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발명가 로버트 고다드는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쥘 베른의 과학소설을 읽고 세계 최초로 현대식 로켓을 만들었다. 6만 번이 넘는 시행착오 끝에 1926년 3월, 52m 정도 떨어진 곳까지 로켓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비행시간은 2.5초였다. 고다드 이후 16년 만에 200km를 날아가는 로켓이 개발됐고, 이후 1957년 구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며, 본격적인 우주탐사의 시대가 개막됐다.
고다드가 사용한 연료분사방식의 로켓은 한 통에는 휘발유, 다른 통에는 액체산소를 넣는다. 최근에는 더 다양하고 복잡한 화학물질을 쓰는데 이를 통틀어 화학 추력기라 한다. 우주개발 초창기에는 우주선을 궤도로 올리는 발사체와 우주선의 항해를 담당하는 엔진 모두 이런 화학 추력기를 이용했다.
하지만 우주개발이 계속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화성이나 목성, 토성 등 외행성을 탐사하려면, 지구 중력의 100만 배에 달하는 힘으로 우주선을 잡아채는 태양 중력을 넘어서야 한다.
고다드가 사용한 연료분사방식의 로켓은 한 통에는 휘발유, 다른 통에는 액체산소를 넣는다. 최근에는 더 다양하고 복잡한 화학물질을 쓰는데 이를 통틀어 화학 추력기라 한다. 우주개발 초창기에는 우주선을 궤도로 올리는 발사체와 우주선의 항해를 담당하는 엔진 모두 이런 화학 추력기를 이용했다.
하지만 우주개발이 계속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화성이나 목성, 토성 등 외행성을 탐사하려면, 지구 중력의 100만 배에 달하는 힘으로 우주선을 잡아채는 태양 중력을 넘어서야 한다.
외행성 탐사의 최대 걸림돌 태양 중력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태양의 중력을 이기기 위해 연료를 더 싣게 되면 우주선이 커져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우주선의 연비가 지수함수에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연료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질량이 10kg인 우주선을 궤도에 올리는 데 1t의 연료가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우주선의 질량을 1t으로 100배 올린다면, 연료의 양은 단순히 100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상수(e)의 100 제곱으로 커진다. 자릿수만 43개인 엄청난 양이다.
방 교수는 “연료 문제로 인간이 만든 움직이는 비행체의 속도는 초속 10km 안팎이 최대”라며 “화성이나 목성으로 가는 탐사 초기에는 지구공전 속도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태양에서 1억5000만km 떨어져 그 주위를 도는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속 29.8km다. 만약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우주선을 발사하면, 초기 발사속도와 지구 공전 속도가 더해진 채 우주선이 날아간다. 이 방법을 이용해 화성을 가는 데 평균 10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화성 밖에 있는 행성은 이 같은 방법으로도 태양 중력을 완전히 이기는 데 역부족이다.
방 교수는 “우주탐사선이 어떤 행성 주위를 스쳐 지나가도록 궤적을 설계한다면, 그 중력을 이용해 연료 소모 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선을 야구공으로, 스쳐 가게 되는 행성을 야구선수라고 보고 초속 10km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기차 위에서 공을 주고받는다고 해보자. 야구선수가 날아온 공을 받은 뒤 기차의 진행방향으로 초속 5km 속도로 던진다면, 밖에서 볼 때 야구공은 초속 15km 속도로 날아갈 것이다. 스윙바이를 시도하는 우주선도 마찬가지다. 야구공이 기차의 속도를 얻어가듯, 우주선도 행성의 공전속도를 얻어간다.
방 교수는 “우주탐사선이 어떤 행성 주위를 스쳐 지나가도록 궤적을 설계한다면, 그 중력을 이용해 연료 소모 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선을 야구공으로, 스쳐 가게 되는 행성을 야구선수라고 보고 초속 10km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기차 위에서 공을 주고받는다고 해보자. 야구선수가 날아온 공을 받은 뒤 기차의 진행방향으로 초속 5km 속도로 던진다면, 밖에서 볼 때 야구공은 초속 15km 속도로 날아갈 것이다. 스윙바이를 시도하는 우주선도 마찬가지다. 야구공이 기차의 속도를 얻어가듯, 우주선도 행성의 공전속도를 얻어간다.
