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오디오의 핵심기술은 압축기술이다
지금부터 1년전인 91년 10월 일본 소니와 네덜란드 필립스는 카세트테이프를 대신할 획기적인 신제품을 각각 발표했다. 필립스가 개발한 제품은 디지털콤팩트카세트(DCC, Digital Compact Cassette), 소니의 신제품 이름은 미니디스크(MD, Mini Disk). 이번 겨울방학 전에 이 제품들은 가전제품 진열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오디오업체들은 DCC와 MD가 콤팩트디스크(CD)에 비해 색다른 매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 제품의 개발에 필사적이다. 카세트테이프에서 발전한 DCC와 광자기디스크인 MD가 기록하는 매체는 서로 다르지만, CD와는 달리 녹음이 가능하고 디지털오디오테이프레코더(DAT)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다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제품개발경쟁이 몇년전 'VHS냐 베타방식이냐'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던 '비디오전쟁'(결국 VHS방식이 승리해 베타방식은 자취를 감추었다)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어떤 제품이 먼저 카세트테이프를 대체하느냐에 따라 오디오시장의 주도권 향방이 결정된다는 것. 여기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기술은 디지털데이터의 압축기술이다.
디지털오디오에서는 음을 디지털 신호, 즉 0과1로 바꾼다. 우선 음성신호를 일정 시간간격에 따라 잘게 자른다. CD에서는 44kHz 즉 1초간의 음을 4만4천 토막으로 자른다. 이어서 잘게 나눈 음의 강약 정도를 2진법으로 표현한다. CD에서는 이를 16비트로 표시하므로 10진법의 6만5천에 해당한다. 즉 소리가 나지 않은 경우는 0으로 가장 큰소리는 6만5천으로 표현된다. 단 1초간의 음을 저장하기 위해 4만4천×6만5천, 즉 28억비트의 기억용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디지털오디오에서는 아날로그오디오처럼 부품이나 회로구성이 음질을 좌우하지 않는다. 얼마만큼 음을 잘게 나누고 그 강약을 세밀하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원음을 재현하는 능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디스크나 테이프의 용량을 무한정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어진 용량에 더 많은 음을 넣을 수 있는 디지털데이터 압축기술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데이터압축방법은 2진법 수의 차이만을 기록하는 것이다. 음의 강약을 표현하는 2진법수는 인접한 경우 음의 연속성 때문에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0101111001 0101111010 0101111011'로 표시하기 보다 '0101111001 +1 +1'로 표시하는 것이 기억공간을 작게 차지한다.
또다른 방식은 0과 1이 연속하는 경우 '0000....0000(32개)'로 표시하지 않고 '0이 32개'라고 간단하게 표시하는 것이다. 원래 데이터가 가진 정보를 전혀 손상하지 않는 이러한 두가지 압축방식은 오디오 뿐 아니라 화상 및 컴퓨터 분야에도 이용된다. 태양계탐사선 '보이저'가 지구에 보내온 영상자료도 모두 이러한 압축과정을 거친 데이터다.
한편 오디오분야에서는 원래 데이터의 일부분을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압축기술은 인간의 지각이 가진 맹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의 귀는 일정 정도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어느 정도 음까지 들을 수 있는지는 그 음의 주파수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원래 음성신호로부터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영역의 데이터를 삭제하더라도 우리가 음악을 감상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한 인간의 귀는 비슷한 주파수의 큰 음과 작은 음이 동시에 울리면 작은 음은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이때 작은 음을 삭제하더라도 청각은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압축기술에 의해 소니는 CD 크기의 절반 이하인 직경 6.4cm에 74분 음악을 저장하는 MD를 만들어냈다.
DCC와 MD. 어느쪽이 오디오시장을 장악할지는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판단에 달려있지만, 유럽과 일본가전업체들의 자존심을 건 볼만한 한판승부임에는 틀립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