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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대작 영웅서기3의 인기 비결

게임 출시 3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 100만 건. 모바일게임 ‘영웅서기3-대지의 성흔’이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게임 용량은 2MB에 불과하다.
용량은 줄이면서 모바일게임의 완성도를 높인 비결은 뭘까.

게임 줄거리
마법을 사용하는 민족 ‘솔티안’이 사는 천공의 대륙 솔티아는 대대로 자신들을 지켜오던 ‘가디언’의 힘을 잃자 붕괴되기 시작했다. 솔티아를 공중으로 떠받치던 암석들이 무너져 내렸고 동시에 ‘비스트’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마물이 깨어나 도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솔티아 주민들은 봉인돼있던 ‘홀리 가디언’의 힘을 깨워 대지로 도망쳐 내려온다. 한편 대륙의 아스크라 왕국은 비스트가 나타나며 왕국을 이끌던 ‘레갈리스 교단’이 힘을 잃게 된다. 각 도시에선 왕국을 전복시키려는 독립군까지 나타나 왕국은 혼란에 빠진다. 아스크라 국민들은 모든 재앙의 원흉이 마법 민족 솔티안이라고 여겨 그들을 탄압하기 시작하며 두 왕국의 끊임없는 전쟁이 시작되는데….

지난해 9월 EA 모바일코리아에서 선보인 ‘영웅서기3-대지의 성흔’(이하 영웅서기3)은 출시 3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넘었으며, 현재는 150만 건에 이른다. 2005년 말 처음 출시된 ‘영웅서기-솔티아의 바람’은 8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즐겼다. 당시 출시된 모바일게임 중 50만 명 이상이 내려 받는 게임은 거의 없었다. 2006년 출시된 ‘영웅서기2-빙해의 검사’는 다운로드 횟수 140만, 2007년 선보인 ‘영웅서기제로-진홍의 사도’는 다운로드 170만 건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모바일게임계의 밀리언셀러
영웅서기3은 게임을 끝까지 즐기는데 보통 20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방대한 스토리 속에 게이머가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임무(퀘스트)를 녹여낸 정통 롤플레잉게임(RPG)이다. RPG는 게이머가 기사나 궁사, 마법사 같이 특정 직업(클래스)을 골라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주어진 임무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형태의 게임이다. 본래 RPG는 테이블에 앉아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보드게임에서 유래했다. 1974년 등장한 ‘던전스 앤 드래곤스’가 최초의 RPG로 불린다. 이 게임은 영국의 작가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이 쓴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나 뮤도 모두 RPG에 속한다.

영웅서기3에서 게이머는 주인공인 ‘케이’와 ‘리츠’ 중 한 명을 고른 뒤 총을 사용해 적과 싸우는 ‘건슬링어’나 호위기사인 ‘가디언나이트’ 등 총 10가지 중 원하는 직업으로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 영웅서기3은 탄탄한 스토리뿐 아니라 화려한 그래픽으로 게이머의 눈을 즐겁게 한다. 전투장면에서는 휴대전화 화면 가득 형형색색의 마법이 난무한다. 영웅서기3 그래픽 디자이너 이진섭 씨는 “전투할 때 화면에 나타나는 다양한 효과와 캐릭터가 부각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배경색을 차분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게임은 미세한 점(도트) 30~40개로 캐릭터 하나를 그린다. 그래서 점 하나만 색을 잘못 골라도 형태나 움직임이 어색하게 보일 수 있다. 이 씨는 “점 하나하나의 색까지 꼼꼼히 따져 캐릭터의 질감을 살리는데 주력했다”며 “마치 회화를 그린다고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영웅서기3은 리니지나 뮤 같은 온라인게임이 갖춘 재미 요소도 모두 담았다. 보스와 같은 강력한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매번 다른 무기나 장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희귀한 아이템인 ‘유니크 아이템’이나 ‘레어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에 빠져든다.

