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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국내 최고 높이, 롯데월드타워는 바람에 안전할까



3월 22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 ‘서울스카이’가 개장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지상 123층, 지하 6층 건물이며, 건물의 높이는 555m에 달한다. 서울스카이 전망대는 123층에 위치한다. 그리고 곧 롯데월드타워에서 멀지 않은 삼성동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세우는 105층, 높이 569m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렇게 바뀌어가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에 시민들은 신기함과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저렇게 높은 건물이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서 안전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지진에 위험한 것은 낮은 건물들이다. 고층건물을 위협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바람이다.


낮은 건물이 오히려 지진에 취약한 이유
일단 ‘톡’ 하면 흔들릴 것 같은 초고층 건물이 어떻게 지진의 위협에서 자유로운지부터 알아보자. 그 이유는 ‘고유 진동수’에 있다. 모든 물체들은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것과 같은 진동수의 힘이 외부에서 가해지면 진폭이 증폭되면서 에너지가 커지는 ‘공진’ 현상을 일으킨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답을 찾았을 것이다. 지진의 진동수와 동일한 진동수를 갖는 건물이 지진에 취약하다.

지진은 서로 다른 진동수와 진폭을 갖는 파(wave)의 합으로 이뤄져 있는데, 진동수가 큰 성분대에 진폭이 큰 지진파(에너지가 크다)가 분포하고 있다. 고층 건물은 저층 건물보다 주기가 길고, 진동수는 작다. 즉, 높이가 높은 건물이 저층 건물에 비해 지진과 공진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낮다.

고층 건물을 위협하는 공포의 소용돌이 하지만 바람은 전혀 다르다. 바람이 위험한 이유는 소용돌이(볼텍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건물에 수직으로 불던 바람이 모서리에 부딪히게 되면 순간적으로 회전 에너지를 받으면서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마치 겨울 빙판길 위에서 갑자기 핸들을 꺾으면 차가 빙그르 도는 것과 마찬가지다.


블록 형태
테이퍼드 구조​

마치 블록을 쌓아 올린 것 같은 구조로, 위로 갈수록 가늘어 진다. 건물의 표면에 붙어 있는 장식물들도 소용돌이를 막는 요소들이다.


소용돌이는 건물을 미는 힘뿐만 아니라 잡아 당기는 힘을 발생시킨다. 모든 건축물은 수평으로 미는 힘(압력)에는 강하지만 잡아 당기는 힘(장력)에는 취약하다. 교량을 생각하면 양쪽에서 가운데로 미는 힘에는 잘 견디지만 잡아 당기는 힘에는 매우 약하다. 그래서 미는 힘만이 작용하는 아치 형태의 교량이 구조적으로 안정하다.

그런데 건물 곁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는 당기는 힘이 훨씬 강하다. 소용돌이가 건물을 밀었다 잡아 당길때, 당기는 힘이 미는 힘의 4~10배에 달한다. 게다가 이 과정은 바람이 불 때마다 끊임없이 반복된다. 김영문 전북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철사를 구부렸다 폈다를 계속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며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 밀었다 잡아당겼다를 반복하면 건물의 강도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바람을 막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건물의 구조
를 일정하고 반복적인 소용돌이가 만들어질 수 없게 설계하거나, 바람에 의한 흔들림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 댐퍼(Damper)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댐퍼를 사용하는 것은 최후의 보루로, 되도록 초기 단계에 바람에 강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선형 구조

90°, 180°, 270°, 360° 등 다양한 각도로 휘어진 형태다. HSB 터닝 토르소의 내부 구조를 보면 위로 올라가면서 단면이 조금씩 틀어져 있다.


바람에 강한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바람에 강한 건물은 어떻게 생겼을까. 일본 도쿄폴리테크닉대 유키오 타무라 교수(국제풍공학회 전 회장)는 고층 건물의 형태를 7가지로 분류해 형태에 따라 바람에 의한 전도 모멘트(물리량을 분포까지 고려한 수치)와 건물이 받는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풍동 실험(41쪽 박스 참고)을 통해 측정했다. 전도 모멘트는 구조물을 밀어 넘어뜨리게 하는 외력 모멘트의 합을 말한다. 두 값이 크면 상대적으로 바람에 취약한 건물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연구팀이 나눈 7가지 건물의 형태는 ①기본적인 형태(직육면체, 원통 등) ②모서리가 변형된 형태(모서리가 둥글거나 톱니모양인 경우 등) ③건물이 기울여진 형태 ④상층부로 갈수록 가늘어지는(테이퍼드) 형태 ⑤나선형 ⑥건물 상층부가 뚫려있는 형태 그리고 마지막으로 ①~⑥번 형태가 두 개 이상 조합된 형태(⑦)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전도 모멘트는 ④번 형태 중 옆 면이 4개인 건물과, 아래는 큰 블록, 위로 갈수록 작은 블록이 쌓이며 점점 가늘어진 형태의 건물이 값이 작았다. 여기에 모서리까지 둥글거나 톱니 형태면 전도 모멘트 값은 더 작아졌다. 상층부가 뚫려있는 ⑥번의 경우, 뚫려있는 부분은 전도 모멘트가 작았지만, 이것이 전체 건물의 전도 모멘트를 줄여주지는 못했다. 반면, ④번 형태 중 옆 면이 2개인 건물(긴 자 모양)과 ⑤번 유형 중 직육면체가 180°로 꼬인 형태의 건물은 오히려 평범한 직육면체 건물보다도 값이 컸다.

