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나는 소위 ‘정보맨’들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자기들끼리 네트워크가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 국정원 IO(국내 정보관), 중수부 수사관, 정보과 형사, 월간지 기자, 대기업의 홍보 담당자 등이 삼삼오오 모여 소문도 전해 듣고 ‘찌라시’도 돌려보고 인물 품평도 하고 나라 걱정도 하는 자리다.
일반인들의 기대와 달리 비밀요정이나 고급 룸살롱 같은 곳에서 질펀하게 놀지는 않는다. 그냥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의 양복 입은 남자들이 서여의도나 서초동의 허름한 카페에서 마른오징어를 안주 삼아 맥주나 마신다.
다들 겉보기로는 지하철에서 매일 수천 명씩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중년 남성들이다. 굳이 특이사항을 찾자면 휴대폰을 서너 개씩 들고 다니느라 양복 안주머니가 불룩하다는 점 정도일까.
센기획에 대해 처음 들은 것도 그런 자리에서였다.
“센기획? 이름이 뭐 그래요?”
“그런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고. 정기획, 민기획, 박기획, 이런 거 나중에 기억이 나? 여기 대표가 센스가 있는 거야.”
그 정치 컨설팅 회사 이름을 듣고 코웃음을 치자, 나를 그날 모임에 데려간 고등학교 선배 겸 어느 여당 중진 의원 보좌관이 면박을 줬다.
“세다는 느낌도 들고, 센스 있다는 느낌도 들고, 센서스를 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괜찮지 않습니까?”
그날 처음 만난 젊은 국정원 IO가 말했다. ‘국정원 직원이 왜 이렇게 말을 잘해?’ 하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나는 맥주잔을 비웠다.
“우리도 거기 보고서 받아 봐요. 전략실 전무 이상으로 딱 11명만. 리포트 하나가 300만 원이에요.”
모 대기업 홍보·대관 담당 차장이 말했다.
“한 달에 300? 뭐가 그렇게 비싸요?”
“한 달이 아니라 한 건에 300이에요. 주간 리포트니까 한 달에는 900만 원이죠. 11명이니까 9900만 원, 1년에는 10억8900만 원. 그리고 가끔 비정기 리포트도 받는데 그건 값이 얼마인지도 몰라요.”
찌라시 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컨설팅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어차피 보고서야 필요한 사람은 돌려볼 테니까 1년에 10억 원으로 가격을 책정한 것이리라. 그 회사의 정체가 궁금해진 내가 물었다.
“그걸 회장님도 보세요?”
“보시죠. 직보 받는 보고서 몇 개 없는데 그 중 하나죠.”
차장이 말했다.
“한 부 복사 좀 해줘요. 뭐 금쪽 같은 정보가 들어 있나 보게.”
검찰 수사관이 요청했다.
“그게 잘 안 돼요. 임원들이 그건 출력도 안 하고, 이상하게 암호가 걸려 있어서 정해진 수신자 아니면 볼 수도 없대요. 우리 전략실 직원 하나가 그거 몰래 보려고 메일 포워딩했다가 딱 걸려서 계열사로 쫓겨날 뻔했대요. 그런 것도 추적이 가능한가 보죠?”
대기업 차장이 말했다. 센기획의 보고서를 복사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날 술값은 그가 내기로 했다. 어차피 무슨 핑계로든 그가 술값을 내게 됐을 테지만.
“나는 거기가 선거 컨설팅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기업도 고객인 줄은 몰랐네. 우리 영감도 거기 대표 한번 만났거든. 바로 이 건물 2층 일식집에서 만났어.”
나의 고등학교 선배도 말을 꺼냈다.
“선배도 같이 있었어요?”
내가 물었다.
“식당까지는 같이 갔지. 그런데 그 센기획 대표라는 인간이 영감이랑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다는 거야. 그래서 나랑 다른 보좌관은 홀에서 초라하게 알탕 한 그릇씩 먹으면서 기다렸어. 우리 영감이랑 그 대표가 오래 있지도 않았어. 40분 정도 있었나? 그리고 컨설팅비용이랍시고 청구한 돈이 얼마인지 알아? 천만 원이야, 천만 원. 나중에 그 비용 148선관위에 어떻게 신고하려고 그러나 몰라.”
“무슨 컨설팅을 받았는데요?”
