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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내 손으로 가장 정밀한 뇌 지도를 그린다면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신경 연결지도를 만든다는 목표로
세계적인 뇌과학 연구자들이 지난 2005년 출범시킨 공동 연구다.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다녀오셨나요? 예전에 가봤던 곳을 잊지 못해 또 가보셨나요, 아니면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셨나요. 저는 이번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훌쩍 떠나갔다 왔답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에서 길을 헤맬 땐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알아야겠죠? 네, 바로 지도가 필요합니다.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신체기관 중 가장 신비로운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뇌입니다. 한 사람의 모든 걸 결정하는 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연구자들에겐 더 매력적이죠. 뇌는 하나의 기관이지만, 오만 가지의 일을 다 합니다. 보고, 듣고, 말하고, 움직이는 것도 다 뇌에서 신호가 발생해 이뤄지죠. 그래서 뇌는 하나지만 조그만 영역들로 나눠지고 각기 하는 역할이 다릅니다. 그러면 영역이 어떻게 나뉘고, 그 영역이 무엇을 하는지부터 알아야겠죠?

 
55b 영역의 탄생 과정
55b 영역이 정해지게 된 근거자료들.
수초의 양, 언어기능과 연관성 등에서 55b영역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처럼 2가지 이상의 특징이 급변하는 영역들을 하나하나 구분해 지도를 그려나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05년에 ‘인간 커넥톰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를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뇌신경 연결지도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뇌 과학 연구자들이 뭉쳤죠. 그리고 지난 7월 새로운 뇌 지도가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습니다(doi:10.1038/nature18933).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정밀한 뇌 지도라고 합니다. 이번 지도에서는 대뇌 피질(겉껍질)을 180개 영역으로 자세하게 나눴는데,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영역만 무려 97개입니다. 대뇌피질은 감각기능(시각, 청각), 운동기능, 언어의 이해와 발성 등의 기능을 합니다.

뇌 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대상은 젊은 성인 210명입니다. 지금까지 뇌 지도는 보통 사후의 뇌를 연구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뇌를 관찰하고자 연구팀은 특수한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사용했죠. 여러 종류의 MRI 기기를 이용해 ①수초(myelin, 신경신호 속도를 높이는 지방질)의 양, ②해당 영역의 기능, ③영역 간의 연결성, ④피질의 두께, ⑤뇌표면의 급격한 모양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들 중 2개 이상의 특징이 급변하는 구역들을 하나하나 나눴죠. 이 과정을 대뇌 피질 전체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이전의 뇌 지도는 다섯 가지 특징 중 한 가지 특징만으로 작성됐고, 전체를 본 것이 아니라 부분을 나눠보고 짜깁기한 것이기 때문에 구분이 모호한 부분들이 발생했죠.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위 사진은 55b라는 영역이 정해지게 된 근거 자료들입니다. 각 사진 중앙 쪽에 위치한 가늘고 긴 55b 영역을 눈여겨보세요. 그림 a는 수초의 양을 나타낸 사진입니다. 55b 영역의 수초는 적은 편이죠(연보라색). 반면에 주변부는 평균 이상의 수초가 분포해 있습니다. 특히 오른쪽에 빨간색 부분과는 더 확실히 구분됩니다. 이 영역은 운동과 관련된 영역이라 수초가 가장 많죠(수초는 신경신호 전달을 빠르게 합니다). 55b 영역에 수초가 많지 않은 것으로 봐서 신경신호의 속도가 아주 빠를 필요는 없는 곳인 것 같네요.

그림 b에서는 이 영역이 더 확실히 구분됩니다. 뇌에서 언어 기능과 관련된 부분들이 노란색으로 표시됐는데요, 여기서 55b 영역이 언어 기능과 아주 밀접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대뇌피질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언어 기능과 관련성을 확인해보면 대략 구역의 기능을 구분지을 수 있죠. 그림 c와 d에서는 특정 영역과 연결된 정도를 보여줍니다. 55b 영역이 수초가 적은 PSL 영역과는 연계성이 높은 반면, 수초가 많은 LIPv영역과는 연계성이 낮은 것이 한눈에 보이죠. 주변의 다른 영역과 뚜렷이 구분됩니다.


이렇게 주변 영역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2개 이상 되는 곳을 독립된 영역으로 나눈 결과, 위 사진과 같이 180개 영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종 뇌 지도는 크게 세 가지 색으로 표시됐는데요, 빨간색은 청각, 초록색은 체성감각 및 운동, 파란색은 시각과 관련된 영역입니다. 하나의 영역이 무조건 하나의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색이 혼합돼 표시됐습니다. 또한 몸을 움직이거나 업무를 하는 등 활동을 할 때 반응하는 조정신경망(Task-positive Network)영역은 밝게, 가만히 공상을 하거나 과거를 회상하는 등 휴식 중 반응이 나타나는 디폴트 신경망(Tasknegative Network) 영역은 어둡게 표현됐죠.

이 뇌 지도가 완벽한 것만은 아닙니다. 한계도 있죠. 단일뉴런 또는 소그룹 뉴런의 활성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미국 뉴멕시코대 렉스 정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구글맵으로 비유를 했습니다. “구글맵을 이용해 이웃의 뒷마당까지는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웃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죠.”

이번 연구를 한 연구팀도 이런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이것이 ‘버전 1.0’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럼에도 이번 지도는 기존의 지도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뇌가 얼마나 복잡한 세계인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알려준 기회가 됐습니다. 단 하나의 기관이 이렇게 세분화돼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니, 놀랍지 않나요?

 
뇌 지도에 색을 입혀주세요!
 
내가 그린 뇌 지도, 갖고 싶지 않으세요? 180개 영역, 조금씩 다른 색깔, 좀 막막하실 것 같아 힌트를 조금 드리겠습니다! 연구팀이 그린 1차 지도를 먼저 보겠습니다.

연구팀이 입힌 뇌 지도의 색깔은 22가지 색을 기본으로 합니다. 22가지는 기본적인 기능이나 위치로 구분됐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피질인 2번과 체성감각 및 운동피질인 6번은 기능으로 구분됐고, 배쪽 연결로인 4번과 전두부 피질 아래쪽인 18번은 위치로 구분됐죠. 이를 토대로 오른쪽과 같은 1차 지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하나의 영역은 동시에 여러 기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영역에 22가지 색 중 적게는 두 개에서 많게는 네 개까지 섞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지도가 43쪽의 최종본입니다. 그럼 최종본 지도의 각도를 살짝 틀어보겠습니다. 짜잔~.
 
자, 이제 이 벌거벗은 뇌에 예쁘게 색을 입혀볼까요? 아직도 막막 하시다고요? 그럼 더 간단하게!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흰색, 검은색, 5가지 색의 펜이나 색연필을 꺼내보세요. 그리고 색이 입혀진 최종본 지도를 따라 여러분의 느낌대로 색을 섞어 주면 됩니다.

당연히 180가지 색을 완전 똑같이 칠하기는 힘들 겁니다. 중요한 것은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할 것 같은지 생각하며 색칠해보는 겁니다. 지금 뇌 지도를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뇌는 바삐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예쁘게 색칠해서 과학동아 e메일(ds@dongascience.com)이나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시면 ‘노오력’이 돋보이는 세 분께는 재미난 과학 도서를 선물로 드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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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기타

    자료 : Nature 536, 171-178(11 Augus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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