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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거대 도시 이룩한 메가스트럭처





거대 도시를 웅장하게 만드는 건 초고층 건물들이다. 서울도 올해 ‘롯데월드타워’가 본격적인 ‘100층 시대’를 열 예정이다. 시공 중인 건물을 포함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킹덤타워(지다타워)’다. 킹덤타워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으며, 높이는 무려 1007m다. 어떻게 1km가 넘는 높이의 건물이 흔들리지 않고 서있을 수 있을까.

건물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건 건축의 구조다. 10층 이하의 낮은 건물의 구조와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의 구조는 확연히 다르다. 높아질수록 바람이 만들어내는 횡력이 강해지고, 이에 대한 안정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초고층 건물의 중앙에는 마치 심지처럼 횡력에 저항하기 위한 코어(core) 벽이 필요하다. 코어 벽을 기준으로 네 외벽에 단단한 강재들이 늘어서서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를 ‘튜블러 구조’라고 하며, 네 모퉁이에 거대하고 무거운 기둥을 만드는 구조를 ‘메가기둥 구조’라고 한다. 거대한 기둥이 모서리에 있는 것은 횡력에 가장 효율적으로 저항하기 위한 묘책이다. 회전하는 힘에 대한 관성력은 회전축(건물의 중심인 코어 벽)으로부터 힘을 받는 지점까지의 거리 제곱에 의해 결정된다(관성모멘트). 때문에 중심에서 가장 거리가 먼 네 귀퉁이의 질량이 무거울수록 건물의 관성력이 커져 잘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초고층 건물들이 메가기둥 구조를 선택했다. 올해 말 완공될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역시 이 구조다. 다만, 네 귀퉁이가 워낙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구역이라 모서리 근처에 메가기둥을 세웠다는 차이만 있다.

반면 킹덤타워는 Y자 형태의 구조를 택했다. 대개 ‘빌딩’하면 직육면체 모양을 떠올리지만, 킹덤타워는 과감히 그 모양을 버리고 Y자 모양을 택했다. 현존하는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도 이 구조다. Y자 형태가 최근 초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왼쪽 아래 롯데월드타워의 설계도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초고층 건물은 코어를 빼고 나면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적다. 반면 Y자 형태는 Y자 코어 벽을 따라 주거 공간을 확보해 건설 비용 대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 Y자 모양 전체가 코어의 역할을 하는데다 각 모서리 끝에는 메가기둥까지 설치돼 있어, 일반적인 메가기둥 구조에 비해 바람에 대한 수평내력도 더 크다.
 




바다가 갈라놓은 도시와 도시를 잇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해저터널은 그 중에서도 비교적 먼 거리의 도시를 이어야 할 때 만드는 구조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은 일본의 세이칸 해저터널로 53.9km다. 하지만 진짜 바다 아래 들어가 있는 해저부분의 길이만 따지면 1994년에 완공된 유로터널이 가장 길다. 유로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로, 총 길이는 51km지만 해저구간은 38km로 세이칸 해저터널보다 15km나 더 길다.

바닷물이 짓누르는 해저지반을 수십 km 파내는 동안 침수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안전한 공법에 있다.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방법에는 거대 중장비를 이용하는 쉴드 TBM 공법, 발파를 이용하는 나틈(NATM) 공법(116쪽 참조), 육지에서 터널의 부분 부분을 만든 뒤 수면 아래서는 조립만 하는 침매 공법 등이 있다. 유로터널과 같이 긴 터널은 주로 쉴드 TBM을 이용한다. TBM은 터널 구경에 맞게 만들어진 원통 모양의 중장비로, TBM 앞면에 달린 칼날이 회전하면서 터널을 뚫고 나간다. 인부들은 TBM 안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침수가 일어나더라도 안전하다.

나틈 공법은 인부들이 해저 굴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사전 지반 조사를 철저히 한다. 수면에서 시추를 해 지질 샘플을 채취한 뒤 지질 상태를 분석하기도 하고, 소규모 발파로 인공 지진을 일으켜 지진파로 암반의 경도와 단층의 유무를 조사할 수도 있다. 이 과정만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나틈 공법은 시멘트를 이용해 방수 층을 만들면서 터널을 파나간다. 지반이 약한 부분은 실로 구슬을 꿰듯이, 철재로 암석을 엮어서 침수를 방지한다.


[더 펄 카타르 :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위치한 인공 섬으로 1만2000여 명이 살고 있다. 카타르의 대표 관광지로 인공 섬까지 32km의 인공 해안선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도시의 몸집을 키우는 또 다른 방법은 바다에 인공 섬을 건설하는 방법이다. 바다 아래를 흙으로 덮어서 만드는 매립식, 반대로 바닷물을 빼서 만드는 간척식, 둥둥 띄워놓는 부유식이 있다. 일본의 자동차 전용도로 도쿄만 아쿠아라인에는 9.5km에 달하는 해저구간이 있는데 그 중간에 두 개의 인공 섬, 가제노토와 우미호타루가 있다. 여러 대의 TBM을 운용하기 위해 만든 두 인공 섬은 부유식 인공 섬인 반면, 오사카 여행을 할 때 주로 이용하는 간사이 신공항은 흙을 덮어서 만든 매립식 인공 섬이다. 간사이 신공항의 면적은 510만3000m2으로 인천공항의 10분의 1정도의 크기다. 이 넓은 섬을 어떻게 인공적으로 바다 위에 만들었을까.
 