“몰라. 그걸 우리 영감이 말을 안 해줘. 여당 3선 의원쯤 되면 도와주겠다면서 여기저기서 이상한 놈들이 많이 찾아오거든. 회원수가 몇 백 명인 등산회 조직이 있다든가, PI(퍼스널 이미지) 작업을 해주겠다든가, 엄청난 폭로 자료가 있다든가 하면서 말이야. 영감도 그런 사람들 다루는 요령이 있지. 그런데 센기획이랑 만났을 때는 오히려 우리 영감이 쩔쩔매는 분위기더라고. 그 대표라는 인간은 내가 명함을 건네는데 받기만 하고 자기 명함은 주지도 않더라. 젊은 새끼 싸가지가 참 스페셜하네 싶었지.”
“의원님이 선배를 통해서 그 대표를 만난 게 아니었나 보죠?”
내가 물었다.
“아니었어. 다른 의원한테 소개를 받은 것 같더라고.”
“신세대 역술인 같은 거 아닐까요? 용한 신이라도 받은.”
“아니, 내가 무당들도 많이 만나봤는데, 이 자는 느낌이 좀 달랐어. 뭐랄까, 공대생 같은 분위기?”
“그 사람 카이스트 출신이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저희는 그 기획사가 무슨 빅데이터 분석하는 기관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대기업 차장이 말했다.
“빅데이터 어쩌고 하는 녀석들 중에 쓸만한 놈 하나도 없던데. 다 생양아치들이던데.”
보좌관이 웅얼거렸다.
그날 센기획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우리는 청와대가 소폭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든가, 어느 대기업 회장이 사면 뒤 처음으로 본사로 출근했다든가 하는 화제로 오징어를 찢고 미지근한 맥주를 마셨다.
얼마 뒤에 센기획과 관련한 사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느 초선의원의 방에서 차를 마시며 뭐 기사거리 없나 살필 때였다. 그 초선의원은 대학교수 출신 비례대표였는데, 막 지역 사무실을 낸 참이었다. 그로서는 시장 상인 조직이나 재개발추진위원회 같은 지역 이권단체 인사들과 부대끼는 것도, 뭐 후려칠 것 없나 하고 찾아오는 정치 낭인들을 대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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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푸념했다.
“혹시 센기획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문득 정보맨들과의 술자리에서 들은 이름이 떠올라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랬더니 내 앞에 앉아 있던 국회의원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장 기자, 혹시 거기 알아요? 나 좀 소개해줄 수 있소?”
상대가 너무 절박하게 물었기 때문에 나는 도리어 어리둥절해졌다. 센기획이 이 정도로 이름난 곳인가. 아무리 초선이라지만 국회의원이 사정하며 찾아야 할 정도인가?
그 후에 센기획의 이름을 들은 것은 몇 년이 지나서였다. 그 사이에 나는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변했다. 어느 날 울컥해서 다니던 신문사에 사표를 냈고, 소설가가 되겠답시고 집에 틀어박혀 한동안 끙끙 앓았다. 그러다가 운도 따르고 시류도 잘 타서 문학상을 몇 개 타더니 갑자기 어느 순간에는 ‘한국소설계의 유망주’ 정도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지금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일어난 일을 돌이켜보면 현실인지 꿈인지 잘 믿어지지 않는다.
세 번째 문학상을 탔을 때쯤부터 다시 여의도에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용건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잘 지내느냐, 책 너무 재미있더라, 술 한 잔 하자”며 불러내서 한참 말을 빙빙 돌리다가 2차쯤 가서야 본론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제안은 비슷비슷했다. 함께 대담집을 내거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어가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대개 용꿈을 꾸는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책을 출간하면서 대선 예비 레이스를 시작한다. 대선이 있는 해에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비공식 출마선언식이자 영수증 없이 현금을 받을 수 있는 모금행사가 된다.
그런데 대필 작가를 고용해서 자서전을 내는 것은 이미 여의도에서는 한물간 일로 여겨지고 있었다. 너무 고루한 느낌을 주고, 별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다. 최신 유행은 정치판 바깥의 인사와 대담집을 펴내거나, 전문 필자가 자신을 인터뷰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안철수의 생각』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제정임 교수가 던지는 질문에 안철수 씨가 답하는 구성이다. 책이 나올 당시에는 그런 형식도 주목을 받았다. 천정배 전 장관은 차병직 변호사와 대담집을 펴냈다. 김부겸 의원은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과 책을 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정치부 기자 경력이 있는 데다 젊은 유권자에게 그렇게 먼 느낌은 아니면서도 그럭저럭 교양인 범주에는 속하는 편이니, 그런 대담자나 인터뷰어로 적격이라고 여겨진 것 같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의 소설을 냈다는 점도 한 몫 했을 테고. “헬조선 현상의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같은 질문을 던지기에 딱 좋지 않은가. K 의원도 그렇게 연락해 온 정치인 중 한 사람이었다.
