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미래 클린에너지의 다양한 모습이 소개된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 인류문명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에너지의 과소비에 따른 공해물질이 지구생태계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문제와 새로운 무공해 에너지원에 대해 관심을 집중돼 있다. 특히 90% 이상의 에너지를 해외로부터 들여와 쓰는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과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은 국가운명과 직결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막을 6개월여 남겨둔 대전엑스포에서는 에너지와 관련된 두개의 주제관이 관람객들을 맞을 것이다. 정부 부처인 동력자원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자원활용관과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설립하고 있는 전기에너지관이 바로 그곳. 이 두곳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에너지란 무엇인가'를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하고 우리 사회에서 활용되고 있는 에너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또 미래 에너지의 가능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줄 것이다.
에너토피아와 빛의 바다
엑스포 상징탑인 한빛탑에서 갑천을 향해 가다보면 역원추형 돔천장이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제2의 불'로 오늘날의 인류문명사를 이룩한 전기를 주제로 다루는 전기에너지관. 인간은 불의 발견으로 비로소 문명의 문턱에 진입했으며, 전기를 발명함으로써 자연의 지배를 극복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전기정원에 들어서면 음악분수와 광섬유로 장식된 나무가 관람객들을 맞는다. 곧바로 영상관에 들어가 '에너토피아'란 제목의 대형 입체영화를 보게 된다. 3장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자연에서 에너지가 생성되는 과정, 인류가 에너지를 변화시켜가면서 이용하는 과정, 우리나라에 세워진 미래도시의 모습 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에너토피아는 효과만을 극대화시킨 다른 미래영화와는 다르게 컴퓨터그래픽과 실제 영상을 적절히 조화시켜 관람객들이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한전의 김선계 전시부장은 밝혔다.
영화를 보고나면 바로 전시관 본관의 '희망의 구역'으로 빠져든다. 여기서 '빠져든다'는 표현을 쓴 것은 여러가지 특수효과를 사용해 '빛의 바다'를 연출하기 때문. 물이 아닌 빛으로 만들어진 바다에 빠지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돔의 맨 위에서 일조량을 조절해 양면색깔 유리로 구성된 특수유리조형물을 통과시키면 투과와 반사가 반복되면서 형형색색의 빛의 바다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빛은 다름 아닌 전기를 의미한다.
빛의 바다를 지나면 레이저터널이 나타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 터널을 지나면 빛이 관람객을 둘러싸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인류가 빛을 발견하는 순간을 신비롭게 체험하게 되는 셈. 레이저터널을 빠져 나오면 비디오터널이 나타난다. 이 터널은 벽 천정 바닥이 모두 비디오 화면으로 구성돼 있다. 화면 내용은 영상관에서 상영한 '에너토피아'의 내용을 축약한 것.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비디오 화면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이 한 주제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끔 만들어져 있다.
'미래의 힘' 구역에서는 앞으로 인류가 사용할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나를 집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비롯 태양광발전 등의 자세한 구조가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현실적으로 '방사능 피해'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모형을 전시한 것은 일방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홍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자력발전 대신에 미래의 에너지원인 핵융합발전의 모형을 만들려고 했으나, 표현의 어려움 때문에 원자력으로 대체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태양광발전도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형태보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거대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띄워 우주공간에서 직접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이를 마이크로웨이브에 실어 지상에 쏘는 형태. 현재는 마이크로웨이브에 전기를 실어 지상으로 쏘게 되면 전송효율이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태양전지에서 태양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이 20%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실용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주거공간의 에너지원은 기본적으로 태양열이며, 벽속에는 연료전지 등을 설치해 보조 난방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다. 흥미를 끄는 것 중의 하나는 지구 전체를 하나의 에너지 체계로 보는 글로벌(global)에너지시스템. 예를들면 사막지방과 열대우림의 에너지가 혹한지역으로 손실없이 전송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저항없이 전기를 전달할 수 있는 초전도체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글로벌에너지시스템이 실용화되면 지구의 한쪽이 밤일때 다른 쪽은 낮이므로 서로 남는 에너지를 교환하면서 쓸 수 있게 된다.
전시관 별관에는 현재 이미 실용화돼 있는 방축열난방시스템(심야전기를 축열해서 낮에 사용하는 시스템, 여름에는 전기로 얼음을 얼려 냉방에 활용하고 겨울에는 전기를 열로 바꿔 난방에 활용함)을 비롯 인산형연료전지가 전시돼 있다.
전기에너지관의 총예산은 약 3백억원으로 93년 1월 현재 80%의 공사진척을 보이고 있다.
전기에너지관이 주로 전기와 관련된 한정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자원활용관은 보다 폭넓은 에너지 개념을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에너지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관이 하나도 없어 국민들이 에너지의 개념을 이해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포를 계기로 동력자원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제관 하나를 맡은 것.