엄청난 양의 흙을 한꺼번에 쏟아 부으면 금세 땅이 될 것 같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해저 지반이 단단한 암석층이라면 모를까, 무른 점토층에는 백날 부어봐야 절대 땅을 만들 수 없다. 붓는 족족 흙이 점토층으로 가라앉는 침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바다 위 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해저 지반을 단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점토층에 있는 물을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개 모래 기둥을 만들거나 물 흡수가 빠른 카드보드(판지)로 만든 기둥을 이용한다. 스펀지를 꾹 눌러 물을 짜내듯 기둥의 하중으로 점토층의 물을 빼내는 원리다. 이를 압밀 현상이라고 한다. 이 때 빠져나온 물은 기둥을 통해 빠져나가게 된다. 이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점토층의 물을 빼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포러스 제3대교 : 터키의 보스포러스 해협을 잇는 대교로, 큰 주탑 2개를 기준으로 각각의 주탑 좌우는 사장교, 주탑 사이는 현수교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일명 ‘사장-현수교’다.]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는 중국의 단양-쿤산 특대교로 무려 165km,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다. 워낙 길다 보니 논, 운하, 강,호수 등 모든 지형을 다 가로지른다. 이 다리는 상판과 교각으로만 된 가장 단순한 거더교 형태다. 다리는 생긴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아치교, 트러스교, 사장교, 현수교다. 다리를 건설하는 지반의 종류에 따라 바람이나 지진을 잘 버틸 수 있는 구조물을 선택한다. 길이가 긴 다리는 여러 모양을 합쳐서 만들기도 한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중 가장 긴 중국의 ‘자오저우완 대교(오른쪽 사진)’는 다리의 일부 구간은 사장교, 다른 구간은 현수교 형태로 만들었다.

올해 완공 예정인 터키의 ‘보스포러스 제3대교(위 사진)’ 역시 사장교와 현수교를 합친 형태다. 다만, 자오저우완 대교와 다른 점이 있다. 일부 구간을 다른 형태로 건설한 것이 아니라, 주탑의 좌우는 상판과 케이블이 연결된 사장교 형태로 만들고 주탑 사이는 케이블이 늘어져 있는 현수교의 형태를 취했다. ‘사장-현수교’라는 새로운 공법이다.

현수교는 주탑 사이(경간)를 넓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장교보다 흔들림이 많고 강성(외력이 가해졌을 때 변형에 저항하는 정도)이 약해 철도로 사용하기엔 위험할 수 있다. 사장-현수교는 두 공법의 장점만을 취한 것이다.
 



 




도시가 안정적으로 터를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을 다스리는 일(치수)이다. 그리고 치수의 핵심 중 하나는 물을 가두는 일이다. 댐이 그 역할을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은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국경에 있는 이타이푸 댐이다(오른쪽 사진). 이타이푸 댐은 100m 폭의 수문이 네 개 있는데, 이 문이 모두 열리면 1초 동안 축구장 9개에 물을 1m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인 6만2000m3의 물이 시속 140km 속도로 흘러나온다. 이 엄청난 양의 물은 이타이푸 댐 호수에 저장돼 있는데, 그 양은 약 290억t 정도다. 도대체 댐은 이 물의 압력을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댐은 자신의 무게(자중)로 물의 압력을 버틴다. 댐을 만드는 재료는 크게 콘크리트와 토질 재료(모래, 자갈, 암석 등)로 나뉜다. 이타이푸 댐이나 중국의 싼샤 댐처럼 규모가 큰 댐은 주로 콘크리트 댐으로 지어진다. 이타이푸 댐의 경우 댐 건설에 사용된 콘크리트 부피만 1250만m3이다. 이 정도 양이면 지난 8월 하계올림픽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빌딩 전체에 사용된 콘크리트 물량과 맞먹는다.

이렇게 많은 콘크리트를 사용하기가 어려운 경우, 댐의 구조를 이용해 수압을 버티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아치댐이다. 터널이나 다리에서 많이 쓰이는 아치구조는 인장력(당기는 힘)이나 전단력(방향은 반대이고 평행하게 미는 힘), 휨력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축방향의 수축력만 작용하는 매우 안정적인 구조다. 댐을 건설해야 하는 거리가 비교적 짧은 경우 아치구조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26일,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의 확장공사가 완료됐다. 기존의 수로는 파나막스급 선박(선박 길이 210~290m, 폭 32.3m)만 통과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수로는 길이 366m, 폭 49m의 신파나막스급 선박까지 통과할 수 있다.

운하는 선박이 지나갈 수 있도록 호수, 강, 바다와 같은 지형을 연결해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다. 이 지형들의 높낮이가 비슷하다면 다행이지만, 82km에 달하는 파나마 운하의 경우 바다와 호수 간의 높낮이 차가 약 25m 정도다. 이 높이 차이를 극복할 비밀 병기는 ‘갑문’이다. 배가 지나갈 때마다 갑문을 열어 수위를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한다.

파나마 운하의 경우 대서양에서 가툰호, 미라플로레스호를 지나 태평양으로 이어지는데, 대서양과 태평양의 수면이 호수보다 낮다. 때문에 여러 개의 갑문이 필요하다. 대서양에 선박이 도착하면 3단식 가툰 갑문(오른쪽 사진)이 열려 수면을 높여준다. 가툰호를 지난 선박은 1단식의 페드로미겔 갑문과 2단식의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통과하며 수위를 태평양에 맞게 낮춘다.

수위를 높이고 낮추기 위해 운하의 한쪽에는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워낙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건조한 계절에는 물 공급이 쉽지 않다. 낭비되는 물의 양을 최소화 하고자 파나마 운하는 ‘WSB(Water Saving Basin)’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상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WSB 시스템의 핵심은 순환”이라며 “배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이용되는 물을 따로 저장해 계절 의존도를 낮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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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도움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 도움

    장수호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도움

    김병석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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