K 의원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저녁 약속을 잡으려 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요청과는 달리 쉽게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에게 기사 빚을 크게 진 적이 두 번 있었던 데다, 내심 내가 그를 좋아하고 있던 탓이기도 했다.
한때 시인을 꿈꿨다는 K 의원은 ‘이 바닥에도 이런 인물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선량한 사람이었다. 80년대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이지만 무척 온화한 성품에, 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나는 그 때문에 그가 정치인으로서 어느 선 이상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날선 언어로 각을 세워서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겨우 대권 주자 반열에나 오를 수 있다.
그런 다음에도 본선에 이르려면 살벌한 권력의지를 품고 수라도를 돌파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을 보라. 다들 독기와 집념이 정상인 수준을 한참 넘어선 인간들이다. ……이게 작년까지의 내 생각이었다.
여기서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나의 정치 전망은 열에 아홉 정도는 틀리는데, K 의원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다들 알다시피 K 의원은 이미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존재감 없는 X86 그룹의 한 사람에 불과했는데, 상반기 내내 절묘한 처신과 타이밍이 기가 막힌 발언으로 이슈의 중심에 서더니 급기야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대표에 당선되기에 이르렀다.
사람이 문장력은 키울 수 있어도 정치적 감각은 기를 수 없다는 게 평소 지론이었던 터라, K 의원의 변신에 나는 일견 놀라면서도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돈도 없는 양반이 원내대표 선거는 어떻게 치렀을까 따위를 걱정하면서.
K 의원과 저녁을 먹게 된 배경에는 그런 반가움과 호기심도 작용했다. 언론에서는 그가 최근 1년 사이에 대담한 승부사로 변신한 것처럼 묘사했으나, 막상 재회하고 보니 K 의원은 전과 다름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신사였다. 그는 수줍게 본론을 밝혔는데, 내용은 예상대로였다.
“선배,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요즘 시간도 없고, 또 정치랑 엮이고 싶지도 않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대중을 상대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느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독자에게 주고 싶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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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옛날에 내 덕에 특종 큰 거 두 번이나 했잖아. 그때는 그렇게 친한 척 하더니 이제 와서는 입 닦기냐.”
이게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뼛속까지 이기주의자이다 보니 그 속내를 들키는 일을 몹시 꺼려한다. 한편으로는 저녁식사 초대에 응하면서 어느 정도는 이미 정해진 일이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민원인과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다.
“선배, 그러면 조건이 있습니다. 대담 질문은 철저히 제가 정하고 싶어요. 선배를 띄워준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어쩌면 선배로서는 껄끄러울 수도 있는 질문들을 던지게 해주세요. 대담을 한다면 지지자가 아니라 기자의 자세로 하고 싶습니다. 물론 답변이야 선배가 공들여서 하시면 되겠고요.”
내가 말했다.
“그럼, 그거야 당연하지. 괜찮죠?”
K 의원의 ‘괜찮죠?’는 나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옆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에게 한 말이었다. 처음 식당에 왔을 때부터 정체가 뭔지 궁금하던 남자였다. 나이는 나와 대충 비슷할 것 같았는데, 태도가 보좌관 같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스폰서 같은 느낌도 아니었다. 어쩐지 공대생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괜찮죠?”라고 물어보는데 남자는 뻣뻣하게 입을 열었다.
“질문은 작가님이 아무 거나 던지시더라도, 대담 뒤에 원고를 엮을 때 그 질문과 답변을 포함시킬지 말지는 저희가 판단했으면 합니다.”
어쭈? 지금 나랑 흥정을 하겠다는 거야?
이후에는 15분 정도 협상을 벌였다. 사람 좋은 K 의원은 우리를 지켜보기만 했다. 남자와 나는 끝끝내 책 제목을 누가 최종적으로 승인할지에 대해서 합의하지 못했다.
남자는 K 의원의 책이니 당연히 K 의원이 정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고, 나는 ‘K와 장강명의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논쟁’ 따위의 제목이 붙는 꼴을 보느니 다 없던 일로 하는 게 낫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럴 일은 전혀 없을 거라고 강조했고, 나는 그걸 어떻게 장담하느냐고 따졌다.
