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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규모가 가장 컸다. 그전까지 가장 큰 지진이었던 1980년 평안북도 의주 지진(규모 5.3)보다도 13배 정도 강력했다. 규모는 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의 양을 정의하는 단위로, 숫자가 1이 커질 때마다 에너지는 32배로 강해진다(로그 스케일).

규모 5.8의 진동은 한반도 전체를 흔들었다. 경주와 부산에서는 진도6, 즉 집이 흔들리고 집안 가구가 움직이는 진동이 느껴졌다. 서울에서도 그릇이나 창문이 흔들리는 수준의 진도4의 진동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지진의 에너지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의 위력(규모 5.0)보다도 수십 배 컸다는 자극적인 해석도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과 기상청은 양산단층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우수향 주향이동) 이번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마치 손바닥을 비빌 때처럼 단층의 왼쪽과 오른쪽이 엇갈려 옆으로 밀리면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한반도에는 북서-남동 방향으로 이런 주향이동 단층이 많고, 지진은 대부분 여기서 일어난다. 일본처럼 판의 경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가 위치한 유라시아판이 인도판과 태평양판 사이에 끼어 있는 탓에 지층에는 계속해서 압력이 쌓인다. 이것이 지반이 약한 단층대를 따라 한 번에 방출되는 게 지진이다. 이윤수 지질연 지질조사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이번 지진의 특성을 좀 더 살펴보면 주향이동 단층의 수평운동이 주로 일어났고, 동시에 지표면에 수직한 면과 10° 남짓한 각도를 갖는 역단층 운동도 함께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지하 심부의 단층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큰 규모의 단층 운동이 있은 뒤에는 반드시 2차적인 단층 활동이 수반된다. 큰 나뭇가지를 흔들면 붙어있는 작은 나뭇가지에도 진동이 전달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주향이동 단층 일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인접한 다른 주향이동 단층에도 힘이 전달된다. 특히 이 단층들의 연결부위에 응력이 많이 작용하고, 바로 여기서 여진이 발생한다. 이번에도 규모 4.5의 여진이 본진 주변에서 일어났다.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학과 교수는 “지진이 단층의 시작과 중간, 끝 중 어느 부위에서 시작됐는지, 응력이 어디까지 전달됐는지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며 “여진이 발생한 위치를 통해서 지진이 일어난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지진이 유독 강했던 이유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지난 7월 규슈 강진의 영향을 받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5년 전 규모 9.0의 대지진은 독도가 동쪽으로 5cm, 서해안 지방이 동쪽으로 1.6cm 이동할 정도로 한반도에 큰 응력을 전달했다. 규슈 지진은 한반도가 놓여 있는 유라시아판에서 발생했다. 이때 쌓인 응력이 지진의 규모를 5.8 수준으로 키웠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책임연구원은 “대지진 전후로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규모가 크게 바뀌었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교수도 9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리상 상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진은 그야말로 경주에 집중됐다. 전진은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본진은 그로부터 1km 남짓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인근의 문화재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시설들의 위험성이 새삼 부각됐다. 그러나 사실 경주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번 지진으로 언급될 정도로 역사적으로 지진이 빈발했던 지역이다. 삼국시대 이후부터 1904년까지 역사에 기록되거나 관측으로 보고된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도 2186회나 된다(DOI: 10.1785/0120050050).

경주에 지진이 잦은 가장 큰 이유는 그 아래에 한반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양산단층(부산-울진, 약 200km)과 울산단층(울산-경주, 약 50km)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양산단층 주변에는 모량단층, 밀양단층, 동래단층, 일광단층 등 아류 단층들이 모여있는데, 이번 지진은 이런 ‘양산단층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양산단층대는 가장 최근의 지질시대인 제4기(259만 년 전~현재)까지 단층 운동이 있었던 곳이다.
 
전문가들은 경주 아래의 단층들이 어떻게 현재 모습으로 진화해왔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층이 받는 응력의 변화가 어떻게 단층을 활성화시키고, 이에 따라 단층이 어떻게 운동하는지 알면 지진의 활동성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김영석 교수팀은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쿨롱3(Coulomb3)’ 프로그램을 이용해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주위의 응력변화를 모델링했다. 그 결과 제3기 마이오세(약 2300만 년 전~약 533만 년 전) 후기 울산단층의 북서쪽 말단 부근에 응력변화가 생기면서 울산단층이 양산단층 방향으로 접근하고, 한자 사람 인(人) 모양과 유사한 형태로 접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지질학회지 제45권 제4호, 361-377, 2009년 8월). 김 교수는 “현재 경주지역에 작용하는 응력은 (플라이오세 이후부터 쭉) 동북동-서남서 방향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서 단층의 운동방향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지진이 계속 일어날까. 일단 활단층이 확인된 이상 피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다만 규모 7.0 이상의 강한 지진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할 수 없다.
 