건물이 받는 에너지에 대해서는 모서리가 변형된 ②번 유형과 ④번에 속하는 4면 건물, 블록을 쌓은 듯한 형태의 건물의 값이 눈에 띄게 작았다.


오픈형 구조
건물의 중간이 뚫려있는 구조로, 뚫린 구멍 사이로 바람이 통과하면서 소용돌이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두 수치 모두 작은 값을 기록한 것은 모서리가 깎인 블록 형태의 테이퍼드 구조였다. 대만의 ‘타이페이금융센터(타이페이101)’ 건물이 정확하게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38쪽 사진). 대나무를 형성화했다고 알려졌지만, 단순히 미학적인 이유만으로 이런 구조를 갖게 된 것이 아니었다.


풍동 실험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롯데월드타워는 4면으로 이뤄진 사각뿔 형태로 상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테이퍼드 구조다. 건물의 단면 역시 모서리를 깎아내 바람의 소용돌이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GBC의 조감도를 보면 단면이 정사각형인 직육면체의 형태다. 김 교수는 “구조뿐만 아니라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서 바람의 영향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논현역에 있는 한스킨 건물이 대표적이다. 이 건물의 표면은 작은 원이 반복적으로 뚫려 있다.

테이퍼드 구조가 바람에 강하다고 해서 건물을 사각뿔 형태로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김영문 전북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2002년, 테이퍼드 구조에서 가장 아랫면과 윗면의 변의 길이 비율(테이퍼링 비율)에 따른 바람의 영향을 실험해 국제학술지 ‘풍공학과 공기역학’에 발표했다(doi:10.1016/S0167-6105(02)00286-6). 그 결과 바람이 건물의 정면으로 불어올 때는 예상대로 테이퍼링 비율이 작을수록(위·아래 길이의 차이가 클수록) 바람에 잘 견뎠지만, 측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이런 경향성이 깨졌다.

김 교수는 “상층부를 너무 좁게 만들면 건물 전체의 강성(변형에 저항하는 성질)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건물을 짓기 전 풍동 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도시 건설에도 ‘바람’이 중요
남쪽 지방 전주에는 거대한 풍동실험센터가 있다. 전북대 안에 위치한 이 실험센터는 2009년 총 8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들었다. 설립된 이후 고층 건물과 교량 등 여러 건축물들의 안전성을 검사해왔다.

봄 기운이 만연한 3월 15일에도 실험센터에서는 풍동 실험이 한창이었다. 실험센터는 총 두 층으로 이뤄져 있다. 기자가 먼저 방문한 2층 실험실은 폭이 5m, 높이 12.5m, 최대 풍속 초속 30m로 주로 건물의 안전성 검사를 한다. 좀 더 규모가 큰 1층 실험실에서는 특정 지역에 바람이 통과하는 길을 확인하거나, 유해 물질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관찰하는 실험 등 다양한 연구를 한다. 이 날은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있었다. 실제 아파트 단지의 모형을 300분의 1로 줄인 작은 모형을 턴테이블 위에 놓고 거대한 송풍기 5대를 작동시킨다.

바람이 모든 방향에서 불 때를 고려해야 하는데, 선풍기를 옮길 수는 없으니 건물 모형을 360° 회전시키는 것이다.

바람에 대한 안전성을 검사할 때는 건물 주변의 건물이나 지형까지 모두 고려한다. 보통 건물 높이의 4배 정도 되는 거리 안에 있는 조형물이 대상이다. 2015년에는 주변에 나무까지 포함시켜야 좀 더 정확한 안전성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김영문 전북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풍동 실험을 하는 데 예산이 꽤 많이 든다”며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성을 고루 검토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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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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