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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전 우주에 고한다 외계문명 응답하라!


[미국 푸에르토리코대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 연구팀은 지금까지 총 44개의 외계행성이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꼽았다. 그 중 지난 8월 발견된 프록시마b를 비롯한 10개 행성(파란색 점선)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세로축은 표면 온도, 가로축은 겉모습이 지구와 닮은 정도를 수치화했다. 각 행성의 표면은 가상 이미지다.]


[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 주인공 엘리(조디 포스터 분)는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을 기다린다.]

 


12년 전, 필자가 대학원에 막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어릴 적부터 어렴풋하게 우주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때가 오자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가 과학 다큐멘터리 DVD를 빌려줬다. 지구의 어떤 특성 때문에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됐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왜인지 그 다큐멘터리는 필자를 완전히 사로잡았고, 다큐멘터리 내용이 정말 옳은지 알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구 밖 우주에도 과연 우리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산다면, 얼마나 많은 별에 살고 있을까. 그들의 문명은 우리 문명보다 수준이 높을까, 낮을까.

외계생명체 연구는 유사과학이다?

이런 궁금증은 천문학이 발달해 우주가 매우 광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늘날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끊임없이 가져온 질문이다. 수많은 종교나 신화의 창조설화가 결국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있는 것처럼, 인류는 결국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외계생명체 혹은 외계인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작 외계인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천문학자는 사실 외계인에 대한 연구를 일종의 유사과학으로 여긴다. 우리 인류가 한 번도 외계인과 접촉한 적이 없어서 연구를 하는 데에 상상력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인류라는 생명체가 지구에서 어떻게 처음 생겨나 진화해 왔는지도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발생 과정이 인류보다 훨씬 다양할 외계인을 연구하는 데에 제약이 많다. 게다가 외계인의 존재는 정치적·종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과연 순수한 결론을 내놓는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연구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1980년대에 처음 시작된 ‘세티’라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그램이 가장 유명하다. 배우 조디 포스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콘택트’의 실제 배경이 된 프로그램으로, 여러 행성계에서 오는 신호를 전파 망원경으로 잡아내 외계문명이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법한 신호를 찾아내려 시도한다. 그러나 3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신호를 찾아내지 못했다. 앞으로 찾아낼 확률도 크지 않다.

세티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기술력과 자금이 부족해 수십 년 동안 관측한 행성계가 1000개도 안 된다. 그 안에 외계인이 애초부터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설령 외계인이 있더라도 그들이 만든 신호를 우리가 구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계인이 어떻게 진화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티는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다가 결국 정부 지원금이 대폭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천문학적으로 건전하게(?) 외계인을 연구하는 방법은, 바로 외계인이 살만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2009년에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포함한 여러 망원경을 통해, 현재까지 3400개 정도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 이 중 10개는 지구와 환경이 비슷하리라 예상된다. 지난 8월 ‘네이처’에 발표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계에 존재하는 ‘프록시마b’도 여기에 해당한다.

물·온도·안정성, 생명이 태어나기 위한 조건

생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에 사는 생명체도 극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300℃가 넘는 곳이나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동굴 속, 심지어 진공 상태에서도 일부 생명체가 살아남는다. 하지만 이렇게 극한 조건에서 사는 생명체는 구조가 단순하다. 문명을 이룰 만한 지적 능력을 갖췄으리라 예상하기 힘들다.

인류 같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은 훨씬 제한적이다. 크게 세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먼저 지구처럼 단단한 지각이 있어야 한다. 행성 표면이 기체로 돼 있으면 생명체가 존재하더라도 공중에 떠다니기 위해 밀도가 낮은 단순한 신체 구조를 가질 것이다. 그런데 행성이 단단한 지각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규소나 칼슘, 철 등 무거운 원소가 필요한데, 이들 원소가 주로 발견되는 초신성 잔해는 우주 전체에 그리 많이 분포하는 편이 아니다. 당장 태양계만 해도 행성의 절반이 기체로 이뤄져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액체 상태의 물이다. 물은 극성을 띠기 때문에 이온 상태의 물질을 잘 전달하고, 따라서 지구 전체의 기후를 일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분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물을 이루는 산소와 수소가 우주 전체에 상당히 많으므로 물을 찾는 게 더 쉽다.