일본만 해도 도쿄전력관이라든가 규슈에너지관 등이 오래전에 설립돼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기 한등 끄기'등 캠페인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스스로 전기를 일으켜 보고
자원활용관 입구에 들어서면 제1실에서 천둥 번개 화산폭발 비 바람 등이 대형모니터에 나타나면서 자연에너지의 본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제2실에서는 불의 발견에서 제3의 불이라고 일컬어지는 원자력까지 상세히 안내된다. 표현방법은 스크린 없이 3차원 입체영상을 형성하는 매직비전. 원시인이 불을 지피는 모습과 석탄 석유의 개발, 이에 따른 동력기관의 변천사와 산업사회의 영향 등이 생동감 있게 묘사된다.
제3실은 어둠의 터널. 급속한 산업화로 화석연료가 과다하게 사용돼 일으키는 각종 환경오염실태가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대기오염 분진 폐수 오존층파괴 산성비 지구온난화 사막화 등으로 일그러진 지구의 모습이 컴퓨터그래픽 영상으로 나타난다.
제4실은 해결의 장.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 단 해결책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적인 방법에 한정돼 있다. 저온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아 공급하는 히트펌프,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일으키는 무공해의 연료전지, 외부에서 연료를 연소해 공급하는 외연기관인 스터링 엔진, 공급 중에 낭비되는 열을 모아 발전효율을 높이는 열병합발전, 위생적인 폐기물처리시스템이 선을 보이고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에너지(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도 있다. 자전거발전기와 핸들발전기는 사람이 직접 자전거 바퀴를 구르고 핸들을 돌려 전구 하나를 켜보는 것으로, 에너지의 소중함을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하고 있다. 알뜰운전콘테스트는 똑같은 연료를 주고 직접 운전하게 해 어떻게 운전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스스로 깨우치게 한다.
에너지 퀴즈코너에서는 일반인들이 생활과 관련된 에너지의 기본적인 개념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러가지 형태의 주전자를 제시하고 어떤 형이 가장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가를 묻는 문제라든가(밑면적이 넓을수록 에너지 절약형), 건축자재 중 어떤 것이 가장 단열효과가 높은가를 묻는 문제들이 출제될 예정이다.
관람객들의 얼굴을 직접 찍어 각 부위의 온도를 색깔로 표시해주는 서머비전(thermovision)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서머비전으로 건물의 외부를 체크하면 어느 부분으로 열이 가장 많이 낭비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제5실 '내일의 에너지'에서는 에너지 신기술과 대체에너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계곡낙차를 이용하는 소수력발전, 풍력 조력 지열발전, 발전효율을 높이면서(40%수준까지)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 공해물질을 줄이는 IGCC(석탄을 가스로 바꾸어 발전함)등의 이용모습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전시관 중앙에는 높이 11m, 지름 7m의 상징물이 자리잡고 있다. '에너지 코스모스'라고 이름 붙여진 이 조형물은 '하늘에서 땅까지 ' 존재하는 모든 자연에너지를 복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해님관의 축제
자원활용관은 실내 전시관 외에도 옥외전시물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 해님동산에서는 우리가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태양의 다양한 모습과 역할이 소개된다. 태양을 상징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해님관 꼭대기에는 프레즈넬 렌즈(볼록렌즈의 일종으로 빛을 모으는 대형 플라스틱 렌즈)가 빛을 모아 바닥에 있는 금속공을 달군다.
또한 대형 천체망원경을 설치해 태양의 실제 모습을 대형 스크린에 비춘다. 여기에는 개기일식 때나 볼 수 있는 태양을 둘러싸고 있는 코로나나 홍염, 태양내의 흑점 등이 자세히 나타난다. 태양빛을 광섬유로 받아 바닥 아래에 설치돼 있는 수족관을 비춰주는 시스템도 작동된다.
해님동산 옆에는 석재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출토되고 있는 각종 석재를 이용해 빚은 아름다운 조형물(석재분수 연자방아 석재동물 장식기둥)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물과 바람의 동산'에는 풍차와 소수력발전시설이 설치돼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수력발전으로 얻은 에너지는 조형 꽃봉우리를 피웠다 지게 하는 일을 한다.
자원활용관 부지에는 연탄재나 폐타이어로 만든 특수 아스팔트 도로포장이 돼 있다.
자원활용관은 엑스포 이후에도 상설전시관으로 독립시켜 국민들의 에너지에 관련된 교육 홍보의 장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실무책임자인 엑스포조직위원회 신성철 부장은 "일반적으로 막연하게 알려져 있는 에너지를, 일반 관람객들이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그 소중함을 체험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히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무공해의 새로운 에너지 개발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에너지와 관련된 전기에너지관과 자원활용관은 에너지의 변천사, 그리고 미래의 클린에너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에너지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게 하고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제기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과학기술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해, 현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미빛 에너토피아'를 현실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일관성 있는 에너지 정책이 밑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