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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갤럭시노트7 430만 대의 운명은?

출시와 동시에 전세계 곳곳에서 폭발사고를 일으킨 갤럭시노트7이 대부분 회수됐다.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회수한 휴대폰을 어떻게 처분할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재사용 가능한 부품을 선별하고 금속자원을 회수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과연 삼성전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지금까지 판매된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 306만 대 중 약 98%가 회수됐다(총 생산량은 430만 대). 2월 20일, 일부 언론은 삼성전자가 이를 핵심 부품은 그대로 두고 케이스와 배터리 등을 새롭게 바꿔 리퍼비시(refurbish, 재정비) 제품, 이른바 ‘리퍼폰’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해명했다.


리퍼비시 vs 금속 회수​
사실 리퍼비시는 갤노트7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재제조’ 혹은 ‘재사용’이라고 한다. 사용 후 제품을 분해해 세척, 검사, 보수, 재조립 등을 거쳐 다시 상품화하는 것이다. 녹이거나 파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물질 재활용과는 다르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전자기기를 처리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 중 재제조가 자원 절약이나 환경 보호 측면에서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 연구센터에 따르면, 재제조는 물질 재활용에 비해 자원 회수율은 25%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 이상 적다. 비용은 70% 이상 저렴하다.

재제조를 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으로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회로기판 등에서 금속 원소를 뽑아내 재활용하는 방법이다(재제조를 하는 경우, 발화 원인으로 지목돼 재활용이 불가능한 배터리를 이 방법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도시광산이라고 부른다. 이재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도시광산연구실 책임연구원은 “다 쓴 전자제품을 흔히 전자쓰레기나 산업폐기물이라고 부르지만, 산업 관점에서 보면 사실 천연광석과 동등하다”고 말했다.

도시광산은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한 산업으로 꼽히지만, 폐전자기기의 재활용률이 전세계적으로 20%를 밑돌아 도시광산 업체들이 ‘원료’를 구하기가 몹시 어렵다. 생산품 대부분이 회수된 갤노트7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독일의 환경 영향성 조사기관인 외코인스티튜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생산된 430만 대의 갤노트7에는 금 100kg, 은 1000kg, 코발트 2만kg, 팔라듐 20~60kg, 텅스텐 1000kg 등이 들어 있다.
 
 
“전량 매립? 현실성 없는 얘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부터 ‘갤럭시를 구하라’라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재사용 가능한 부품을 선별하고 금속자원을 회수할 것을 삼성전자에 요구해 온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회수한 갤럭시노트7을 폐기(매립)할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제조사가 성분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갤럭시노트7에 유해물질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휴대전화 인쇄회로기판(PCB)에는 보통 비소, 안티몬, 베릴륨, 카드뮴, 납, 리튬 등 유해금속이 들어 있다. LCD 액정에는 수은이 있고, 배터리나 충전기에도 유독 물질이 있다. 실제로 2012년 미국의 비영리 환경기관 에콜로지센터가 휴대폰 36종을 조사한 결과,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서 납, 브롬, 염소, 수은, 카드뮴이 나왔다. 만약 불법 매립되면 중금속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고, 야외에서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이 발생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직접적인 피해가 간다. 규제에 맞게 처리한다고 해도 문제다. 유해물질은 보통 배출 가능한 최대 농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총 생산량 430만 대를 처리하려면 몇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생산 원가가 상당할 텐데 그렇게 어마어마한 물량을 그냥 폐기 처분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삼성전자가 재활용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속을 뽑아내는 기술에는 크게 건식제련과 습식제련이 있다. 건식제련은 용광로에 녹여서 금속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동 광석과 스마트폰 부품을 용광로에 넣으면, 부품에 포함된 금, 은, 팔라듐 등이 동과 함께 녹아 나온다. 이를 다시 제련해 고순도의 금, 은, 동, 팔라듐을 만들 수 있다. 대량처리가 가능하고 복잡한 전처리 과정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들 금속 외에 이온화 경향이 큰 나머지 금속은 용광로 안에서 산화되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LS니꼬동제련이 이 방법을 쓴다.

