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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떠다니는 해양과학연구소 이사부호

취항을 앞두고 시험운항 중인 이사부호. 과학조사선답게 갑판에 탐사 장비가 즐비하다.


‘떠다니는 해양과학연구소’, 국내 최초의 5900t급 과학조사선 이사부호가 11월 2일 취항한다. 2010년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간 뒤 꼬박 6년만이다. 취항을 앞둔 지난 8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팀은 수심 6000m가 넘는 미크로네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이사부호에 실린 첨단장비의 심해성능을 검증했다. 검증 결과와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시험지역인 괌 주변으로 태풍이 며칠 동안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바람이 거세게 불더라고요. 그래도 이사부호는 끄떡없었습니다. 배 하나는 잘 만들었구나 생각했죠.” 박동원 KIOST 종합연구선건조사업단장이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박 단장을 포함한 KIOST 연구팀은 지난 8월 5일부터 9월 6일까지 수심이 6000m가 넘는 미크로네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이사부호 장비들의 심해성능을 검증했다. 그런데 하필 그 시기에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이 괌을 덮쳤다. 이사부호가 5900t급으로 거대하고, 배의 위치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다이나믹포지셔닝(DP) 기술로 높은 파도에도 견딜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찔한 순간이 올 뻔했다.


염분 수온 수심 측정기(CTD). 원통 36개를 각각 열어 36곳의 해수를 채집해 분석한다(오른쪽 위). 지난 8월 심해성능 검증시험에선 CTD를 수심 6000m까지 내려보냈다.

 


실전 같은 연습
이사부호가 해양과학조사선으로 활동하려면 심해성능 검증시험은 필수다. 수심이 2000m인 동해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장비들이 수심 6000m가 넘는 심해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내 시운전 당시 승선해 취재한 이사부호에는 실험실과 장비들이 꽉 차 있었다. 모두 시험하는 것이 간단한 작업이 아닐 듯했다.

“탐사장비를 바다 아래로 내렸다가 올리는 윈치(로프를 감는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깊은 바다에 가서 일일이 다 풀어봤습니다. 6000m쯤 내렸을까요. 윈치의 모터가 과도하게 가열되더라고요. 냉각시스템 고장인 것 같았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불상사’를 취항하기 전에 알아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단장이 담담하게 말했다.
◀ 이사부호 우측에 설치된 원통형 자이언트 피스톤 코어.
30m 길이의 코어를 자유낙하시키면 코어가 심해 해저면을 뚫고 지질시료를 채집한다.


연구팀은 ‘염분 수온 수심 측정기(CTD)’도 검사했다. CTD는 원통 36개가 연결된 해수 채집기다. 36곳에서 해수를 채취해 전기전도도, 염분, 수심 등을 측정한다. 이번 시험에선 CTD를 수심 6000m까지 내린 뒤 서서히 올리면서 해수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박건태 KIOST 해양관측자료실 책임기술원은 “검증시험에서 파악한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장비를 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취항 이후에도 실제 탐사를 하면서 장비 세팅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신(新) 대양연구시대 개막
이번에 취항식을 마치면 이사부호는 승무원들이 적응하는 기간을 몇 달간 보낸 뒤 본격적인 탐사에 돌입한다. 활동 무대는 세계의 모든 바다다. 1992년 건조한 온누리호(1370t급) 이후 독자기술로 만든 조사선이 대양으로 나가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대양조사의 첫 번째 목표는 기후 예측. 태평양에서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을 분석해서 엘니뇨, 몬순 같은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을 찾는 것이다. 정회수 KIOST 관할해역지질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적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쿠로시오 발원지의 기후가 쿠로시오 해류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한반도 주변 바다와 북서태평양에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며 “대양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상과 기후를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는 태풍이 언제 올지를 예측하는 데도 쓰인다. 최근 부산과 경남 지역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를 보면 태풍으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는 엄청나다. 한국환경정책연구원이 2011년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태풍과 같은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줄 수 있는 피해 규모는 약 2800조 원. 태풍 예보의 정확도가 20%만 높아져도 연간 300억 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사부호 갑판에는 해양 기상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는 관측 장비가 실려 있다. 또 이것을 육상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이사부호는 앞으로 태풍을 초근접 거리에서 조사하면서 슈퍼태풍의 등급과 상륙지점을 정밀하게 예측해낼 계획이다.
 

찾아라 심해 생물자원

인도양에는 심해 열수생물과 같은 생물자원이 이사부호를 기다리고 있다. 수심 1000m에서 3000m 정도 되는 지점에는 마그마에 의해 가열된 열수가 솟아나오는 해저열수광상이 분포하고 있다. 그 주변을 보면 수백 종류의 생물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 신기한 것들이 많다. 온도가 수백℃로 뜨겁고 구리, 납, 아연 같은 금속 성분이 풍부한, 육지와는 완전 다른 환경에 적응해 사는 생물들이기 때문이다. 정 책임연구원은 “심해의 원시극한생명체는 지표상의 생명체가 가지지 못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미래 바이오산업의 소재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전세계 해양바이오산업 시장은 2018년 5조5234억 원으로 2014년에 비해 173%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시장조사기관 GIA의 2013년 11월 보고서 ‘Marine Biotechnology A Global Strategic Business Report’).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한국은 대양탐사요건(2만7780km 또는 40일 연속운항)을 만족하는 해양과학조사선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2014년 인도양 공해상의 중앙해령지역에서 1만km2 규모의 해저 열수광상 광구를 단독으로 탐사할 수 있는 계약을 국제해저기구(ISA)와 체결하고도 적극적인 연구를 하지 못했다.

이제는 이사부호가 가서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를 내려 탐사할 수 있다. 모선의 위치를 정밀하게 유지하는 다이나믹포지셔닝(DP) 기술과 무인잠수정의 위치를 파악하는 수중위치측정장비 등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KIOST 연구진은 이사부호가 열수광상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내고 광물자원이 많이 묻힌 곳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9년까지 독점광구 1만km2 중에 자원 비중이 높은 알토란 땅 2500km2를 선정해 ISA에 개발권을 신청할 계획이다.

2016년부터 건조되는 선박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1kWh 당 1.96~3.4g으로 5년 전보다 80% 가량 줄이도록 돼 있다. 이사부호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선박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해 이런 조건을 가뿐하게 넘었다. 소음도 줄였다. 프로펠러와 엔진이 만들어내는 진동을 억제하는 탄성마운트를 설치해 수중방사소음을 기준보다 크게 낮췄다. 음파장비로 측정하는 정보의 노이즈를 없애고, 동시에 해양생물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이다.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라는 어떤 노래 가사처럼, 이사부호는 이제 정말 바다로 달려 나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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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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