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파충류의 공통조상과 유사한 에우파르케리아.
파충류에서 귀의 진화 과정을 밝히기 위해 필자가 연구한 종이다.
왼쪽 사진은 지배파충류에 속하는 시모스쿠스(위)와 프테라노돈(아래)이다.
파충류에서 귀의 진화 과정을 밝히기 위해 필자가 연구한 종이다.
왼쪽 사진은 지배파충류에 속하는 시모스쿠스(위)와 프테라노돈(아래)이다.
청각은 시각이나 후각 못잖게 생존에 중요하다. 고생물학자들은 서로 다른 음을 구별하고 몸의 균형을 잡게 해주는 귀가 고생대 말부터 진화했다고 추정해 왔는데, 귀는 화석으로 잘 남지 않아 그 동안 연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2억5000만 년 전 살았던 파충류의 두개골을 분석해 귀의 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냈다.
2억3000만 년 전, 모든 땅이 한 데 모여 있는 지구에는 초대륙 판게아만 있었다. 그리고 이 땅을 지배한 동물 무리가 있었다. 바로 아르코사우리아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에드워드 코프가 1869년 만든 단어로, ‘지배(하는)파충류’라는 의미다. 지배파충류는 현생 조류와 악어 등 1만 종 이상의 육상 척추 동물을 포함하는, 가장 다양하고 포괄적인 계통이다. 여기에는 멸종한 공룡도 모두 포함된다(사실 현생 조류도 공룡이다. 즉 티라노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트리케라톱스 같은 공룡들은 다른 척추동물 계통보다 닭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태도 무척 다양하다. 프테라노돈 같은 익룡을 비롯해 초식성의 시모스쿠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아라리페스쿠스, 수생 지느러미를 가진 메트리 오린쿠스 등 다양한 악어의 친척이 포함돼 있다. 지금은 전부 멸종했지만, 한 때는 1억 5000만 년 이상 육지를 호령했다.
고생물학자들은 지배파충류의 성공 요인으로 민첩성을 꼽는다. 지배파충류는 몸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몹시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와 익룡은 심지어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동물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해 가는 동안 지배파충류는 살아남아 성공적으로 번성할 수 있었다. 또 이들은 공기의 떨림, 즉 소리를 들을 줄 알았다. 청력은 특히 새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발달시키는 데 필수였을 것이다. 현대의 새들이 노래하고 지저귈 수 있는 건, 이들의 조상인 공룡이 당시 새롭게 얻은 능력인 청력을 기반으로 레퍼토리를 작곡해둔 덕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은 속귀(달팽이관, 반고리관 등으로 구성된, 귀의 가장 깊숙한 부분)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장기가 그렇듯, 말랑말랑한 속귀도 화석으로 잘 남지 않는다. 인류는 여전히 속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류의 옆줄만 갖고 있었던 조상들
오늘날의 포유류와 파충류 등 모든 육상 척추동물은 청력이 잘 발달해 있다. 그러나 동물들의 귀는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당시 막 육상으로 올라온 동물들에게는 물속 진동을 감지하는, 오늘날 어류의 ‘옆줄’만 있었다. 공기를 울리는 음파보다 땅을 울리는 진동을 감지하는 데 더 적합했다.
2억3000만 년 전, 모든 땅이 한 데 모여 있는 지구에는 초대륙 판게아만 있었다. 그리고 이 땅을 지배한 동물 무리가 있었다. 바로 아르코사우리아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에드워드 코프가 1869년 만든 단어로, ‘지배(하는)파충류’라는 의미다. 지배파충류는 현생 조류와 악어 등 1만 종 이상의 육상 척추 동물을 포함하는, 가장 다양하고 포괄적인 계통이다. 여기에는 멸종한 공룡도 모두 포함된다(사실 현생 조류도 공룡이다. 즉 티라노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트리케라톱스 같은 공룡들은 다른 척추동물 계통보다 닭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태도 무척 다양하다. 프테라노돈 같은 익룡을 비롯해 초식성의 시모스쿠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아라리페스쿠스, 수생 지느러미를 가진 메트리 오린쿠스 등 다양한 악어의 친척이 포함돼 있다. 지금은 전부 멸종했지만, 한 때는 1억 5000만 년 이상 육지를 호령했다.
고생물학자들은 지배파충류의 성공 요인으로 민첩성을 꼽는다. 지배파충류는 몸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몹시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와 익룡은 심지어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동물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해 가는 동안 지배파충류는 살아남아 성공적으로 번성할 수 있었다. 또 이들은 공기의 떨림, 즉 소리를 들을 줄 알았다. 청력은 특히 새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발달시키는 데 필수였을 것이다. 현대의 새들이 노래하고 지저귈 수 있는 건, 이들의 조상인 공룡이 당시 새롭게 얻은 능력인 청력을 기반으로 레퍼토리를 작곡해둔 덕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은 속귀(달팽이관, 반고리관 등으로 구성된, 귀의 가장 깊숙한 부분)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장기가 그렇듯, 말랑말랑한 속귀도 화석으로 잘 남지 않는다. 인류는 여전히 속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류의 옆줄만 갖고 있었던 조상들
오늘날의 포유류와 파충류 등 모든 육상 척추동물은 청력이 잘 발달해 있다. 그러나 동물들의 귀는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당시 막 육상으로 올라온 동물들에게는 물속 진동을 감지하는, 오늘날 어류의 ‘옆줄’만 있었다. 공기를 울리는 음파보다 땅을 울리는 진동을 감지하는 데 더 적합했다.
