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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시대 感 테크놀로지

지난달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의 주제는 연결성이었다. 자동차와 드론, 가전을 사용자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켜주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대단한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것’이 없이는 인공지능도 사물인터넷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첨단 IT 기기의 핵심, 첨단센서 이야기다.

손바닥 위에 딸기 한 접시가 있다. 어떤 딸기가 가장 당도가 높을까. 답은 스마트폰에게 물어보면 된다. 지난 1월 8일 막을 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서 중국 창홍 사는 내부에 소형 분광기인 ‘스키오(SCiO)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H2를 선보였다(➊). 스키오 센서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면 물체에서 나오는 근적외선을 스캔해 2초 만에 성분을 분석해낸다. 이 센서는 비아그라와 같은 약의 성분이나, 몸의 체성분도 측정할 수 있다. 한 이스라엘 기업은 이 센서를 이용해 당뇨병과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식품을 스캔하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성분을 알려줘 영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작아진 센서, 침대 속으로 들어가다
센서는 사실 익숙한 기술이다. 고속도로에 차량이 진입하면 통행 카드가 나오고, 건물에 불이 나면 화재 경보가 울린다. 현관에 사람이 들어서면 자동으로 불이 켜진다. 센서는 이미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촉각, 시각, 청각, 후각과 같은 인간의 오감을 대신하려다보니 종류도 많다. 자기센서, 압력센서, 관성센서, 영상센서, 레이더센서, 형상인식센서, 화학센서, 광학센서, 적외선이미지센서…. 2015년 미국에서 열린 ‘T센서 서밋’에서는 일상에서 쓰이는 센서의 수가 머지않아 1조 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목할 점은 센서들이 이제는 시계나 신발, 안경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로 응용범위를 점점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착된 사실조차 느낄 수 없도록 작고 플렉시블한 센서를 만드는 게 요즘 트렌드죠.” 김희연 KAIST 나노종합기술원 나노구조기술개발부장은 소형화된 센서들이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서로 통신하며 사물인터넷(IoT) 같은 혁신을 실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CES 2017에서 메이필드 로보틱스 사가 선보인 지능형 로봇 ‘쿠리(Kuri)’를 보자(앞 쪽 ➋). 쿠리는 가족 구성원들을 인식해 말을 걸고, 가구와 같은 집안 곳곳의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다. 또 사용자가 만지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을 올려다본다. 순서대로 음성인식 센서, 영상 센서, 레이저를 이용한 형상인식 센서, 터치 센서 덕분이다.

CES 2017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슬립넘버 사의 인체공학침대 ‘슬립넘버 360’도 센서의 기능이 두드러졌다(앞 쪽 ➌). 침대 매트리스에 있는 압력센서가 사용자가 어디에 어떤 자세로 누워있는지 감지하고, 진동을 감지하는 센서가 코를 골거나 뒤척이는 정도를 알아낸다. 이런 정보를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의 수면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전송하도록 만들었다. 또 다른 수상작인 토비이 다이나복스 사의 PC ‘아이 미니’에는 시선추적 기술을 적용했다(앞 쪽 ➍). 손이나 음성을 이용하지 않고 눈으로만 컴퓨터 화면 스크롤을 내리고 PC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눈의 위치와 눈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근적외선센서 설계가 돋보인 제품이었다.

초소형·고감도 센서의 비밀, 3차원 구조
센서를 작게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열화상 카메라에 들어가는 적외선센서에서 빛을 흡수하는 면적이 줄면 감도가 떨어지고, 물질의 저항을 측정하는 센서의 경우 감지하는 부분이 작을수록 외부변화에 민감해 측정값이 들쑥날쑥해진다. 김 부장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요즘 출시되는 센서는 대부분 미세전자기계 시스템(MEMS, 멤스) 기술을 접목한 MEMS 센서라고 설명했다.

MEMS 센서는 만드는 방식은 일반 반도체 소자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반도체는 기판 표면에 1~2㎛(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두께로 물질을 쌓거나 깎는 반면, MEMS는 기판 위에 10~50㎛ 두께로 3차원 구조물을 쌓는다는 점이다. 건물의 층수는 1~2층으로 비슷한데, 지을 때 한 층의 높이를 높게 짓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김 부장은 “MEMS 센서의 핵심은 실리콘 기판으로부터 구조물을 띄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외선센서를 예로 들어보자. 열 감지 물질에 도달한 열을 측정해야하는데 자칫 이 열이 기판으로 전도돼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열을 감지하는 부분을 실리콘 기판으로부터 띄우면 이런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관성센서 역시 관성을 감지하는 센서의 상부가 좌우, xyz축으로 잘 흔들리게 하기 위해 높은 구조로 설계한다.

 
무섭게 추격하는 바이오센서
질병 진단과 치료에 적용하는 바이오센서(미세유체칩) 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바이오센서는 아미노산, 호르몬, 단백질, DNA, RNA 같은 물질을 내부의 ‘생체분자’와 반응시켜 측정하는 센서다. CES 2017에서 선보인 혈당 측정 손목밴드 ‘K’Track G’가 쉬운 예다(앞 쪽 ➎). K’Track G는 길이가 0.5nm인 아주 작은 바늘로 세포와 세포 사이에 흐르는 혈관외액(간질액)을 추출한다. 그리고는 포도당 산화효소가 들어있는 센서를 이용해 액체의 산성 정도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혈액을 추출하지 않기 때문에 통증이 없고,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황교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박사팀이 그래핀 위에 수십 ㎛ 패턴을 구현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앞 쪽 ➏). 지난해 3월에는 김일두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사람의 날숨을 통해 질병과 관련된 유기화합물 가스를 분석할 수 있는 미세유체칩을 만들었다.

이두진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OIST) 연구원팀은 실리콘 표면에 섬 모양의 금 나노입자 구조를 만들어서 민감도가 4배나 뛰어난 바이오센서를 개발해 ‘나노스케일’ 2016년 11월 17일자에 발표했다(doi:10.1039/C6NR07664E).

연구팀은 생체분자가 손상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플라즈마를 조사해 미세유체칩을 만들었다. 또 생체분자를 이용해 물질을 측정할 때 전하량의 변화뿐만 아니라 질량 변화도 동시에 측정해 정확도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실리콘 표면의 나노구조를 개선해 측정 민감도를 높였다. 이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바이오센서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감도와 신뢰성”이라며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면역분석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민감도 높은 미세유체칩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용화까지 15년… 첨단센서 꽃피려면?
첨단센서는 4차산업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첨단센서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첨단센서 시장은 매년 9.4%씩 성장해 2020년 176조325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시장을 현재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7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전세계 센서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비율은 단 1.7%. 적외선센서 같은 흔한 센서도 전량 수입해서 쓴다.

김희연 부장은 “센서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 최소 15~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센서를 개발하는 공정이 표준화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센서의 수가 1조 개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압력센서 하나를 개발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소재와 기술이 수십 가지씩 된다. 김 부장은 “공정을 표준화하면 개발 기간을 몇 년은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종합기술원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의 기업들이 센서를 연구할 수 있는 반도체 클린시설과 MEMS 장비를 갖추고 있다. 나노종합기술원은 이렇게 개발한 센서를 시제품으로 양산할 수 있는 시양산 시설 설립을 최근 정부에 제안했다. 김 부장은 “국내에서 MEMS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초”라며 “드디어 때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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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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