이날은 국회 본회의가 있는 날이었는데 K 의원은 잠시 본회의장에 갔다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민단체들이 출석 체크를 하기 때문에 본회의가 시작할 때와 끝날 때에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 바람에 나는 남자와 둘이 식당에 남았다.
“그런데 뭐하시는 분입니까? 출판 쪽을 좀 아시는 분이세요?”
술도 좀 들어갔겠다, 내가 남자에게 시비를 걸듯이 물었다. 남자는 내 말에 지갑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건네주었다. 반질반질한 재질의 검은 색 명함에는 이메일과 메신저 주소, 남자의 이름, 그리고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라는 직함만 적혀 있었다.
“여론조사 하시나요?”
내가 물었다. 센서스가 당연히 ‘인구센서스(census)’의 그 센서스인 줄 알았다. 동시에 K 의원에 대해 약간 실망하는 마음도 들었다. 선거인명부를 빼돌린 뒤 여론조사를 핑계로 전화를 걸어 교묘하게 선거운동을 벌이는 사설 여론조사기관에 이 양반도 손을 댔구나 싶었다.
“그렇습니다.”
남자가 너무 깔끔하게 시인하는 바람에 도리어 내가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딴청을 피웠다. 그러자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가 입을 열었다.
“작가님이 쓰신 『댓글부대』 잘 읽었습니다. 정말 그 소설에 나오는 대로 하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아아, 예…….”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아무리 댓글 알바를 많이 동원한다고 해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여론이 몇십 분 사이에 즉각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온라인 여론이 오프라인 세상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고요.”
“그런가요?”
뭐냐, 이 자식.
“대중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이슈에 대해 여론이 어떤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는지를 처음부터
정확히 파악하면 훨씬 쉽고 빠르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하시는 분한테서 그런 말씀을 들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여론조사야말로 최근 몇 년 새 위상이 끝 간 데 없이 추락하고 있지 않나요? 선거결과 예측이 맞는 게 없잖아요. 이건 구조적인 문제 아닙니까? 이렇게 바쁜 시대에 누군지도 모르는 단체에서 걸려 온 전화여론조사에 끝까지 응하는 사람 자체가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요. 거 뭐시냐, 갤럽 회장도 여론조사 부문에서 아예 손을 떼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나는 얼마 전에 읽은 기사를 떠올리며 그렇게 쏘아붙였다.
“그건 갤럽 회장이 생각이 짧아서 그런 거죠. 여론조사는 미래 모든 산업의 핵심이 될 겁니다.”
아아, 그러세요? 그러십시오. 나는 이제 대꾸하는 것조차 귀찮아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가 또 말을 걸어왔다.
“『댓글부대』 원래 제목이 ‘2세대 댓글부대’였다면서요? 문학상을 받을 때에는 그 제목이었는데, 출간 과정에서 바꾸셨다고요.”
정말이지 다른 사람의 신경을 긁는 데에는 뛰어난 재주가 있는 사내였다. 그 제목 때문에 출판사와 몇 번이나 회의를 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여전히 바뀐 제목에 확신이 없다. 제목 짓는 일에 나는 유난히 무능하다.
“잘 바꾸신 겁니다.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서베이를 해봤거든요. 응답자 60% 이상이 ‘2세대 댓글부대’보다 ‘댓글부대’가 낫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주 높은 수치입니다.”
물론 나는 상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여론조사 한 번 돌리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데……. ‘전문가 패널’이랍시고 단톡방 하나 만들어놓고 스무 명쯤 되는 카카오 인맥들한테서 의견 받아봤나 보지, 정도로 여겼다.
그날 K 의원은 결국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 본회의 중에 여당 의원 한 명이 갑자기 막말을 하는 바람에 고성이 오가는 사태가 벌어져 자리를 뜰 수 없게 됐다고 문자메시지가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나는 휴대폰으로 ‘센서스 코무니스’를 검색해보았다. 그러나 그 불쾌한 대표의 회사에 대해 알려주는 결과물은 없었다. 다만 ‘센서스 코무니스’의 센서스가 ‘census’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센서스 코무니스(sensus communis)는 상식(common sense)의 어원이 된 라틴어로, ‘사회적 감각’ 또는 ‘공동정신’을 뜻하는 말이었다.
