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의 힘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속좌표계의 현상은 가짜힘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영원한 솔로'인 가짜힘의 존재를 밝혀본다.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신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즉 정지하고 있던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등속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갈릴레이의 사고실험으로부터 등장한 관성의 법칙은 자연을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다. 그러나 외부 힘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에는 무수히 많은 힘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근육의 힘,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힘, 자석과 못 사이에 작용하는 힘, 머리빗과 머리카락 사이에 작용하는 힘, 원자폭탄에 의한 힘 등.

무수히 많은 힘들을 이해하려면 현재 공부하는 과학 교과서의 1백배는 더 공부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모든 힘들은 단 4가지의 기본적인 힘이 다른 모습으로 세상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은 크게 만유인력, 전자기력, 핵력이 있는데 핵력은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으로 나눌 수 있다.

이 4가지 힘으로 지구상에, 아니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물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의 힘이 더 필요하다. 그 힘이 바로 ‘가짜힘’이다.

근육의 힘은 근육 세포 사이의 전기적인 힘이 모여서 나타난 것이고, 태양과 지구 사이의 힘은 만유인력, 자석과 못 사이에는 자기력, 머리빗과 머리카락 사이는 전기력, 원자폭탄에 의한 힘은 강한 핵력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가 커브길을 돌 때 사람이 쏠리는 것은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일까. 커브길을 도는 자동차에 작용하는 힘은 회전을 유지시키는 구심력, 그리고 지구상에 있으므로 작용하는 중력, 지면과 자동차 사이에 작용하는 마찰력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힘 중에서 사람을 커브 바깥쪽으로 쏠리게 하는 힘은 없다. 여기서 등장하는 힘이 바로 가짜힘이다.

힘이 있어야 물체의 운동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뉴턴의 운동법칙이다. 달리 얘기하면 운동의 변화는 힘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는 것은 힘이 작용했다는 것인데, 실제로 작용한 힘이 없다는 것은 비록 가짜지만 새로운 힘의 탄생을 예고한다. 가짜힘을 고려해야 운동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가짜힘이 무엇일까. 진짜힘도 있을까. 가짜힘이라는 것은 힘이 없다는 것인가, 있다는 것인가. 일상 생활의 운동 속에 드러나는 가짜힘들의 존재와 그 당위성을 알아본다.

차는 안쪽으로 나는 바깥쪽으로

커브길에서 자동차 속에 있는 사람의 몸이 커브 바깥쪽으로 휘는 것 뿐만 아니라 롤러코스터가 원형 트랙을 따라 움직일 때 트랙 꼭대기에서 무언가 바깥쪽으로 잡아당겨지는 느낌을 받는 것도 가짜힘 때문이다.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을 때 몸이 가벼워지거나 무거워지는 경험도 가짜힘들이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우선 세 경우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모두 가속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자동차나 롤러코스터, 엘리베이터가 정지해 있다면 위와 같은 현상은 경험하기 어렵다. 이 말은 운동을 기술하는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에 따라 가짜힘이 등장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보면 옆차를 보다가 자신의 차가 미끄러지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때가 있다. 물론 내가 타고 있는 차는 안전하게 정지해 있고, 옆차가 앞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지하철 내에서 반대 방향의 지하철을 볼 때, 움직이는 배 위에서 풍경을 바라볼 때, 스키를 타고 설원을 질주할 때 등.

움직이는 배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은 말하기를 “섬이 서서히 지나가는군” 하고, 섬에 서서 지나가는 배를 보는 사람은 “배가 천천히 지나가는구나” 라고 말한다. 왜 같은 현상을 놓고 다르게 설명하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운동의 상대성이다. 운동을 기술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운동의 서술 방식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커브를 돌고 있는 자동차에는 구심력이 작용한다. 구심은 ‘중심을 향한’이란 뜻을 가진 것으로 자동차 내부에 있는 사람의 몸이 쏠리는 것과는 반대 방향이다. 원형트랙을 회전하는 롤러코스터의 경우도 트랙 꼭대기에서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구심력으로 트랙 중심방향의 힘이다. 물론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사람은 트랙 바깥으로 향하는 힘을 받는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운동을 설명하는 사람이 가속운동하는 자동차나 롤러코스터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밖이나 롤러코스터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는 가짜힘의 존재가 필요없다. 문제는 자동차와 롤러코스터가 외부와는 상대적인 가속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가속운동을 하는 곳(이하 ‘가속좌표계’)에서는 정지해 있거나 등속운동을 하는 곳과는 다른 현상들이 벌어진다. 가속좌표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 가짜힘이다. 이것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몸무게가 변하는 것을 살펴보자.
 

커브를 돌고 있는 자동차에서는 몸이 커브바깥으로 쏠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가속운동하는 자동차 내부에 나타나는 가짜힘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느끼는 (-)몸무게

정지한 엘리베이터 내에서 몸무게를 재고, 위로 가속되는 순간 저울에 나타난 몸무게를 보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윗방향의 힘 때문에 가짜힘은 아랫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짜힘은 사람의 질량에 엘리베이터의 가속도값을 곱한 값으로 아랫방향의 힘이다.

