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 교수가 속해있는 북한물문제연구회는 북한의 물과 정수시스템을 연구하는 단체로, 올해 3월에 결성했다. 연구회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명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 1명, 그리고 조 교수까지 총 5명의 회원이 있다. 현재 회원을 모집 중이며, 10월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북한의 물을 진단하는 명의들
하지만 생각만큼 연구가 쉽진 않다. 물이 있어야 문제점을 파악하고 필요한 설비들을 설계할 수 있는데, 북한의 물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에 살던 탈북자나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해외 전문가에게 북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탈북자들이 ‘북한에서는 임산부들이 유산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여름철 아이들의 배앓이가 심각해 종종 죽는 아이도 있다’와 같은 현상을 말해주면 연구자들이 ‘그 지역 물은 중금속 오염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도출해 내는 식이다. ‘배를 갈라보지 않고 환자의 눈빛만으로도 어디가 아픈지 아는 의사가 진정한 명의’라는 드라마 ‘허준’ 속 대사처럼, 이들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현상만으로 물이 어떻게 아픈지를 진단하는 또 다른 명의다.
조 교수의 최종적인 목표는 통일된 한국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정수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을 북한에 전달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 처리 시스템 중에도 실패한 것들이 많거든요. 지금보다 더 나은 기술을 만들어야죠. 물론 북한의 물 전문가와 함께요. 이런 것들이 공학자가 해야 하는 통일 준비라고 생각해요.”
아프리카에 옹달샘과 황금연못을 선물한다
조 교수는 수질개선이 필요한 여러 나라에 2006년부터 ‘옹달샘’과 ‘황금연못’을 만들어주고 있다. 옹달샘은 정수시스템을, 황금연못은 연못형태의 작은 하수처리장을 의미한다. 원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연못 주변의 자갈로 연못 바닥에 하나의 층을 만들고 그 위에 부들이나 갈대를 심는다. 그럼 끝, 황금연못 완성이다. 자갈 아래까지 자라난 뿌리와 자갈에 붙는 미생물은 하수에 있는 유기물을 처리한다. 옹달샘은 더 간단하다. 자갈이나 모래, 숯 등을 멤브레인처럼 이용해 물을 걸러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황금연못을 만들어 준 곳이 지금까지 17개나 된다.
왜 이런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조 교수는 “공학은 ‘인간’이라는 변수를 가진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힘들어 하니까, 또 필요로 하니까 공학이 발전하는 겁니다. 공학을 영어로 엔지니어링이라고 하죠? 저는 그걸 인간의 마음이 엔진이 돼야 진정한 엔지니어링이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학생들에게도 기술을 공부하기 전에 먼저 인간에 대해 고민하라고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