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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최초의 화성 집, 물로 짓는다

NASA도 놀라게 한 아이디어

부풀려서 채우면 끝
오랜 비행으로 당신도 절절하게 체감했겠지만, 지구와 화성은 아주 멉니다. 가장 멀 때는 약 4억 100만km, 가장 가까울 때도 약 5460만km나 되죠. 오래 걸리는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구에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1kg의 물건을 보내는 데에도 1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화성까지는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그래서 이런 돔 형태의 집을 짓게 됐습니다. 착착 접어서 화성으로 배송한 뒤 현지에서 부풀린 것이죠. 속을 채운 재료는 화성에서 직접 구했습니다. 바로 물이랍니다. 화성의 지표 아래에는 얼음이 존재하거든요. NASA의 연구원들이 계산한 바로는 하루에 1m3의 물을 채취할 수 있으며, 400일이면 속을 꽉 채울 수 있습니다. 물은 평균 기온이 영하 62℃인 화성의 추운 환경 덕분에 얼음으로 변해서 구조물들을 더 단단하게 지탱합니다.

집을 둘러싼 얼음 바로 아래에는 이산화탄소 단열층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역시 화성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화성 대기의 95%를 이산화탄소가 차지하고 있거든요. 이산화탄소 층은 외부의 온도 변화는 물론 차가운 얼음으로부터 단열작용을 해서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해줍니다. 어떠세요. 현재 기온은 마음에 드시나요.

위험한 우주방사선, 얼음으로 막아
화성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라는 점 외에도 물로 집을 지은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물이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성은 아주 위험한 곳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주 춥고, 강한 모래폭풍이 불기도 하죠. 대기의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 정도로 희박해서 자외선도 막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우주방사선입니다. 방사선이 세포와 DNA를 손상시켜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3D 프린팅으로 기지를 건설하라!
화성의 얼음집 모델은 지난 2015년 5월에 열린 ‘3D 프린터 기지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한 작품을 발전시킨 것이다. 3D 프린터 기지 공모전은 NASA 100주년 공모전의 하나로, 화성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기지를 짓는 것이 목표였다.

‘우주 탐사 건축(Space Exploration Architecture)’과 ‘클라우즈 건축사무소(Clouds Architecture Office)’가 공동으로 1등을 수상했으며, 물을 3D 프린팅 재료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은 상금으로 2만5000달러(약 3000만 원)를 받았다. 1위부터 3위까지 수상작을 공개한다. 그들의 재미있는 상상력을 살짝 들여다보자.

1위 얼음집 우주방사선을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빛이 들어오는 얼음으로 기지를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위 풍선 + 화성 토양 풍선처럼 부풀린 기지를 3D 프린팅 로봇을 이용해 녹인 화성 토양으로 감쌌다.
토양은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로 녹인다.

3위 재활용 기지 화성 착륙선을 재활용해서 만든 기지. 착륙선 자체는 물론 내부의 연료탱크 같은 부품도 모두 기지 건설에 사용된다. 외부는 2위와 마찬가지로 화성 토양으로 감쌌다.

지난 2016년 7월에는 우주방사선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온라인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되기도 했죠. 우주인 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지구 궤도 바깥 심우주 비행사의 경우 43%나 됐어요. 이는 비행을 하지 않은 우주인(9%)이나 ISS와 같은 지구궤도비행 우주인(11%)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치랍니다(doi:10.1038/srep29901).

지구에서는 지구 자기장이 우주방사선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어서 크게 걱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화성은 자기장이 없어서 문제죠. 화성도 과거에는 자기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약 40억 년 전에 내핵이 회전을 멈추면서 자기장이 사라졌답니다. 2014년 1월 24일 ‘사이언스’에 실린 화성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측정한 화성 표면의 방사선 양을 보면, 지표면이 받는 은하우주선(GCR)은 하루에 0.64mSv(밀리시버트, 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한 단위), 태양으로부터 화성 표면으로 오는 방사선은 하루에 0.025mSv 였습니다(doi:10.1126/science.1244797). 지구에서 쪼이는 자연방사선의 양은 연간 2.4mSv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화성에서는 4일만 있어도 일 년간 지구에서 받게 되는 자연방사선을 모두 받는 거죠.

그래서 화성의 집은 우주방사선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화성의 땅 아래에 기지를 만들거나, 화성의 토양으로 콘크리트를 만들어 기지를 짓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방사선을 막을 예상외의 훌륭한 재료를 찾아낸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게 바로 물입니다. 수소가 풍부해서 방사선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거든요. 방사선이 수소 원자에 부딪히면서 에너지를 잃어버립니다. 물은 같은 두께의 알루미늄이나 철보다 방사선을 더 잘 차단합니다.

게다가 물은 산소와 수소로 분해시킬 수 있습니다. 산소는 호흡에, 수소는 지구로 귀환할 때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죠. 아! 물이 가진 어마어마한 장점을 잊을 뻔 했군요. 빛을 통과시킨다는 점 말입니다. 빛은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죠. 화성은 아주 멀기 때문에 며칠간 잠시 머무르기 위해 오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화성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집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NASA 랭글리연구소 케빈 켐톤 수석연구원은 “얼음집은 반투명해서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우주인들이 집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어때요? 집처럼 아늑하게 느껴지시나요?
Home sweet home
이곳에는 당신의 방과 화장실, 샤워실, 부엌, 도서관은 물론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온실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냐고요? 물론이죠. 지난 2014년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연구팀은 화성, 달과 비슷한 조건의 토양에서 50일 동안 물만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실험을 했어요. NASA의 탐사 기록을 바탕으로 성분이 비슷한 흙을 찾아 재배한 거지요. 화성의 흙은 하와이의 화산에서, 달의 흙은 애리조나의 사막에서 구했습니다. 그 결과 화성(과 흡사한) 흙에서 유채와 겨자과의 식물이 씨앗을 맺기도 했답니다(doi:10.1371/journal.pone). 후속 연구에서는 토양에 미생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토마토와 완두를 수확하기도 했어요.

어떠세요? 물론 지구에서만큼 편하지는 않겠지만…, 생각보다 아늑하지 않나요? 화성에 계시는 동안 부디 안전하고 편안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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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 사진

    미국항공우주국(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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