K 의원과 나는 여섯 차례 만나 대담했다. 한번 만날 때마다 세 시간씩, 총 18시간 분량의 녹취록이 생겼고, K 의원과 계약한 출판사가 그 녹취록을 두툼한 원고 뭉치로 정리해주었다. 그 사이에도 K 의원은 승승장구를 거듭해, 팬클럽이 두 개나 생겼다. 그를 차차기가 아니라 바로 이번 대선후보로 거론하는 언론기사도 나왔다.
여섯 번째로 만났을 때에는 나도 왠지 그 앞에서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려 했다.
문제는 책이었다. 교정지를 받아 읽다가 뇌졸중에 걸리는 줄 알았다. 내가 한 말을 엉망으로 난도질하고, 되도 않은 인터넷 유행어로 문장을 형편없이 바꿔놓은 데다, 아예 질문의 의미를 반대로 바꾼 경우조차 있었다.
혈압이 오른 나는 편집자에게 따졌고, 이 모든 개악의 배후에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서랍에 처박아뒀던 명함을 찾아 메신저로 거의 욕설 모음에 가까운 메시지를 보냈다. 나도 가끔씩은 한 성깔하는 사람이다(사표도 그렇게 해서 쓰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원고에 손을 대면 대담집 프로젝트 자체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5분도 안 되어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올 테면 오라지! 나는 큰 소리를 쳤고, 그는 기사가 운전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타고 우리 집 앞으로 왔다. 나는 얼결에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바람으로 고급 승용차를 타고 한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IFC 타워 51층 사무실까지 가게 되었다.
여의도까지 가는 내내 ‘이 자는 도대체 정체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나는 IFC 타워 엘리베이터에서 불쑥 물었다.
“센서스 코무니스의 옛날 이름이 센기획이죠?”
정치부와 사회부 기자로 몇 년 일하다 보면 그렇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는데 익숙해진다. 상대가 당황해하는지 황당해하는지만 살펴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꽤 된다.
내 질문에 남자는 당황해하지도, 황당해하지도 않았다.
“요즘도 그 이름을 씁니다. 원래 센서스 코무니스라고 지었는데, 서베이를 돌려 보니 ‘센기획’이라는 명칭을 사람들이 훨씬 더 좋아하더군요. 회사 풀네임은 앞으로 길게 만나고 싶은 분들께만 밝히고 있습니다.”
얕은 수작부리지 마, 인마! 그러나 벌써 내 혈압은 정상수치로 되돌아와 있었다. 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게다가 벤츠라든가 여의도의 고층 사무실이라든가 럭셔리 인테리어에 조금 주눅이 들기도 했다.
“저희 할아버지가 J 그룹 ○○○ 회장입니다.”
센서스 코무니스, 또는 센기획 대표가 말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J 그룹은 재계순위 15위 정도의 대기업이다.
그 손자가 여론조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야당 원내대표를 돕고 있다고? 센기획 대표는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제가 미국에서 경영학을 배우시기를 바라셨지요. 하지만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경영학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지요. 작가님, 앞으로 10년 사이에 세상을 바꿀 학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글쎄요? 정치입니까……?”
내가 더듬거리며 반문했다.
“저는 분자생물학 아니면 뇌공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망설이다가 뇌공학으로 전공을 정했지요. 제 선택은 옳았습니다. 이미 뇌공학은 세상을 바꾸는 중입니다. 뉴로마케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뇌파 반응으로 사람의 무의식을 읽어서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이미 상용화가 되어 있습니다. 의류 브랜드 ‘갭’이 로고를 바꾸려다가 뉴로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이 기존 로고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계획을 백지화한 에피소드가 유명하지요. 저는 ‘뉴로폴리틱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뇌공학과 현실정치를 연결하는 겁니다. 어느 정도 구상이 구체화됐을 때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논문으로 발표할 내용은 아니었거든요.”
“전화 설문조사 대신 뇌파를 측정하는 겁니까?”
“이해가 빠르시네요. 뇌파를 이용한 여론조사는 두 가지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물어볼 수 있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보거나 들으면 사람은 300밀리초 뒤에야 비로소 언어화된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결론은 이미 그 300밀리초 사이에 나 있습니다. 뒤따르는 생각은 이미 내린 결정을 합리화하는 데 쓰이는 겁니다. 제시된 단어에 응답자가 호감을 느끼는지 불쾌감을 느끼는지를 분석하는 데 1초면 충분합니다. 이론적으로는 10분에 600가지 문항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요.
