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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장치를 사용해 수용액을 공중에 띄운 모습.
공기와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지구에서와 달리 물질을 온전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단백질 구조를 명확히 밝혀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장치로 우주의 무중력환경을 만들어 수용액 속 초과포화상태의 물질 결정을 명확하게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분자를 공중에 띄우는 것이다.
정전기로 분자를 띄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물질을 패트리 접시와 같은 용기에 담은 상태에서 결정구조를 관찰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단백질같은 생체분자를 제대로 관찰하기 어려웠다. 단백질이 용기의 벽면에 붙어 있는데, 이때 단백질 결정에서 용기와 닿은 부분이 변형되기 때문이다.
이근우, 이수형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창의융합센터 연구원팀은 ‘정전기 공중부양 장치’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장치는 2010년 KRISS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초과포화, 초고온 등 두 가지 극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초과포화 상태란 액체가 어떤 물질을 녹일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초과포화 환경에서는 분자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초고온 환경에서 는 금속물질의 새로운 물질상(물질의 특성을 좌우하는 내부 구조)을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이용해 상온에서 인산이수소칼륨(KDP) 수용액의 물방울을 공중에 띄웠다. 용기와의 접촉면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리고 물을 모두 증발시켜 초과포화 결정구조를 확인했다.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레이저를 생성할 때 쓰는 KDP 수용액 속 분자의 결정구조를 상온에서 확인한 것”이라며 “초과포화상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앞으로 단백질의 명확한 구조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장치로 3000℃ 이상의 초고온상태를 만드는 기술과 상온의 초과포화 상태에서 물질을 공중부양시키는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앞으로 신약개발이나 극한 환경 탐사를 위한 항공우주 분야, 초고온 핵융합 분야를 위한 신소재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0월 24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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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 연구팀이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이용해 극환 환경 물성 실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