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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스마트폰이 불면의 원인? ‘꿀잠’의 비밀을 찾아서


봄이 오면 가장 이기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이다. 어젯밤 잠이 부족한 걸까. 사실 사람마다 필요한 잠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으로 너무 많이 잤다거나 잠이 부족하다고 정의할 수 없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개인이 느끼기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경우, 자연스러운 생체리듬에 맞추지 못하고 잘못된 시간대에 자는 경우, 잠을 자긴 했지만 푹 잤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 등을 잠이 부족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꿀잠을 자야하는 이유
잠은 면역반응, 염증반응, 포도당 대사, 심혈관계 등 인체의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잠이 부족하거나 너무 많이 자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20∼40대 직장인 20만46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면시간이 너무 적거나 많으면 우울이나 불안을 많이 느끼고 자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수면과 생체리듬’ 1월호에 발표했다.

잠을 잔 시간에 따라 우울, 불안을 느끼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는 비율이 U자 형태로 나타났는데, 잠을 잔 시간이 7시간일 경우 이런 비율이 가장 낮았다. 특히 잠이 부족할 경우가 위험했다. 하루 4시간 이하로 잠을 잔 사람 중 우울, 불안, 자살 생각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7시간을 잔 사람보다 2~4배나 높았다. 우울이나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잠이 부족한 사람은 잠을 잘 자는 사람에 비해 자살 생각을 2배 더 많이 했다(doi:10.1007/s41105-016-0083-5).

이렇게 중요한 꿀잠, 우리는 왜 자지 못하는 걸까. 흔히 생각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다. 잠들기 전 전자기기의 사용은 수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1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잠자기 전 전자책을 읽을 경우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의 앤-마리 창 교수는 평균 25세의 건강한 성인 남녀 12명을 제한된 공간에 2주 동안 지내게 하면서 자기 전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읽게 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동일한 양의 빛을 받는 공간에서 지냈으며,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저녁 6~10시까지 읽고 바로 잠자리에 든 뒤 아침 6시에 일어났다. 먼저 5일간 실험을 진행한 뒤, 나머지 5일은 같은 조건에서 종이책과 전자책을 바꿔 읽도록 했다.
그 결과 잠들기 전 전자책을 읽은 사람들은 잠들기까지 10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또 수면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감소했으며, 깊은 수면으로 알려진 렘(REM)수면 시간이 짧았다. 연구진은 아이패드, 아이폰, 킨들, 누크 컬러 등 전자책의 화면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도 조사했다. 전자책에서는 특히 파장이 450nm 정도로 짧은 푸른 빛이 많이 나왔다(doi:10.1073/pnas.1418490112). 푸른 빛은 화면을 선명하게 보이게 하지만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한다. 멜라놉신의 기능도 떨어뜨린다. 멜라놉신은 망막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빛을 감지해 낮과 밤의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동공의 크기도 조절하는데, 멜라놉신이 푸른 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서 눈 건강에 해롭다. 푸른 빛이 식욕을 낮추는 인슐린의 분비를 억제해 비만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지’의 밤에도 꿀잠은 어려워
밝은 조명을 끄고,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꿀잠을 잘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인간생물학저널’ 2월호에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의 데이비드 삼손 박사는 전자기기는 물론 인공적인 조명이 없는 마다가스카르의 농촌 마을 만데나에서 수면을 연구했다. 만데나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해가 지고 나면 달, 별에서 나오는 자연적인 빛 외에는 요리에 사용하는 불, 건전지로 작동하는 손전등과 같은 약간의 조명만을 사용할 수 있다.

삼손 박사는 19~59세의 마을 주민 21명에게 밤잠과 낮잠을 기록할 수 있는 손목시계형 장비인 ‘수면기록계’를 차게 하고 292일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조명이나 전자기기가 전혀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오래 자지 못했으며, 수면의 질이 나빴다.

만데나 사람들은 해가 지고 약 2시간 뒤인 오후 7시 21분부터 해가 뜨기 약 1시간 전인 오전 5시 44분까지 대략 9시간 30분 동안이나 잠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잠든 시간은 낮잠을 포함해 6시간 30분에 불과했다. 미국 사람들이 평균 7시간, 이탈리아 사람들이 7시간 30분 정도 자는 데에 비해 적게 자는 것이다. 또 만데나 사람들이 밤에 깨어 있었던 시간은 미국 사람들의 3배, 이탈리아 사람들의 7배에 달했다.

만데나 사람들 중 9명은 수면 단계와 질을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도 받았다. 수면다원검사에는 뇌기능 상태를 알 수 있는 뇌파 검사(EEG), 근육 상태를 알 수 있는 근전도 검사(EMG), 안구의 움직임을 보는 안전도 검사(EOG)가 포함됐다. 검사 결과 만데나 사람들은 미국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에 비해 깊은 수면 단계인 렘수면 시간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수면의 질도 아주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꿀잠의 비밀은 규칙적인 생활
조명과 전자기기가 없는 곳에서도 왜 꿀잠을 자지 못하는 걸까. 연구를 진행한 삼손 박사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조명과 TV, 스마트폰이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푹 잘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무척 놀랐다”면서 “만데나 사람들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소음”이라고 밝혔다. 집이 대나무나 양철, 초가로 만들어져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주민들의 침실에 소음을 측정하는 기기도 설치했다. 침실에서는 이웃들이 어울려 노는 소리, 아이 우는 소리, 동물의 소리 등의 소음이 밤새 73~113dB 정도로 들렸다. 보통 60dB 이상의 소음은 수면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만데나 사람들의 60%가 자신의 수면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한국의 직장인 322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는 76%가 ‘잠이 부족하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손 박사는 “선진국의 사람들이 만데나 사람들보다 많이, 깊이 잔다고 해서 수면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데나 마을 주민의 수면다원검사를 준비하고 있는 미국 듀크대 데이비드 삼손 박사(오른쪽 아래).
 
그렇다면 만데나 사람들의 꿀잠 비법은 무엇일까. 삼손 박사는 “규칙적인 패턴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잠을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은 것”이라며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식사하고, 활동해서 건강한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1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59분이었다.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NSF)에서 권장하고 있는 수면 시간은 14~17세는 8~10시간, 18~64세는 7~9시간이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눈꺼풀이 무거운가. 당신의 밤을 달콤한 꿀잠으로 채우기 위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할 때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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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꿈의 몽상학’(2014.05)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405N043
기획 ‘겨울잠 스위치 켜고 우주여행 떠나자’(2014.01)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401N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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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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