그러나 일단 육지로 올라오자, 파충류는 속귀를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음파를 듣기에 적합하도록 점점 복잡해졌다. 음파가 고막에 전달된 뒤, 연골을 통해 등자뼈로 전달된다. 등자뼈는 속귀가 있는 방인 미로골낭의 타원형 구멍에 붙어 있다. 즉, 음파로 인해 등자뼈가 움직이면, 속귀 안에 있는 액체가 진동하면서 달팽이관 속 청각세포를 자극한다. 최종적으로 뇌에 연결된 청신경을 자극하면 뇌가 소리를 감지하게 된다. 등자뼈가 반대로 움직이면 체액과 조직이 원래 위치로 되돌아 온다.
이 때 머리뼈에 난 또 다른 구멍을 통해 음파가 빠져 나간다(압력 완화). 이 메커니즘이 있어야 소리끼리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뇌가 서로 다른 음을 구별할 수 있다. 새와 악어에서 발견된다. 만약 이 구멍이 없으면 또 다른 구조물이 부분적으로 압력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파충류에서는 미로골낭 바로 뒤에 있는, 세 개의 뇌 신경이 지나는 통로 구멍이 이 역할을 대신 한다.
귀는 균형감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빙글빙글 돌면 속귀의 반고리관이 흔들리면서 어지럼을 느낀다. 모든 턱뼈를 가진 척추동물의 귀에는 전치부, 후부, 측방에 세 개의 반고리관이 있다. 머리와 몸의 움직임을 감지해, 이를 목과 눈의 근육을 제어하는 신경다발에 전달한다. 사냥이나 비행을 할 때 목표를 뚜렷하게 보고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긴 달팽이관과 반고리관을 발달시키다
우리 연구팀은 두뇌와 귀의 진화 과정을 밝히기 위해 에우파르케리아(Euparkeria capensis) 화석을 조사했다. 에우파르케리아는 몸길이가 1m가량인 도마뱀처럼 생긴 파충류로, 약 2억5000만 년 전(트라이아스기) 남아프리카에 살았다. 에우파르케리아 화석은 모든 지배파충류의 공통 조상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어서, 1913년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고생물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즉, 에우파르케리아를 조사하면 지배파충류 조상의 생태를 알 수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에우파르케리아의 머리뼈를 자세히 분석했다. 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리고 지배파충류의 공통 조상과 에우파르케리아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귀가 어떤 도움이 됐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이전에도 과학자들이 에우파르케리아 머리뼈를 관찰한 적이 있지만, 컴퓨터 단층(CT) 촬영을 한 건 필자의 연구팀이 처음이다. 머리뼈를 3D 모델로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다. 무엇보다, 뼈의 내부를 볼 수 있다. 잘 보존된 머리뼈를 분석하면 초기 파충류의 속귀까지 관찰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발견된 에우파르케리아 화석 전부를 이 방법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이전 시대 파충류보다 달팽이관이 상당히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팽이관이 길어지면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감지하는 청각세포가 생기면서 더 다양한 음을 들을 수 있다. 새에서 발견되는 압력 완화 기관은 없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미로골낭 바로 뒤에 있는 구멍이 속귀와 통하는 영역이 더 넓었다. 그만큼 소리의 충돌이 줄고, 그 결과 이전 시대의 파충류보다 더 높은 주파수와 낮은 주파수의 음들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균형감각에 중요한 반고리관도 이전 시대의 파충류보다 길었다. 에우파르케리아가 훨씬 활동적이고 민첩한 동물이었다는 뜻이다. 지배파충류의 사지 뼈에서도 이런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공룡과 현생 조류들은 몸통을 꼿꼿하게 세운 채 달릴 수 있도록 사지 뼈가 적응했다(인간과 다른 포유류도 이런 적응을 했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꼿꼿한 자세를 취하면, 현생 도마뱀처럼 사지를 사방으로 내뻗는 것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바로 설 수 있도록 진화한 사지 뼈 덕분에 더 무거운 몸무게도 지탱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배파충류는 몸집을 더 키워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더 다양한 형태로도 진화했다. 예를 들어, 목이 긴 초식동물인 용각류 공룡 같은,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육상 동물이 나타났다. 하늘을 나는 두 계통의 생물로도 분화했다. 새와, 프테로사우루스 같은 익룡이다. 프테로사우루스는 ‘하늘을 지배한 파충류’로 꼽힐 만큼 성공적으로 번성했다.
놀랍게도 지배파충류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귀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들은 더 민감해진 청력과 균형감각을 이용해 다른 동물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감을 사냥할 수 있었다. 속귀의 진화는 지배파충류의 조상이 번성하는 데 중요한 비결이었다.