우리는 천 명 규모의 표본집단을 만들어서 헤어밴드를 쓰고 일주일에 두 번씩, 모니터에 나타나는 단어를 한 시간 동안 쳐다보게 합니다. 그 대가로 시급 만 원을 주지요. 주의를 153기울여서 읽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무의식이 반응하니까요. 단 한 시간이면 그 사람의 생각에 대해 수천 페이지짜리 설문답안지를 받은 것보다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돈을 받고 설문에 참여한 사람의 답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조사방법론의 기초 아닌가요?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답은 왜곡되기 시작합니다.”
내가 반박했다.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설문에 참여하는 사람의 답은 늘 왜곡되어 있습니다. 돈을 받지 않아도 말이죠. 사람은 기본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길 꺼리고, 창피한 마음에 거짓 대답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속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여론조사에서 오차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뇌파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생각을 그 사람보다 더 정확히 압니다. 그 사람이 계산대나 투표소 앞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내릴지, 당사자보다 우리가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힘으로 K 의원을 밀고 있는 겁니까? K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요?”
“K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제 목표는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겁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나는 아연실색해서 바보처럼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일반의지라는 개념을 아십니까, 작가님? 장 자크 루소가 주장한 겁니다. 공공선을 바라는 국민 개개인의 의지를 모두 한 데 모아 그 중에 겹쳐지는 부분을 추려내면 그게 바로 일반의지가 됩니다. 민주주의란 일반의지를 실현하는 과정이지요. 하지만 선거와 다수결 제도는 그 수단으로 적절치 않습니다. 선거는 자주 할 수 없고, 문항도 극단적으로 단순한 객관식으로 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런저런 선거연합이 합종연횡해서 이도저도 아닌 절충안을 다수파의 의견으로 만들어버리고, 그 결과 국민의 뜻과 무관한 정치꾼들이 권력을 쥐게 됩니다. 이것이 뉴로폴리틱스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근대 정치였습니다.
하지만 위정자가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십 번씩 국민의 뜻을 물어볼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정부 정책, 모든 인사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된다면? 불성실한 객관식 설문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의사 표명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게 가능합니까?”
나는 어쩐지 내가 쓴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댓글부대』에도 웬 미친 야심가가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장면이 있는데.
“뇌파측정장치를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에 달린 일아니겠습니까? 저희는 이미 휴대폰 속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미 카메라와 마이크는 휴대폰 속에 들어가 있지요. 특정 단어를 들을 때, 특정 이미지를 볼 때, 국민들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곧 알 수 있게 됩니다. SNS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추출 따위 죽은 기술이 아닙니다. 살아서 펄펄 뛰는 의지의 총합입니다. 루소가 『사회계약론』을 펴낸 지 250여 년 만에 드디어 우리는 그 의지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된 겁니다.”
아, 나는 만화영화에서나 보던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처음으로 만난 셈이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턱수염을 길게 기르지도, 음산한 웃음을 크게 터뜨리지도 않았다. 그저 반짝거리는 눈으로 ‘저 사람은 왜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을까’라는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작가님을 K 의원의 대담 파트너로 정한 것도 서베이 결과였습니다. K 의원과 여러 소설가, 칼럼니스트, 교수, 기자들이 대담하는 이미지를 천 명에게 보여줬지요. 그 결과 작가님과의 조합에 가장 긍정적인 반응이 높았습니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플러스마이너스 3.1%포인트입니다. 대담집 초고도 천 명이 검토했습니다. 천 명의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읽다가 멈칫하는 대목을 추려내어 적당한 대체어들을 찾았지요.”
“아니, 이게 무슨 미친…….”
“노골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 같은 작업을 앞으로 작가님이 쓰실 소설에 대해 해드릴 수 있습니다. 제목 고민도 하실 필요 없습니다. 가장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호감을 줄 제목을 저희가 찾아드리겠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요. 대신에 대담집은 저희 뜻대로 출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사흘 정도 고민할 여유를 드리면 될까요? 저는 이미 작가님이 뭐라고 답하실지 알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작가님의 뇌파를 읽었거든요. 뇌파검사장치가 소파에 심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도 생각을 정리할, 말하자면 이미 내린 결론을 언어로 풀어낼 시간이 필요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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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스 코무니스 대표가 테이블에 놓인 태블릿 PC를 흘끗 보면서 말했다.
