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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걸음을 선물하는 제2의 다리

임창환의 퓨쳐&바디 ➍ 바이오닉 다리

Exoskeleton
날마다 걸어 다니는 우리는 두 발로 서서 걷는 것이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다리로 땅을 딛고 42.195km를 우아하게 달릴 수 있는 동물은 지구상에서 인간이 유일하다. 두 다리로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된 것도 1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무거운 인간의 상체를 짊어지고 실시간으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걸음을 내딛는 것은, 대퇴부에서 발끝까지 여러 관절과 근육이 시간에 따라 순차적이고 조화롭게 협업해야만 가능하다. 이때 뇌의 역할이 중요하다 뇌졸중에 걸려 다리의 운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손상되면 걸을 수 없는 이유다. 이 환자가 다시 걸을 수 있게 하려면 실제로 걷는 것과 똑같이 다리를 움직여 줘야 한다. 대뇌 운동영역을 자극해, 뇌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다(뇌 가소성).

이 때, ‘외골격 로봇’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외골격 로봇은 ‘몸 밖에 입는 로봇’이라는 뜻으로, 군사용 외골격 로봇의 경우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게 하거나 짐을 나를 때 체력 소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러시아나 미국에서 개발한 최신의 외골격 로봇들은 100kg 가까운 짐을 거뜬히 나를 수 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기술 기업 아르고 의학기술사는 ‘리워크’라는 의료용 외골격 로봇 다리를 팔고 있다. 사용자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센서가 인식해 다리에 연결된 구동 모터를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걸음을 재현한다.

다만 아직 온전히 두 다리로만 걸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사람의 상체 움직임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팡이의 도움을 받고 걸어야 한다. 한국 연구팀도 이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2016년 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사이배슬론 대회에서는 외골격로봇을 착용하고 장애물을 통과하는 종목도 있었는데, 한국의 공경철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리워크 팀 등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Bionic Leg
다리와 관련한 또다른 미래 기술은 의족이다. 의족의 역사는 3000~4000년 됐지만,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재료공학의 발달로,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탄소섬유나 티타늄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래파이트(흑연) 섬유라고도 불리는 탄소섬유는 탄소가 주성분인,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가는 섬유다. 테니스 라켓이나 골프채를 만들 때 쓰이기도 한다. 보철에서 탄소 섬유가 주로 쓰이는 부분은 의족의 뼈대에 해당하는 ‘파이런(원래 뜻은 송전선 첨탑이다)’이다. 티타늄은 철과 유사한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무게는 철의 절반밖에 나가지 않아서 보철 재료로 많이 쓰인다. 최근에는 외관상 보기에 좋도록 파이런의 바깥에 폭신폭신한 거품(foam) 재질의 커버를 덧씌우기도 한다. 실제 다리와 비슷해 보이도록 착용자의 피부와 비슷한 톤으로 색을 입히기도 한다.

Titanium​
모든 의족은 의족을 남아 있는 다리 끝부분에 끼워 넣기 위해서 속이 비어 있는 소켓(다른 부분이 들어갈 수 있도록 푹 들어간 곳)을 가지고 있는데, 소켓은 개개인의 몸에 맞게 주문 제작된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더운 날씨에는 소켓에 땀이 찰 수 있다. 소켓의 안쪽 면이 피부를 자극해서 발진이나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남아 있는 다리 부위와 의족이 꼭 맞지 않는 경우에는 피부에 찰과상이 생기거나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탈착이 가능한 부드러운 안감을 소켓 내부에 부착했다. 다리에 특수 양말을 몇 겹 덧대기도 한다. 최근에는 남아 있는 다리 뼈의 끝 부분에 티타늄으로 만든 볼트를 삽입하기도 한다. 다리 뼈 끝에 튀어 나온 볼트는 부러진 뼈가 굳듯이 3~6개월 정도가 지나면 기존의 뼈와 완전히 하나가 된다. 이 볼트를 소켓 내부의 너트에 돌려 끼우면 의족이 다리에 꼭 맞게 끼워진다.

용도에 맞게 특수 제작된 의족도 출시되고 있다. 스프린터를 위한 의족이나 등산이나 골프에 적합한 의족, 농구를 하기에 적합한 의족등이다. 이들은 걸음걸이에 맞춰 자동으로 무릎의 각도가 조절된다. 심지어 가장 최신의 의족 중에는 개개인의 걷는 스타일을 자동으로 반영해 주는 것도 있다.

하지만 현 시대의 최고 성능의 의족도, 최첨단 생체 공학으로 다시 태어난 남자를 그린 미국드라마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가졌던 로봇다리와는 거리가 멀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달리거나 수 m의 높이를점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굳이 초강력 모터를 집어 넣어 다리의 무게를 늘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첨단 IT 기술은 지난 1~3화에서 선보인 바이오닉 손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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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임창환 교수
  • 에디터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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