이 때 머리뼈에 난 또 다른 구멍을 통해 음파가 빠져 나간다(압력 완화). 이 메커니즘이 있어야 소리끼리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뇌가 서로 다른 음을 구별할 수 있다. 새와 악어에서 발견된다. 만약 이 구멍이 없으면 또 다른 구조물이 부분적으로 압력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파충류에서는 미로골낭 바로 뒤에 있는, 세 개의 뇌 신경이 지나는 통로 구멍이 이 역할을 대신 한다.
귀는 균형감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빙글빙글 돌면 속귀의 반고리관이 흔들리면서 어지럼을 느낀다. 모든 턱뼈를 가진 척추동물의 귀에는 전치부, 후부, 측방에 세 개의 반고리관이 있다. 머리와 몸의 움직임을 감지해, 이를 목과 눈의 근육을 제어하는 신경다발에 전달한다. 사냥이나 비행을 할 때 목표를 뚜렷하게 보고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긴 달팽이관과 반고리관을 발달시키다
우리 연구팀은 두뇌와 귀의 진화 과정을 밝히기 위해 에우파르케리아(Euparkeria capensis) 화석을 조사했다. 에우파르케리아는 몸길이가 1m가량인 도마뱀처럼 생긴 파충류로, 약 2억5000만 년 전(트라이아스기) 남아프리카에 살았다. 에우파르케리아 화석은 모든 지배파충류의 공통 조상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어서, 1913년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고생물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즉, 에우파르케리아를 조사하면 지배파충류 조상의 생태를 알 수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에우파르케리아의 머리뼈를 자세히 분석했다. 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리고 지배파충류의 공통 조상과 에우파르케리아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귀가 어떤 도움이 됐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이전에도 과학자들이 에우파르케리아 머리뼈를 관찰한 적이 있지만, 컴퓨터 단층(CT) 촬영을 한 건 필자의 연구팀이 처음이다. 머리뼈를 3D 모델로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다. 무엇보다, 뼈의 내부를 볼 수 있다. 잘 보존된 머리뼈를 분석하면 초기 파충류의 속귀까지 관찰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발견된 에우파르케리아 화석 전부를 이 방법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이전 시대 파충류보다 달팽이관이 상당히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팽이관이 길어지면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감지하는 청각세포가 생기면서 더 다양한 음을 들을 수 있다. 새에서 발견되는 압력 완화 기관은 없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미로골낭 바로 뒤에 있는 구멍이 속귀와 통하는 영역이 더 넓었다. 그만큼 소리의 충돌이 줄고, 그 결과 이전 시대의 파충류보다 더 높은 주파수와 낮은 주파수의 음들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균형감각에 중요한 반고리관도 이전 시대의 파충류보다 길었다. 에우파르케리아가 훨씬 활동적이고 민첩한 동물이었다는 뜻이다. 지배파충류의 사지 뼈에서도 이런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공룡과 현생 조류들은 몸통을 꼿꼿하게 세운 채 달릴 수 있도록 사지 뼈가 적응했다(인간과 다른 포유류도 이런 적응을 했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꼿꼿한 자세를 취하면, 현생 도마뱀처럼 사지를 사방으로 내뻗는 것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바로 설 수 있도록 진화한 사지 뼈 덕분에 더 무거운 몸무게도 지탱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배파충류는 몸집을 더 키워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더 다양한 형태로도 진화했다. 예를 들어, 목이 긴 초식동물인 용각류 공룡 같은,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육상 동물이 나타났다. 하늘을 나는 두 계통의 생물로도 분화했다. 새와, 프테로사우루스 같은 익룡이다. 프테로사우루스는 ‘하늘을 지배한 파충류’로 꼽힐 만큼 성공적으로 번성했다.
놀랍게도 지배파충류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귀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들은 더 민감해진 청력과 균형감각을 이용해 다른 동물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감을 사냥할 수 있었다. 속귀의 진화는 지배파충류의 조상이 번성하는 데 중요한 비결이었다.
에우파르케리아 화석이 처음 발견된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은 에우파르케리아가 오르니토수키아 같은 육상에 살던 악어의 조상뿐만 아니라, 조류의 조상과도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동물들의 모든 해부학을 현대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이론은 반박됐는데, 남아프리카의 과학자 요한 웰멘이 1995년에 다시 부활시켰다. 그가 에우파르케리아와 새가 비슷하다고 주장하면서 든 근거 중 하나는, 커다란 타원창(가운데귀와 속귀 사이에 있는 타원형 구멍)이다. 하지만 필자의 연구팀이 에우파르케리아와 현생 조류, 멸종한 공룡, 악어, 악어의 조상 등을 서로 비교한 결과, 에우파르케리아의 타원창이 특별히 크다는 결론을 얻지 못했다. 설사 타원창이 정말 크다고 하더라도 ‘크다’라는 특성이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 사이에 진화적 관계가 있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 ‘작다’와 ‘크다’ 사이에 명확한 기준이 없고, 개체별로도 크기가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팀은 에우파르케리아가 새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가계도에서 에우파르케리아의 가장 적절한 위치는, 여전히 지배파충류 조상의 위치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