스마트폰에 있는 나머지 금속을 모두 회수하려면 습식제련을 병행해야 한다. 산이나 알칼리에 금속을 녹여 분리한다. 이론적으로 적절한 용매만 있으면 모든 금속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가금속으로 만든 전극이 실리콘 기판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산과 금속을 만나게 하려면 잘게 부수는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습식제련을 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고려아연, 성일하이텍 등이 있다.


 

한국의 도시광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이유
신호정, 강홍윤, 정원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지원센터 연구팀이 2013년에 발표한 ‘도시광산 산업의 기술개발 중요성 및 향후 방향’에 따르면, 국내에서 추출한 금속 상당수는 해외(특히 일본)로 유출된다. 폐기물을 수집·운반하고 처리하는 업체들은 폐전자기기를 분해 및 파쇄만 한 뒤 금속을 뽑아낼 수 있는 업체로 판매하는데,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기업이 이 자원을 확보한다. 그런데 이 때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해외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국내에서 수집한 도시광석이 해외로 유출된다.
금속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기술은 천연광석으로부터 금속을 회수하는 기존의 기술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로 업체들은 천연광석 제련기술을 도시광산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광석보다 도시광산 자원의 종류와 함량, 존재 형태가 훨씬 다양하므로 도시광산에 특화된 기술 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



배터리 ‘갈아’ 용매에 ‘녹여’ 처리
성일하이텍은 특히 갤노트7의 발화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로부터 금, 은, 백금, 코발트, 팔라듐 등을 회수하는 업체다. 2월 9일, 전북 군산 공장을 찾았다. 직원들이 공장에 들어온 각종 배터리를 크기 별로 분리한 뒤, 폭발하지 않도록 방전시키고 있었다.

뒤쪽에 있는 커다란 기계는 끊임없이 배터리를 갈고 있었다. 배터리 양극을 이루는 양극활물질에 값비싼 금속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자력을 이용해 철 등을 빼내고, 비중 차이를 이용해 분리막처럼 가벼운 물질을 제거한다. 석탄처럼 새카만 양극활물질이 열처리를 거쳐 네모난 용기에 담겨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고 있었다.

이 원료를 습식공정에 넣으면, 관을 타고 다니면서 여러 용매를 거치게 된다. 황산이나 질산 등이 주 원료인 용매는 종류별로 서로 다른 금속을 녹인다. 이아름 성일하이텍 연구개발팀 선임연구원은 “용매의 성분비, 온도, pH, 관의 길이 등에 따라 추출되는 금속의 순도, 회수율 등이 민감하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습식제련의 핵심 기술인 셈이다. 이를 각각 농축하거나 다시 물에 녹인 뒤 환원제를 넣으면 금속 결정을 얻을 수 있다. 전세계 다양한 도시광산 업체들은 금, 은, 백금, 팔라듐, 코발트, 구리, 인듐, 인, 갈륨, 니켈, 몰리브덴, 바나듐, 탄탈, 납, 로듐 등을 회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이들 업체에 갤노트7을 팔기만 하면 되는 걸까. 환경단체나 도시광산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한국에 이보다 더 발전적인 선례를 남기기를 바라고 있다.


“재활용 용이한 ‘에코디자인’ 실현해야”
기술은 있지만, 갤노트7에 든 금속 전부를 회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천연광석 제련이 더 저렴한 경우다. 회수한 금속을 이용해 다시 소재를 만들 기업이 없는 경우에도 추출하지 않는다. 이재천 책임연구원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친환경적으로 목적 금속을 회수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대기업이 나서서 회수한 금속을 다시 구매해서 쓰는 등 자원이 순환할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가 궁극적으로 제품의 수리와 재활용이 쉽도록 설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에코디자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일체형 배터리처럼 향후 분리해서 재활용하기 쉽지 않은 디자인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 제조사들은 제품의 기능 구현(판매 중심)에만 관심이 있고, 재활용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스마트폰에 든 금속들
스마트폰에는 금, 은, 팔라듐 등 값비싼 금속이 많다.
이 자료는 예시이며, 갤럭시노트7의 금속 구성 비율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베릴륨과
리튬은 전자기기를 만들 때 필수인 금속인데도, 사용량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서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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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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