 


경주 지역의 지진은 1500년 된 신라 유적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물 1744호인 불국사 대웅전의 지붕 기와가 바닥에 떨어져 파손됐고, 국보 제31호인 첨성대는 지반이 침하하면서 2014년 조사 때보다 북쪽으로 2cm 가량 더 기울었다. 정상부의 정자석 남동쪽 모서리도 서쪽으로 5cm, 북쪽으로 3.8cm 움직였다. 하지만 지진으로 고층 건물 천정이 무너지고 벽이 균열되는 상황에서 문화재의 변형이 의외로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첨성대를 오랫동안 조사한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북쪽으로 1.1° 가량 기울어져 있던 첨성대가 이번 지진으로 0.1° 가량 더 기울었다”며 “북쪽 지반이 다른 곳보다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게중심이나 위치를 고려했을 때 전복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첨성대의 내진 설계를 이유로 들었다. 첨성대는 하부의 직경이 상부보다 커서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고, 12단(창문 같은 개구부가 있는 위치) 아래로는 흙이 채워져 있다. 또 건축물이 원형으로 360° 대칭을 이루고 있어 어떤 방향에서 진동이 와도 안정적이다. 겉에서 보면 표면이 굉장히 매끈하지만 실제로는 길이가 70cm 정도 되는 석재들을 쌓아 올린 구조라 짜임새가 안정적이다.

내진 설계가 잘 된 것은 불국사도 마찬가지다. 목조건축물 자체가 지진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특수기법을 이용해서 건축물이 충격에도 변형되지 않도록 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렝이법’이다. 그렝이법은 주로 주춧돌과 그 위에 세워진 기둥 사이에 적용된다. 주춧돌의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지 않고 자연 상태의 모양 그대로를 쓰고, 기둥의 아랫부분을 주춧돌의 표면에 꼭 맞게 깎아내서 밀착시킨다. 대웅전 남회랑 아래, 즉 백운교 좌우 석축과 석가탑의 암좌에도 이런 그렝이법이 적용돼 있다. 또 석재를 쌓을 때도 이음새에 부재로 작은 돌들을 채워(뒷채움돌) 이것들의 마찰을 통해 지진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대한지리학회지 42(3), 2007.6, 315-331).

한편 문화재는 지진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현재는 터만 남아있는 황룡사 9층 목탑, 첨성대, 불국사, 석가탑 등에 큰 지진 이후의 수리 기록이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쐐기모양의 블록들을 궁형(아치형)으로 쌓아 건축한 다리나 대문이 하강한 것도 지진의 여파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8세기에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경주 남산의 마애여래입상을 통해 779년 경주에 발생한 지진의 강도와 운동을 추측한 연구도 나왔다(아래 그림).
 
 


이번 지진의 또 다른 키워드는 전조현상이다. 일부 사람들이 전조현상이라고 꼽는 대상에는 지하수 변화, 동물들의 이상행동, 지진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에는 특히 지난 7월 부산에서 신고된 가스냄새가 지진의 전조증상이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현재는 도시가스에 주입되는 부취제, 또는 그것을 포함한 화학폐기물이 누출되면서 악취가 발생했다고 잠정 결론낸 상태다).

지진이 났을 때 가스냄새가 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단층이 갈라진 뒤, 그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성 물질인 라돈 가스를 포착해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도 있다. 지진이 일어나면 토양에 포함된 전자들이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규산염(SiO₃) 광물과 같은 암석을 이온화시켜 산소 음이온을 만들어낸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이 물과 만나 지하수의 성분을 변화시키고 때때로 동물의 이상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DOI:10.3390/ijerph8061936). 하지만 이런 보고들은 대부분 지진이 발생하고 난 뒤에, 전조현상은 아니었을지 추정하는 것이라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지진을 앞두고 독특한 모양의 구름, 이른바 지진운을 봤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관측한 것들은 대부분 고적운이나 권적운 등 평상시에도 나타나는 구름이다.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지진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하지만 국민의 상당수가 긴급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

