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에너지 위기’라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십 수년 전에도 교실에서, 다양한 매체에서 다가올 미래의 문제로 심각하게 다뤘다. 하지만 행동은 없었다. 결국 미래의 문제는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현실이 됐다. 오늘날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어떤 에너지 교육이 필요할까. ‘지역 청소년 에너지 교육’ 수업 참관을 위해 2023년 11월 7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신월중을 찾았다.
‘지역 청소년 에너지 교육’의 에너지 스쿨은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에너지 분야의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공단과 7개 발전그룹사가 2016년부터 진행해온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교에서 진로 수업으로 에너지 스쿨을 선택한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게 된다. 이날 특강은 신월중 1학년 학생 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역 청소년 에너지 교육을 위해 별도 교육을 받아 선정된 김유인 강사가 신월중 단상에 섰다.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청소년들
“최근 기후변화를 느꼈던 경험이 있나요?”
수업 시작, 김 강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앞다퉈 손을 들었다. 그중 이예준 군은 “어제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을 들어갔다 나오니 그새 비바람이 몰아쳤다”며 “11월인데 이상할 만큼 따뜻한 것도 기후변화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 이변은 올해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3년 9월 20일 열린 제78차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지구온난화의 시대가 끝나고 지구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원인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다. 인간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지구에 따뜻한 열을 잡아둬 지구 기온을 상승시킨다. 이산화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량은 줄이면서 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한국도 이에 동참해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24.4%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하루에 1kWh를 절약하는 구체적인 방법
김 강사는 학생들에게 풍력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이동수단, 한국 에너지믹스 중 약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 등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했다.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무나 숲, 열대우림 등 육상의 식물이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그린카본)과 갯벌이나 해양생물 등이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블루카본)을 소개한 뒤, 마지막에는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은 탄소가 발생한 시설에서 탄소를 포집한 뒤 해저와 같은 지층에 주입해 저장하고 활용하는 기술이다.
김 강사는 생활 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에너지 절약은 전기 요금에서부터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0년 발표한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 가정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299kWh의 전기를 사용한다. 이를 요금으로 환산하면 약 5만 8010원이다. 하루에 사용량을 1kWh씩 줄이면 한 달에 약 7790원을 아낄 수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1kWh의 전기를 아낄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백서준 군은 “TV나 컴퓨터를 쓰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빼놓으면 전기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전기 절약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다
“에너지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기가 어렵습니다. 에너지 위기는 지금도 심각하지만, 지금의 청소년 세대가 살아갈 시대는 더욱 심각해 질 거예요.”
김 강사는 에너지 위기는 인류가 넘어야하는 큰 산이라고 강조했다. 인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해 문명을 일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폭염, 가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러 상황과 맞물리면서 한정된 에너지의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김 강사는 “한국은 에너지 원료의 95.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위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업은 에너지 안보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남겼다. 백서준 군은 “예전에 정전이 된 적이 있었는데 컴퓨터, 세탁기, 냉장고를 다 쓸 수 없게 되니 정말 불편했다”며 “수업을 통해 전기를 왜 아껴야 하는지, 어떻게 아낄 수 있는지 좀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예닮 신월중 교사는 “학생들이 에너지 절약과 효율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