그런데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이나 플레이스테이션3, X-BOX 360 같은 콘솔게임과 달리 게임의 호흡이 짧다.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게이머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움직이면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웅서기3 기획자 김부강 씨는 “전투나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지만 동시에 게이머에게 강렬한 인상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웅서기3’ 이렇게 만들었다
모바일게임 개발과정은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게임기획,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래밍의 순서로 업무가 이뤄진다. 게임 기획자는 영화의 시나리오작가와 감독 역할을 동시에 한다. 게임 전체 줄거리를 구상하고 게임에서 나타내려는 세계관,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성 같은 기초 개념을 설정하는 게 기획자의 역할이다. 김부강 씨는 “영웅서기3은 전작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와 세계관 중에서 어떤 부분을 계승하고 어떤 부분을 바꿀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영웅서기 시리즈를 계속 즐겨온 마니아층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영웅서기3은 기존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기 위해 계승과 변화 중에 변화 쪽에 무게를 좀 더 실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전 시리즈보다 영웅서기3은 무기를 제련하거나 여러 가지 아이템을 모아 새로운 무기나 도구를 만드는 ‘조합’이 쉬워졌다. 적의 공격을 높은 확률로 피하거나 아예 차단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특화시킬 수 있게 된 점도 전작과 달라진 부분이다.

기획이 완성된 뒤에는 곧바로 그래픽 작업을 시작한다. 모든 디자이너가 모여 게임 기획을 바탕으로 회의에서 캐릭터의 이미지와 전체 배경에 대한 기본 개념을 정한다. 회의에서 나온 구상을 바탕으로 스케치 형식으로 간략하게 그림을 그린다. 그 뒤 결과물에 대해 모든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 보완을 한다. 이진섭 씨는 “캐릭터의 초기 스케치와 최종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수정이 완료되면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콘셉트 그림을 기초로 도트로 표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시안을 프로그래머가 실제 게임으로 옮기는 프로그래밍 작업이 이뤄진다.

스프라이트 툴과 코딩으로 용량 줄인다
모바일게임을 만들 때 개발자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용량이다. 영웅서기3은 휴대전화로 내려 받아 혼자 즐기는 싱글 게임의 경우 1.8MB이며 다른 게이머와 함께 즐기는 네트워크 게임도 2.4MB밖에 나가지 않는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1장 용량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어떻게 이렇게 적은 용량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제한된 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그래픽 작업 중 ‘거품’을 걷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진섭 씨는 “게임을 기획할 때부터 그래픽에 사용할 용량을 결정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취사선택과 강약조절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주인공 캐릭터와 사용자가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NPC)에 사용하는 색의 수나 묘사하는 정도가 다르다. 전투장면 같이 화려한 동작을 강조해야 하는 부분은 세밀하게 표현하며 단순한 이동이나 움직임은 최대한 간략히 표현해 용량을 줄인다. 그래서 NPC는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이더라도 동작이 단순한 경우가 많다.

일부 그림은 그림파일을 직접 사용하는 대신 프로그래머가 코딩을 해서 그린다. 그림을 많이 사용할수록 필요한 용량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화면 전체를 빨간색으로 가득 채우는 그림파일은 용량이 약 60KB 정도가 든다. 하지만 화면에 빨간색을 채우는 명령어를 코딩할 경우 필요한 용량이 약 300분의 1정도로 줄어들어 200B면 충분하다. 영웅서기3 프로그래머 김인환 씨는 “배경화면이나 하늘처럼 점·선·면으로 이뤄진 단순한 그림은 코딩으로 그려 용량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공격 방식을 표현하는 ‘스프라이트 툴’도 필요한 저장 용량을 크게 줄인다. 스프라이트 툴은 한정된 그림에서 필요한 데이터만 추출해 다양한 동작을 표현하는 도구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달리거나 움직이는 모습, 전투장면을 각각 애니메이션 같은 동영상 파일로 만들면 용량을 많이 차지한다. 그러나 스프라이트 툴은 한정된 그림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그림을 조합해 다양한 움직임이나 전투장면을 표현한다. 휴대전화 화면의 해상도 가 컴퓨터 모니터나 콘솔게임에 사용하는 TV보다 낮기 때문에 게임 구현에 용량이 적게 필요한 측면도 있다. 만약 모바일게임에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해상도가 200×200ppi(1인치당 픽셀 수)라면 모니터 해상도 1200×800ppi의 24분의 1인 셈이다.
영웅서기3의 인기 뒤에는 개발자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EA모바일코리아가 쌓아온 노하우가 있었다.

