세대를 넘어갈 때 통신 속도는 보통 10배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3G의 이론적인 최대속도가 14.4Mbps였고, 상용화 예정인 LTE-A의 속도가 150Mbps인걸 보면 이해가 쉽다. 그렇다면 상용화된 5G의 속도는 적어도1.5Gbps 이상은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5G가 상용화되는 시기를 2022년전후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LTE-A가 상용화되고, 훗날 5G를 쓸 수 있게 된다 해도 소비자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의 주인공 승민(이제훈분)은 선배의 펜티엄 컴퓨터 사양을 듣고 “하드가 1000MB(1GB)면 평생을써도 다 못 쓰겠다”며 놀란다. 하지만 오늘날 이미 고화질 영화 한편의 용량이 1GB를 훌쩍 넘고, 우리는 그런 영화를 수십 편씩 담아 둔 하드디스크를 쓰고 있다. 소비자의 불평불만은 계속될 것이고, 불평은 기술 발달을 재촉할 것이다.



일러스트│권오한,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201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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