액체 물이 존재하려면 항성과의 거리가 중요하다. 행성이 항성과 너무 가까우면 행성의 표면 온도가 너무 높아져 물이 수증기가 된다. 반대로 항성에서 너무 멀면 표면 온도가 낮아져 물이 얼음으로 존재한다. 즉, 행성과 항성 사이의 거리가 적당해야 한다. 이를 골디락스 범위라고 한다(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곰이 끓인 뜨거운 수프와 차가운 수프, 그리고 적당한 수프 중에서 소녀가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한 일화에서 따온 말이다).

골디락스 범위는 항성 종류에 따라 다르다. 특히 밝기가 중요하다. 만약 항성이 너무 어두우면(에너지가 작으면) 골디락스 범위는 항성에 가까워지는데, 오히려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행성에 미치는 항성의 중력이 너무 세져서 마치 지구와 달의 관계처럼 행성의 한쪽 면만이 항성을 바라보게 된다. 행성의 한쪽 면은 너무 뜨겁고 반대쪽 면은 너무 차가워진다. 당연히 생명체가 존재하기 어렵다.


 

 

마지막 조건은 안정성이다. 문명을 이룰 만한 지적 생명체가 진화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초신성 폭발이나 활동성 은하핵에서 나오는 감마선에 노출되면, 대규모 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초신성 폭발은 새로운 별이 활발하게 태어나는 지역 근처에서 일어나므로, 최근에 새 별이 탄생하지 않은 지역일수록 생명체가 진화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위 세 조건은 2000년대 초반에 거의 확립됐다. 이를 모두 만족하는, 외계 문명이 있을 법한 행성을 골디락스 행성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골디락스 행성은 우주에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초신성 폭발 영향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최근까지 골디락스 행성의 분포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우리은하 안에서만 이뤄졌다. 일부 연구가 기껏해야 지구로부터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 정도를 다뤘을 뿐이다. 이런 은하가 우주 전체에 1000억 개 이상 될 거라고 예상되는데 말이다.

놀랍게도 지난해 중반부터 전 우주에 걸쳐 골디락스 행성의 분포를 연구한 논문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필자가 있는 고등과학원(KIAS)에는 매주 한 번씩 연구원들이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그 주에 새로 출판된 흥미로운 논문을 소개하는 ‘아스트로-런치’라는 모임이 있다. 작년 9월 전 우주의 골디락스 행성에 대한 첫 논문을 발견했을 때, 너무 흥미로워서 아스트로-런치에 소개할 생각에 가슴이 들떴다. 그러나 논문을 읽고 몹시 실망했다. 우리은하 안의 골디락스 행성 분포를 연구한 앞선 연구들의 치밀한 방법론에 무척 감명을 받은 터였는데, 새로운 논문에서 시도한 방법은 그와 비교하면 너무 유치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은하의 종류와 상관 없이 별이 생성되는 속도를 평균 속도로 대입하거나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는 비율을 전체 우주에 동일하게 대입하는 등 가정과 계산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했다. 그 주의 아스트로-런치에서 필자는 아예 마음을 먹고 15분 동안 그 논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아스트로-런치에서 같은 연구원소속의 라파엘 고밧이라는 연구자가 비슷한 논문을 소개했다.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고밧 연구원의 한 마디에 귀가 번쩍 뜨였다. 이 친구가 자기가 조금만 시간을 쓰면 이보다 훨씬 더 나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장담한 것이다! 같이 연구를 해보자고 꼬드겼다. 그 결과가 바로 올해 8월 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에 발표한 ‘생명체 거주 가능성의 진화(Evolution of galaxy habitability)’다.

고밧 연구원과 필자는 우리은하를 넘어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를 대상으로 골디락스 행성의 분포를 계산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은하의 종류별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골디락스 행성의 분포가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했다.