해상도
한 화면에 포함된 전체 픽셀 수. 가로와 세로의 픽셀을 곱해서 나타낸다. 예를 들어 1024×768은 화면을 가로 1024개, 세로 768개의 픽셀로 나타낸다는 뜻이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이미지가 깨끗하고 선명하지만, 단위면적당 점의 수가 많아져서 많은 양의 메모리를 차지하고 로딩속도가 느려진다.

영웅서기3 탄생의 산파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로봇이 가득한 책상에서 작업 중인 EA모바일코리아 개발자들은 활기가 넘쳤다. 영웅서기3는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게임 영웅서기3의 핵심 개발자 3명을 만났다.

기획자 김부강
“RPG는 물론이고 ‘킹 오브 파이터즈’ 같은 대전액션 게임에서 ‘드럼마니아’ ‘기타마니아’ 같은 리듬게임, ‘스타크래프트’까지 모든 게임을 좋아합니다.”
김부강 씨는 여러 가지 게임을 두루 즐기는 게임마니아다.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김 씨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하면 거의 지지 않는다.

직업의식일까, 게임을 즐겨서일까. 김씨는 영웅서기3 기획자답게 10개 직업 모두 ‘만렙’(최고레벨) 캐릭터를 직접 키웠다. 그런 김 씨도 영웅서기3 네트워크에 접속해 일반 게이머들하고 대전을 하면 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임의 매력이란 이런게 아닐까요? 게임 개발자인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캐릭터를 키워내는 게이머를 보면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마치 자식에게서 숨겨진 능력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김 씨와 게임의 인연은 중학교 때 시작됐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인 1990년대 초, 김 씨는 pc통신 ‘천리안’의 게임 제작 동호회 ‘생추어리’에서 활동하며 ‘알피지쭈꾸루’라는 RPG 제작 툴로 게임을 만들었다. 김 씨가 만든 ‘리볼트 소나타’나 ‘아더스 히어로즈’는 당시 RPG 제작자들 사이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금도 RPG 동호회나 고전게임 동호회에서는 김 씨의 게임을 찾는 사람이 많다.
김 씨는 “앞으로는 게이머와 함께 호흡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방식의 RPG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머 김인환
“하루 일과요? 하하, 아침에 오면 회사에서 준비한 김밥을 먹으며 모바일게임 관련 사이트에 들러 최신 게임에 대한 소식과 게이머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작업을 시작합니다.”
김인환 씨는 영웅서기3의 서버를 개발했다. 김 씨는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 및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처음에는 음성인식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모바일게임 관련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게임을 즐기는 것과 직업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많이 달랐습니다. 같이 학원을 다니던 사람들도 대부분 게임광이었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게임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버그를 찾아내 수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버그를 찾는 일은 꼬인 실타래를 푸는 일과 비슷하다”며 “프로그램 마감 일정이 다가오면 거의 날마다 야근과 밤샘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그를 찾아내 해결하면 힘들었던 기억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다만 좋아하는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해 아쉽죠.”
김 씨는 “지하철에서 영웅서기3를 즐기는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같은 게임을 모바일게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이진섭
“그림을 그릴 때 얼굴 묘사에만 신경을 쓰면 몸의 다른 부분과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이 잘 안될 땐 고민하기보단 잠시 잊고 한발 떨어져 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의 업무는 다른 개발자와 달리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계속 반복된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때마다 수정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디자이너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업무시간 외에는 일은 잊고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즐기려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를 관람하며 디자인에 필요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이 씨의 책상에는 게임 디자인과 관련한 일러스트북이 수북이 쌓여 있다. 평소에 많은 자료를 보며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고 기억해두면 작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하루 일과 중 항상 하는 일은 해외의 디자인관련 사이트를 방문하는 일이에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전반적인 디자인 트랜드를 알기 위해서죠.
앞으로는 디자인 부분과 함께 아이디어가 빛나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요.
닌텐도 위처럼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 꿈입니다.”

200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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