스윙바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도 운동량의 법칙을 기초로 한다. 움직이는 두 물체의 운동량 총합은 충돌하기 전후 같아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우주선이 얻는 속도만큼 행성은 속도를 반드시 잃어야 한다. 하지만 질량차가 커 행성이 받는 영향은 아주 작다.
또 스윙바이를 이용하려면 행성의 움직임을 찾고 계획을 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우주탐사계획을 짜는 것을 ‘미션 플래닝’이라고 한다. 스윙바이는 아무 때나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수 년에서 수십 년에 한 번 있는 행성의 위치 조합을 찾아 정확한 시기에 우주탐사선을 발사해야 한다.
스윙바이, 태양계 탐사의 빛이 되다
외행성 탐사 등의 임무를 맡고 1977년 발사돼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 2호와 1998년에 토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카시니호는 스윙바이를 최대로 이용한 대표적인 우주탐사선이다.
특히 보이저 2호의 경우 목성과 토성, 해왕성, 천왕성 등 4개 행성의 공전궤도를 이용했다. 보이저 2호는 지구 공전속도를 이용해 초속 36km로 발사됐고, 목성을 지날 즈음 속도가 10km로 떨어졌다. 하지만 목성에서 스윙바이를 해 초속 28km가 됐다. 이후 토성에서도 초속 약 14km, 천왕성과 해왕성에서도 각각 3km, 8km의 속도를 얻었다. 행성의 중력이 클수록 스윙바이 때 얻을 수 있는 속도도 크다.
카시니호 역시 네 번의 스윙바이를 거쳐 2004년 2억7000만km 떨어진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메탄호수를 촬영했다. 카시니호는 금성에서 두 차례, 지구와 목성에서 각각 한 차례씩 스윙바이를 했다. 지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우주과학자와 환경론자사이에서 찬반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구 공전 속도에 영향을 미칠 우려 때문이었다. 방 교수는 “계산 결과, 지구가 받는 속도의 영향이 0에 가까워 예정대로 실행됐다”고 설명했다.
스윙바이는 결코 쉽지 않은 방식이다.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달 탐사항행운영팀 연구원은 “궤도를 잘못 계산해 스쳐가야 할 행성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면 탐사선이 추락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계산상의 위험거리보다 수십만 km 떨어진 위치를 지나가도록 여유를 둔다”고 말했다. 태양의 중력과 행성의 중력이 같아지는 지점, ‘라그랑주점’보다 행성에서 약간 먼 위치로 우주탐사선을 보낸다.
심우주탐사 가능케 할 미래엔진
텅 빈 공간의 우주에서는 스윙바이를 할 행성을 찾기도 어렵고 행성을 찾는다고 해도 움직임을 고려해 우주탐사선의 궤도를 설정하기 힘들다. 우주선 자체의 추진력, 엔진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이온을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 이온엔진이다.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 뒤 이 전기로 저장된 연료를 이온화한다(양 또는 음 전하가 생긴다). 이 이온을 전기장 안에서 가속시켜 발사해 추진력을 얻는 게 이온엔진이다. 이온엔진은 분자량이 큰 화학연료 대신 크세논 같은 비활성기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중량이 가볍다. 전기식 이온엔진의 연비는 화학연료엔진의 10배 정도다. 일반 화학엔진에 비해 단일 추진력은 매우 약하지만 연료량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 년까지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가 점점 누적돼 더 빨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연료식 추진으로 하면 달까지 가는 데 200kg 이상의 연료로 2~3일이 걸린다. 반면 2003년 9월에 발사한 유럽우주국(ESA)의 달 궤도 위성 스마트-1은 태양전기식 이온엔진을 이용해 단 80kg의 연료로 2004년 11월 달궤도에 도착한 뒤, 여러 임무를 수행했다. 최근 일본항공우주연구기구(JAXA)가 발사한 하야부사 2호 탐사선에도 이온엔진이 장착됐다.
방 교수는 “최소 메가와트급의 원자력을 이용해 몇 년간 가속하면, 이론적으로 빛의 속도의 10분의 1을 내는 우주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어울리는 엔진이다.
또 스윙바이를 이용하려면 행성의 움직임을 찾고 계획을 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우주탐사계획을 짜는 것을 ‘미션 플래닝’이라고 한다. 스윙바이는 아무 때나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수 년에서 수십 년에 한 번 있는 행성의 위치 조합을 찾아 정확한 시기에 우주탐사선을 발사해야 한다.
