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잘 버텨냈다고 위로하듯 지천에 꽃이 가득 피어났습니다. 춘곤증 탓에 자꾸 졸리고, 괜히 마음도 싱숭생숭해지는 봄입니다. 그러나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들 하죠. 교정에서 꽃이 난장을 벌이거나 말거나 중간고사는 하루하루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 여러분. 낭만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청춘이 아깝잖아요. 꽃구경을 떠나는 게 어렵다면, 꽃차라도 한 잔 마시며 봄을 즐겨 봅시다. 이때 해 볼 수 있는 마법 같은 실험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70℃ 안팎의 뜨거운 물을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예쁜 컵에 물을 부은 뒤에 당아욱 꽃을 4~5송이 정도 우리면 됩니다. 보랏빛 꽃송이를 물에 떨구면 파란 차가 우러나옵니다. 이제 마법을 부릴 차례입니다. 차에 레몬즙을 두세 방울 떨어뜨리세요. 레몬즙이 떨어진 곳이 분홍색으로 변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찻물 색과 어우러져 마치 푸른 하늘에 분홍색 구름이 뜬 것처럼 몽환적인 모습입니다.
색이 변하는 꽃차의 비밀은 안토시아닌에 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은 꽃이나 과일 등에 주로 들어 있는 색소입니다. 블루베리, 수국, 흑미 등 안토시아닌이 색을 낸 식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의 특징 중 하나는 수소이온농도(pH)에 따라 색이 바뀐다는 겁니다. 염기성 환경에선 푸른색, 중성에선 보라색, 산성에선 붉은색을 띠죠.
이 성질을 이용해 적양배추 속 안토시아닌을 우려 양배추 지시약을 만들기도 합니다. 당아욱 꽃차는 양배추를 우린 물보다 맛 좋고 예쁜(?) 지시약인 셈이죠. 레몬즙을 떨어뜨리자 찻물이 산성으로 바뀌면서 당아욱 꽃차의 안토시아닌이 붉은색으로 변한 겁니다. 레몬즙은 pH2의 산성 물질입니다. 마찬가지로 산성 물질인 식초, 사과즙, 구연산 등을 넣어도 결과는 같습니다. (맛은 레몬즙을 넣을 때가 가장 좋지만요.)
당아욱 꽃 외에도 나비완두콩(Butterfly pea) 꽃을 우려도 비슷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꽃은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됩니다. 식약처에서 지난 2월 23일 “나비완두콩 꽃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당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비완두콩에는 자궁수축을 촉진하는 성분이 있어 임신부들은 절대 섭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보라색 꽃이라고 해서 무작정 따다 우려 먹으면 큰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