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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과학자들이 남성 출산율을 계산한 이유


행정자치부가 이른바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발표해 맹렬한 비난에 휩싸인 가운데, 독일의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남성의 출산율을 계산했다. 이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남성의 출산율을 계산했을까.

독일
막스플랑크 인구통계연구소 세바스찬 클루제너 박사와 크리스찬 듀델 박사는 1991년부터 2013년까지 독일의 출생 통계(1680만3484명)를 이용해,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 남성 여성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을 구했다. 합계출산율은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로, 연령별 출산율의 총합이다.

통계기법 활용해 父 연령 추정
나라를 불문하고, 출생에 관한 공식 통계에 어머니의 연령 정보는 거의 100%가 있다. 반면 아버지의 연령 정보는 누락돼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법적 혼인상태인 커플이 아니거나 아버지를 모르는 경우, 아기 아버지의 정보가 누락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에 문의한 결과 어머니의 연령은 출산순위별, 교
육수준별, 동거기간별, 아기 체중별, 임신기간별, 출생장소별, 쌍둥이 여부 등에 따른 다양한 통계에서 제시하는 반면, 아버지의 연령은 교육수준별 통계 한 곳에서만 제공하고 있었다. 또, 2015년 한국에서 출생한 아기 43만8420명 가운데 어머니의 연령이 미상인 경우는 237명(0.05%)에 불과한 데 비해 아버지의 연령이 미상인 경우는 4506명(1.03%)으로 20배에 달했다. 독일은 아버지의 연령이 미상인 경우가 2013년 기준전체 출생아의 6%가 넘고, 동독 지역만 따지면 10%가 넘는다.

클루제너 박사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부분적으로 불완전한 데이터를 이용해 아기 아버지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통계적 기법을 개발했다”며 “이를 토대로 독일 남성의 합계출산율을 계산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독일 남성의 합계출산율은 여성보다 4~10%정도 낮았다.

연구팀이 남성 출산율을 연구한 건 넓은 범위의 복지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클루제너 박사는 “자녀가 있는 남성은 비공식적인 가족 돌봄에 의존할 수 있지만, 자녀가 없는 남성은 노인이 됐을 때 정부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녀가 없는 남성이 증가하면 복지 국가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산을 미루는 추세로 나이 많은 아버지에서 태어난 아이가 장애로 고통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도 우려된다”며 “나이 든 아버지의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클루제너 박사는 “향후 국가간 비교 연구 또는 다양한 사회 계층의 남성 출산율 변화를 보는 추가 분석을 하면, 더 나은 출산 정책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산 논의, 여성과 남성 모두에 초점 맞춰야”
이 연구는 출산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가 여성에 대해서만 이뤄진다는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 아이를 낳겠다는 결정은 대부분 여성과 남성이 함께 내린다. 즉, 남성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회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운다. 클루제너 박사는 “취업 시장에서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심한 지역은 공통적으로 출산율이 낮다”며 “스웨덴, 벨기에 같이 가족과 직업적 목표를 모두 이루기 위해 여성과 남성을 조기에 지원하기 시작한 선진국들은 성차별이 심한 국가보다 출산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맹렬한 비판에 휩싸인 한국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는 “각 시도별 출산 지원 정책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시도별 가임기 여성의 숫자를 명시함으로써 여성을 출산 도구처럼 다루고 출산과 육아의 짐을 여성에게만 지웠다는 것이 문제다. 출산지도에 대한 소식을 접한 클루제너 박사는 “다른 국가와 사회가 출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하는지 아는 것은 좋다”라며 “그러나 여성과 남성 모두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연구진의 분석 결과, 독일 남성의 출산율은 여성보다 4~10%정도 낮았다. 그 차이는 구 동독 지역에서 특히 컸다. 현재 동독 지역 여성의 출산율은 서독 지역 여성의 출산율을 이미 넘었지만, 동독 지역 남성의 출산율은 서독 지역 남성의 출산율보다 여전히 낮다. 연구팀은 그 이유에 대해 “독일 통일 이후 여성들이 서독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동독지역에 남성이 넘쳐나게 됐다”며 “출생한 아기 수를 더 많은 남성으로 나눠 출산률이 낮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한국의 출생 통계. 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의 도움을 받아 기자가 간략하게 계산한 합계출산율은 여성 1.29, 남성 1.17이었다. 엄마의 나이가 미상인 237명과 아빠의 나이가 미상인 4506명은 9개 연령그룹에 같은 수만큼 임의로 배치했고, 50세 이상은 50~54세로 가정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출산율이 낮다.
 
그러나 남성의 합계출산율을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독일 연구팀이 한 것처럼 엄밀한 통계적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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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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