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샌서의 최대 고민거리인 전자파장해 번개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건물의 붕괴사고가 빈번하다. 특히 우리는 뭔가에 쫓기듯 아파트 신축을 서두르고 있어 건물의 피로도, 즉 스트레스에 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콘크리트의 양생기간도 지켜지지 않고 염도가 높은 건축자재가 동원되기도 했다.
건물은 하루 이틀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현장의 사고도 문제지만 착공 후에도 안전성을 확실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우리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자동경보기를 설치하듯이 건물도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센서를 통해 끊임없이 감시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건물의 변화상태를 감지하는 센서를 활용, 건물의 피로도 등을 늘 점검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곧 완공될 예정인 미국 버몬트대학의 의학실험실 건물은 광학섬유센서를 장착한 최초의 구조물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연구소 건물의 콘크리트 안에는 마치 쪽집게처럼 건물의 이상유무를 알려주는 광학섬유센서가 박혀 있다.
이같은 새로운 센서를 개발한 사람은 버몬트대학의 공학자인 드라이버 허스턴과 피터 푸. 그들은 지난 달에 준공된 5층짜리 의학연구소에 자신들의 작품을 투입하고는 그 성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래는 건물이 세워지는 동안에만 국한, 구조물들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광학섬유센서를 개발해냈다. 그러나 곧 계획을 수정, 그 센서로 하여금 건물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도록 했다. 이를테면 완공 후에도 건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계속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되도록 건물이 빨리 지어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어지려면 적어도 28일은 경과해야 한다. 이처럼 콘크리트가 지금 얼마나 단단하게 굳었는가, 또 구조물은 현재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를 알게 되면 건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더러 전혀 예상치 못한 붕괴의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
건축물은 대개 건축기간 중에 최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4년 전 미국 코네티컷주의 브리지포트에서는 최악의 건물 붕괴사건이 터졌는데 그때도 건축중인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20여명의 공사장 인부가 사망한 이 사건을 조사한 연구팀은 보다 정확하고 보다 빈번한 측정만이 사고를 예방해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후 건물의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센서들이 잇따라 선을 보였다. 그중 단연 인기를 끈 것은 전자센서였다. 건물의 균열을 발견하고, 바람이나 진동이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는데 재빠른 전자센서는 한동안 신축건물의 '감초'였다. 사실 건물 내 또는 주변에서의 인간의 활동, 트럭의 이동, 미세한 지진 등을 포착하는데는 놀라운 기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광학섬유센서는 전자센서 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갖는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자랑이다. 무엇보다 전자센서는 어떤 특정한 한 지점에 전달되는 힘만을 측정하지만 광학섬유 센서는 건물이 전체적으로 받는 힘과 스트레스를 나타내 준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한다. 또 광학섬유센서는 전자센서의 골칫거리, 즉 전자파 장해(EMI)와 번개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있다. 게다가 건물의 한쪽이 그늘졌을 때 다른 쪽이 받는 햇살의 효과까지도 알려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광학섬유센서는 명칭 그대로 섬유에 전달된 힘의 크기를 재는 장치다. 이때 섬유는 빛의 변화를 감지해내는 역할을 한다.
버몬트대학의 의학실험실 건물 외형을 이루게 되는 콘크리트 안에는 광학섬유센서가 들어가 있는데, 한 곳에 차분히 자리를 잡은 센서가 그 안에서 계속 빛을 사방으로 쏜다. 바로 이 빛을 통해 건물이 받는 외압과 스트레스 등이 측정되는데 그 오차는 무시할 정도로 적다고 한다.
물론 가급적 많은 센서를 투입해야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허스턴은 힘을 계속 받는 곳 두 부위에 하나꼴로 센서를 장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한다. 현재까지 이 광학섬유센서의 작동은 매우 원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