연구방법 자체는 단순하다. 현대천문학은 은하의 종류와 지속 시간에 따라 분포가 어떻게 변하는지 대략 알고 있다. 또, 각각의 은하에서 항성과 무거운 원소의 분포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고 있다. 따라서 지각을 가진 행성의 분포(케플러 우주망원경 등을 통해 알려져 있다)를 각 항성에 대입하면, 골디락스 범위에 들어오는 행성만을 추려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이전 연구에서 흔히 사용한 방식이다.

한 가지 다른 건, 초신성 폭발의 영향을 축소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연구 과정에서 초신성 폭발이 생명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미미할 거라고 추정했다. 기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8파섹(약 26광년) 이내의 거리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로부터 나온 방사선이 행성에 있는 모든 생명을 멸종시킬 거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전체 우주의 초신성 폭발 빈도로 추정하건대, 지구도 분명 8파섹 이내의 거리에서 초신성 폭발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현재 살고 있다는 것은, 과거의 초신성 폭발이 생명체에 전혀 악영향이 없었거나 설사 해로운 영향을 줬더라도 생태계가 회복될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우리의 계산으로는, 대략 1파섹(3.26광년) 이내의 초신성 폭발이어야만 행성의 생명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추정 덕분에 별 탄생이 활발한 곳에 있는 골디락스 행성의 개수가 이전 연구에 비해 많아졌다.
 




 
전 우주에 골디락스 행성 14조 개!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은하에만 골디락스 행성이 14억 개쯤 있다. 절반은 지구가 태어나기 최소 15억 년 전에 태어났고, 3분의 1은 지구가 태어난 뒤 만들어졌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 전체로는 대략 14조 개의 골디락스 행성이 있다(위 왼쪽 그래프). 절반은 지구가 태어나기 최소 50억 년 전에 태어났고, 약 8분의 1은 지구 탄생 이후에 만들어졌다. 또, 우리 은하 같은 나선은하보다는 타원은하에 더 많은 골디락스 행성이 있다. 요컨대, 지구는 우리은하가 가진 골디락스 행성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또, 전체 우주 규모로 봤을 때 우리은하는 골디락스 행성을 많이 보유한 은하가 아니다.

물론 골디락스 행성이 곧 외계문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조건은 그야말로 가장 단순한 필수조건일 뿐이다. 그 외에도 얼마나 다양한 천문학적 조건이 맞아야 할지, 조건이 맞더라도 얼마나 큰 확률로 실제 생명의 진화가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외계인을 직접 발견하기 전까지는 실제 외계문명의 분포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몇 가지 사고실험을 할 수는 있다. 모든 골디락스 행성에서 지구에서와 똑같은 과정을 통해 문명이 나타났다고 가정하면, 우리은하에는 총 14억 개 정도의 외계문명이 있다는 뜻이 된다(위 오른쪽 그래프). 반대로 우리 은하에 여태까지 외계문명이 한번도 생겨난 적이 없다고 가정하면, 골디락스 행성에서 외계문명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80억 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즉, 인류가 우주 전체 평균보다 35억 년 이상 빨리 진화했다는 뜻이 된다.

지구는 특별하다, 우주는 훨씬 더 특별하다

서두에 말했듯, 필자는 처음에 지구의 특별함에 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우주 연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 물론 지구는 매우 특별한 행성이지만, 우주는 그 특별함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광활하다. 지구처럼 좋은 환경을 가진 행성이 엄청 많을 수도 있다.

인류는 과연 이 광활한 우주에서 외톨이일까, 아니면 우주 어디에서나 생겨날 수 있는 존재일까. 만약 흔한 현상이라면, 인류는 왜 수억 개의 외계문명 중 단 하나도 아직 만나지 못한 걸까. 반대로 우리은하에, 더 나아가 우주 전체에 인류 이외의 다른 외계문명이 없다면, 인류는 왜 이토록 특별하게 진화해 온 걸까. 궁금증은 늘어만 간다.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홍성욱 고등과학원 연구원
  • 에디터

    우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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