 
현재로써 그나마 가장 믿을 만한 것은 미소 지진이다. 거대한 단층면이 한꺼번에 쪼개지기 전에, 단층면의 일부분이 응력을 견디지 못해 흔들리는 현상(미소 지진)을 포착하는 것이다. 미소 지진을 관측해서 강진을 예측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딱 한 번 성공했다. 1975년 중국 다롄 인근 도시 하이청에서 미소 지진이 포착돼 100만 명의 주민이 대피한 결과 규모 7.5의 강진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미소 지진을 포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소 지진 수가 갑자기 급증하는 신호를 찾아야 하는데, 변화가 워낙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경주 지진 전에도 연평균 한두 번 발생하던 미소 지진이 4~7번으로 늘었지만 이것이 지진의 전조현상인지는 가려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소 지진이 전혀 없는 지진 있다. 1976년 중국 탕산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은 전조라고 할 만한 현상이 일절 없었다. 당시 25만 명이 사망했다.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지진과 자연현상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난카이 해구 아래로 필리핀판이 들어가면서 서남일본열도에 크고 작은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해양연구개발은 국제해저시추프로그램(IODP, 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과 연계해, 지진을 일으키는 일본열도와 필리핀판의 경계부까지 들어가 지진을 예측할 실시간 관측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03년부터 현재까지 심부시추를 하고 있다. 동해에도 시추를 10개 이상 했다.

최근에는 거대한 지진이 보름달이나 초승달이 뜬 시기에 많이 발생한다는 일본 도쿄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9월 12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실제로 2004년 수마트라, 2010년 인도네시아, 2011년 도호쿠 지진 등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대형 지진을 분석한 결과, 지진 발생 약 2주 전에 조수간만의 차가 극대화되는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지구와 달의 중력 변화가 지구 단층대에 영향을 준 것이 원인이라고 추측했다.



온 국민이 눈앞에서 땅이 울렁거리고 집이 흔들리는 걸 경험하다보니 대피요령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진 발생 시에 테이블 밑에 숨는 것이 옳은가’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놓고도 논란이 빚어질 정도다(국민안전처는 홈페이지를 통해 테이블 밑에 숨어도 된다고 정리했다). 이처럼 대피요령은 상황에 따라 변수가 무수히 많다. 최근에 많은 언론보도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욕실로 대피하라는 조언을 전했다. 구조상 욕실이 철근이 많아서 단단하고, 습기를 막기 위해 벽돌을 두껍게 쌓는다는 이유였다. 물이 있어 고립 시 버티기가 용이하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 도쿄도가 발행한 방재 매뉴얼책 ‘도쿄방재’에서는 지진 발생시 욕실에서 얼른 대피하라고 나와 있다. 유리와 같이 깨질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하는 상황은 매우 다양하다.
이에 대비해 대피요령을 미리 숙지하고 실제로 훈련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진이 났을 때 즉시 집밖으로 나가야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국민안전처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지면이 흔들리는 시간은 길어야 1~2분이다. 일단 가스 밸브와 수도 밸브를 잠그고 문을 열어서 출구를 확보한 뒤, 테이블 아래에 숨어서 떨어지는 물건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진동이 멈춘 뒤에 건물을 빠져나온다. 대형건물 안에 있다면 외벽쪽에 붙어 대피하고 엘리베이터 탑승을 피해야 한다.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한반도에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서울에 있는 건물 38만 채가 손상된다고 나왔다. 국내에 내진 설계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 1988년부터다 보니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은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만 66만 채에 이른다. ‘신속한 경보’만이 살 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지진을 예보하고 조기경보한다. 미국지질조사국이 개발한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셰이크얼러트’는 사람들이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GPS 이용해 이것이 한꺼번에 한 방향으로 ‘휘청’하면 지진을 경보한다. 시뮬레이션이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지진 도착 23초 전에 경보하는 성능을 보였다(과학동아 2015년 6월호 기사 ‘빅데이터로 경보하고 대피한다’ 참조).

지진이 발생한 지 9분이 지나도록 긴급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안전처도 실은 2020년까지 경보 시간을 10초 이내로 단축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과 국민들의 스마트폰을 통합해 스마트폰 앱으로 지진을 경보하는 기술이다. 이번 지진을 교훈삼아 부디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이영혜
  • 일러스트

    박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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