루소니, 일반의지니, 표본오차니 하는 낯선 단어들이 나오는 바람에 나는 제대로 반격도 못했다. 그저 “정치 우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밖에서 보는 거랑 다릅니다”라고 우물거렸을 따름이었다. 어수선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 책장을 들추다가 내가 뭐라고 대꾸했어야 할지 깨달았다.
김훈의 에세이에 내가 했어야 할 말이 적혀 있었다.
‘여론에 따라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여론에 따라서 선악을 가늠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나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이후 이틀간은 불면의 나날이었다. 이성으로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센서스 코무니스의 제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10년 동안 퇴고와 제목 짓기에 있어서 과학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이 머리 속에서 끈덕지게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나도 한국 정치가 신물이 나도록 지긋지긋했고, 국민 뜻을 파악해서 실천하는 지도자의 등장을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중우정치면 어떤가, 최소한 국민들이 스트레스는 덜 받을 거 아니냐는 마음이 일기도 했다. 토론과 숙의(熟議)를 배제하는 뉴로폴리틱스가 물론 최선의 정치제도는 아닐 거다. 하지만 그런 원리들이 지금이라고 작동하고 있는가. 내가 센서스 코무니스에 대해 이야기한들 누가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믿어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자꾸 변명을 발명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고민은 매우 기이한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출판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가 연락이 안 되는데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는 내용이었다. 내가 알 길이 있느냐고 대꾸하고선 이상한 기분이 들어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전날 오후에 검찰이 J 그룹 본사를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했다는 기사가 떠 있었다. 마침 국세청도 J 그룹에 대해 세무조사를 시작했는데, 국세청은 그게 그냥 정기 세무조사이고 검찰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날 저녁에는 K 의원이 전화를 걸어 와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의 행방을 물었다. 보좌관을 IFC 타워 사무실로 보냈는데,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통 엉망진창이라고 했다. 전자기기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고, 가죽소파도 다 찢어져 있었다고 했다. 나도, 출판사도, K 의원도 이후 다시는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가 잠적하고 나서 열흘 뒤 나는 정보맨 모임에 나갔다. 그 열흘 사이에 K 의원은 실언을 연거푸 두 번이나 해서 이미지가 크게 구겨졌다.
국세청 어느 국장이 사표를 냈다든가, 어느 대기업이 회장 딸에게 주기 위해 미국의 주방도구 업체를 인수했다든가 하는 화제로 오징어를 찢고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던 중에 드디어 J 그룹 이야기가 나왔다.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대로 밉보인 것 같던데? 민정수석실에서 다이렉트로 검찰이랑 국세청에 오더를 줬대요.”
대기업 차장이 말했다.
“그렇게까지 세게 안 해도 되는데, 이상하네. 사실 총수 일가 수사하는 게 제일 쉽거든요. 곱게 자란 양반들인데다, 결론 안 내고 수사를 질질 끌기만 해도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으니 부담이 크죠. 당신이 물려받을 기업 우리가 망하게 할 수 있다고 겁주면 금방 항복해버려요.”
검찰 수사관이 말했다.
‘정치 우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밖에서 보는 거랑 다릅니다’라고 했던 내 조언이 이런 식으로 현실이 될 줄이야.
내 추측은 이렇다. 권력 핵심부에 있는 누군가가 K 의원의 무서운 상승세를 수상히 여기고 그 주변을 조사했다. 그리고 센서스 코무니스에 대해 알게 되고, 센서스 코무니스와 J 그룹의 관계를 알게 되고, J 그룹을 압박해서 센서스 코무니스 대표를 손에 넣은 것이다. 권력을 오래 휘둘러본 사람에게 그런 일은 당구 챔피언이 쓰리쿠션을 치는 것보다 쉽다.
지금 이 글은 그 모임으로부터도 한 달이 지나서 쓴다.
그 한 달 사이에 대통령국정수행지지도가 15%포인트나 올랐다. 오늘 아침에는 신문에서 ‘확 달라진 청와대, 레임덕은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해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이 글을 쓴다.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일단은 소설 형태로, 정치인들이 가장 안 볼 것 같은 지면에 올려둔다.
몇몇 고유명사와 사실관계는 수정했지만 신경과학계 인사 중에 내가 숨긴 부분까지 알아보실 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센서스 코무니스나 센기획, 또는 뉴로폴리틱스에 대해 정보가 있으신 분은 tesomiom@gmail.com으로 연락 바란다.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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