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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정상성’에 대한 의문, 토마스 쿤에서 찾다

새 책



과학동아 6월호 커버스토리에서 기자는 절단장애인을 위한 첨단의수족 기술을 주로 다뤘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무용수를 1년 만에 다시 무대로 복귀 시킨 미국 MIT 미디어랩 휴 허 교수의 전자의족 기술과, 생각대로 움직이는 전자의수를 만들려는 국내 최고 과학자들의 5개년 프로젝트 등을 소개했다.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처럼 인간을 닮은 기계가 대세인 시기에 반대로 ‘인간의 기계화’라는 또 다른 큰 추세를 짚어 보려는 시도였다.

즐거웠지만, 얼마 못 가 기자는 뒤통수를 맞는 듯한 경험을 했다. 다른 취재차 만난 한 과학사회학자가 기사를 본 뒤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사지 달린 인간만이 정상인 건 아닌데요?” 그가 취한 과학철학적 관점에 따르면, 과학은 지금껏 정상적인 인간의 몸을 ‘서구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했다. 백인이 아니거나 비(非)남성이거나 신체 기관 중 하나가 부재해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차별 받고 배제 당했다. 한 달 내내 취재를 하면서 이런 의심은 추호도 해보지 못했다.

기자가 다뤘던 첨단기술들, 소위 ‘핫’한 과학은 사실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토마스 쿤의 말처럼 나는 (그의 주요 개념인) 패러다임을 ‘본보기’로 여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본보기란 사고방식이나 세계관이 아닌 과학적 문제 해법의 한 예로서, 과학계 대부분이 존경하고 모범으로 삼는 어떤 업적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이걸 알고 나면, 어떤 비정상 인간을 과학계가 동의하는 정상 범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 여전히 장려되고 박수를 받고 있다는 불편한 측면을 간파할 수 있다.

덴마크 다큐멘터리 ‘내추럴 디스오더’에는 육체는 병약하지만 지능은 총명한 뇌성마비 장애인 ‘야코브 노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정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화면 속 이들은 당황스러워하며 웃는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과학적 지식만으론 부족하고, 철학적인 사고방식이 필수다. 훌륭한 과학철학 입문서인 이 책이 생각의 실마리를 틔워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단다. “철학적 통찰력이 가져다 주는 이 자유야말로 진정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을 단순한 장인 혹은 전문가와 구별해 주는 것 같다”고. 결코 쉽지 않지만 의식의 끈을 붙잡고 저자 특유의 대화식 논변을 차근히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주는 즐거움과 통찰을 한껏 음미하게 될 것이다.




“ 1000년 전 알하이삼이 되는 법”

1000년 전 활동했던 페르시아 태생의 과학자 이븐 알하이삼은 빛과 시각의 관계에 대해 몰두했다. 그의 200권이 넘는 저서 가운데 유일하게 전해오는 ‘광학 개론’에는 그가 발명한 어둠상자가 기술돼 있다. 어둠상자는 바로 오늘날의 사진기와 망원경의 모체다. 만약 이 기계들이 없었다면 단연코 오늘날의 천문학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알하이삼의 어둠상자처럼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30가지 발견을 소개한다. 3만2000년 전 선사시대의 인류가 달의 모양이 바뀐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50년 전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을 밟을 때까지, 장구한 천문학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책이 특별한 건, 이 발견들을 직접 실험하면서 체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천체 사진가이자 우주 칼럼니스트인 에마뉘엘 보두엥과 물리학 교수 카트린 에벙 보두엥 부부가 난이도 1~3인 다채로운 실험을 기술했다. 이 중에는 이븐 알 하이삼이 제시했던 어둠상자도 있고, 용기를 발휘해야 하는 특별한 실험도 일부 있다. 역사 속 30가지 발견의 순간을 재현하면서 가늠할 수 없는 우주의 신비를 확인하는 즐거움은 남녀노소 모든 이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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