스윙바이, 태양계 탐사의 빛이 되다
외행성 탐사 등의 임무를 맡고 1977년 발사돼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 2호와 1998년에 토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카시니호는 스윙바이를 최대로 이용한 대표적인 우주탐사선이다.
특히 보이저 2호의 경우 목성과 토성, 해왕성, 천왕성 등 4개 행성의 공전궤도를 이용했다. 보이저 2호는 지구 공전속도를 이용해 초속 36km로 발사됐고, 목성을 지날 즈음 속도가 10km로 떨어졌다. 하지만 목성에서 스윙바이를 해 초속 28km가 됐다. 이후 토성에서도 초속 약 14km, 천왕성과 해왕성에서도 각각 3km, 8km의 속도를 얻었다. 행성의 중력이 클수록 스윙바이 때 얻을 수 있는 속도도 크다.
카시니호 역시 네 번의 스윙바이를 거쳐 2004년 2억7000만km 떨어진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메탄호수를 촬영했다. 카시니호는 금성에서 두 차례, 지구와 목성에서 각각 한 차례씩 스윙바이를 했다. 지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우주과학자와 환경론자사이에서 찬반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구 공전 속도에 영향을 미칠 우려 때문이었다. 방 교수는 “계산 결과, 지구가 받는 속도의 영향이 0에 가까워 예정대로 실행됐다”고 설명했다.
스윙바이는 결코 쉽지 않은 방식이다.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달 탐사항행운영팀 연구원은 “궤도를 잘못 계산해 스쳐가야 할 행성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면 탐사선이 추락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계산상의 위험거리보다 수십만 km 떨어진 위치를 지나가도록 여유를 둔다”고 말했다. 태양의 중력과 행성의 중력이 같아지는 지점, ‘라그랑주점’보다 행성에서 약간 먼 위치로 우주탐사선을 보낸다.
심우주탐사 가능케 할 미래엔진
텅 빈 공간의 우주에서는 스윙바이를 할 행성을 찾기도 어렵고 행성을 찾는다고 해도 움직임을 고려해 우주탐사선의 궤도를 설정하기 힘들다. 우주선 자체의 추진력, 엔진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이온을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 이온엔진이다.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 뒤 이 전기로 저장된 연료를 이온화한다(양 또는 음 전하가 생긴다). 이 이온을 전기장 안에서 가속시켜 발사해 추진력을 얻는 게 이온엔진이다. 이온엔진은 분자량이 큰 화학연료 대신 크세논 같은 비활성기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중량이 가볍다. 전기식 이온엔진의 연비는 화학연료엔진의 10배 정도다. 일반 화학엔진에 비해 단일 추진력은 매우 약하지만 연료량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 년까지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가 점점 누적돼 더 빨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연료식 추진으로 하면 달까지 가는 데 200kg 이상의 연료로 2~3일이 걸린다. 반면 2003년 9월에 발사한 유럽우주국(ESA)의 달 궤도 위성 스마트-1은 태양전기식 이온엔진을 이용해 단 80kg의 연료로 2004년 11월 달궤도에 도착한 뒤, 여러 임무를 수행했다. 최근 일본항공우주연구기구(JAXA)가 발사한 하야부사 2호 탐사선에도 이온엔진이 장착됐다.
방 교수는 “최소 메가와트급의 원자력을 이용해 몇 년간 가속하면, 이론적으로 빛의 속도의 10분의 1을 내는 우주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어울리는 엔진이다.
유럽우주기구가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기지에서 발사한 스마트-1 달 탐사선에 장착된
이온엔진의 가동모습을 그린 상상도. 스마트-1호는 달에서 3년간의 임무를 마친 뒤, 2006년 9월
달 남반구 표면 화산분화구인 ‘엑설런스 호수’와 충돌한 뒤 소멸됐다.
+더 읽을거리
i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보이저 1, 2호, ‘인터스텔라’ 여행길에서 성간구름 만 날 예정’(2017.2)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702N017
‘아홉 번째 행성을 찾아서’(2016.3)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603N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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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1, 2호, ‘인터스텔라’ 여행길에서 성간구름 만 날 예정’(20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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