반대로 정지했다가 아랫방향으로 가속되는 엘리베이터에서는 가짜힘이 위로 작용해 몸무게가 감소한다. 이때 순간적으로 엘리베이터 줄이 끈어진다면 가짜힘이 지구 중력과 같고 방향만 반대이므로 엘리베이터 내부의 사람은 중력을 느낄 수 없는 무중력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중력가속도보다 더 큰 가속도로 엘리베이터를 아래로 가속시킨다면 저울에 나타난 사람의 몸무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커브길을 도는 자동차를 타고 있는 사람에 작용하는 힘, 롤러코스터의 원형 트랙 꼭대기에 있는 사람에 작용하는 힘, 그리고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몸무게를 변화시키는 힘 모두 가속좌표계에서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가짜힘이다.

가짜힘의 운명은 영원한 솔로

이렇게 가짜힘은 가속좌표계에서 운동하는 물체를 설명하도록 도입된 ‘유용한’ 힘이다. 그렇다면 왜 가짜힘이라는 말을 썼을까? 그 이유는 단하나, 가짜힘에 대응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은 뉴턴의 제3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만족한다. 즉 모든 힘은 쌍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독립적인 힘은 없다.

예를 들어 망치로 못을 치면 못도 망치를 같은 힘으로 친다. 또 로켓에서 기체를 밀어내면 기체도 로켓을 밀어낸다. 지구가 사과를 당기듯이 사과도 지구를 당기는 것은 쌍으로 존재하는 힘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가짜힘은 어떤 힘 때문에 생긴 힘도 아니고, 가짜힘에 대응하는 반작용을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따라서 커브를 도는 자동차에서 사람의 몸이 커브 바깥으로 쏠리는 것이 구심력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긴 원심력(‘원심’은 ‘바깥으로 나가려는’의 뜻을 담고 있다)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즉 원심력은 가속좌표계에서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가짜힘이지, 어떤 힘의 반작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인공위성 속에 있는 사람이 왜 무중력을 느끼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위성 속에 있는 사람은 지구 중력과 크기는 같고 방향이 반대인 가짜힘 덕분에 중력의 효과를 느낄 수 없다. 가속좌표계인 인공위성에서 가짜힘이 작용한 예이다. 우리가 가짜힘이라고 부르지만 인공위성속에 있는 사람은 실제로 힘의 효과를 느끼므로 가짜힘이라고 말하는 것을 거부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 속에서 가지고 있던 사과를 놓으면 공중에 그대로 떠있게 되고 등속도로 운동하는 물체는 벽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계속 등속운동을 한다. 가속좌표계에 도입된 가짜힘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다.

가짜힘은 관성력

가속좌표계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면 시속 60km로 달리는 차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차를 쳐다보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본다. 시속 60km로 달리던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시속 40km로 달리는 것으로 본다. 물론 정지한 자동차가 6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볼 때는 시속 60km의 속도를 느낀다. 그 이유는 운동의 상대성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가짜힘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정지해 있거나 등속도 운동을 하는 좌표계이므로 물체의 운동에는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등속도 운동을 하는 자동차에서는 물건을 던지면 아래로 떨어지고, 몸무게를 재도 자신의 고유 몸무게가 그대로 나온다. 이런 좌표계를 관성좌표계라고 한다.

관성좌표계는 정지해 있거나 등속도로 움직이는 좌표계로서 뉴턴의 운동법칙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좌표계이다. 우리가 지구에 있을 때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것은 바로 지구를 관성좌표계로 보고 서술하는 것이다. 물론 지구를 벗어난 곳에서 보면 자전하며 공전하는 지구에서 운동하는 사람을 관찰하므로 관성좌표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절대적인 관성좌표계는 없다. 상대적으로 정지한 것만을 느끼는 것이다.

사실 자전하는 지구도 가속좌표계이므로 우리는 지구 규모의 가짜힘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구상에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이 지구 중심방향이 아니며, 크기도 위도에 따라 다르다. 왜냐하면 양극과 적도에서 나타나는 가짜힘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론적인 물체의 중력과 가짜힘인 원심력의 합력은 새로운 ‘유효중력’값을 만들기 때문이다. 또 코리올리효과도 가속좌표계인 지구에서 느낄 수 있는 가짜힘의 효과다.

이렇듯 가짜힘은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만족하지 않으며, 가속좌표계에서만 등장해 가속운동을 하는 물체의 운동을 설명해 주는 제5의 힘이다. 사실 가짜힘은 물리학의 용어로는 ‘관성력’이라고 부른다. 운동하던 물체가 갑자기 서거나 방향을 바꾸면, 그 물체는 지금까지 운동하던 방향으로 계속 운동하려고 한다. 이를 관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계속 운동하려고 한다’라는 말을 ‘가짜힘을 받는다’로 바꿀 수 있다. 즉 가짜힘은 관성 때문에 생기는 힘이므로 ‘관성력’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가속좌표계

지구상에 있는 물체에 작용한는 중력은 지구 중심방향이 아니며, 크기도 위도에 따라 다르다. 왜냐하면 위도에 다라 다르게 나타나는 가짜힘과 이론적인 중력값의 합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코리올리 효과

회전하는 좌표계에서 운동하는 물체에는 물체의 속력에 비례하고 운동방향에 수적인 가상적인 힘이 작용하는데 이 힘의 효과를 일컬어 코리올리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진자의 진동면이 지구 자전의 효과로 360도 회전하는 경우, 태풍이 북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소용돌이 치는 현상이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천문학
  • 기계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