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백! 디스커버리!”
디스커버리가 돌아왔다.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지구를 떠난 지 14일 만인 지난 8월 9일 우주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1984년 처음 발사된 디스커버리로서는 31번째 비행. 디스커버리의 성공으로 미국의 우주계획에 탄력이 붙고 있다.
디스커버리, 절반의 성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한껏 고조된 분위기다. 2003년 2월 착륙 16분전 텍사스 상공에서 폭발한 컬럼비아 참사의 악몽을 마침내 떨쳐냈기 때문이다.
특히 디스커버리는 발사 과정에서 몸체 전면 착륙장치 아래쪽에서 타일 조각 파편 두 개가 떨어져나가면서 무사 귀환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우주유영으로 수리에 나서 불안을 잠식시켰고, 비행을 마친 디스커버리의 선체는 현재 매우 양호한 상태다.
디스커버리는 기본적인 임무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진행한 것 외에도 사상 최초로 우주유영을 통해 선체를 수리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우주에서 우주선을 수리할 수 있다면 장래에 컬럼비아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엔지니어인 스티븐 로빈슨은 선체에 돌출한 충전재를 손으로 간단히 떼어내 우주선 수리기술의 새로운 진전을 이뤘다.
디스커버리는 성공했지만 우주왕복선의 안전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2년 6개월 동안 10억달러를 들여 최첨단 안전 기술로 디스커버리를 무장했지만 결국 발사 과정에서 타일이 떨어져 나가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NASA는 디스커버리 이륙 직후 단열 타일의 기술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추후 우주왕복선의 운항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9월 22일로 예정됐던 애틀랜티스의 발사는 내년 3월 이후로 미뤄졌다. 디스커버리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
대신 기존의 우주왕복선을 대신할 차세대 우주선 개발에 가속이 붙었다. 디스커버리와 애틀랜티스가 2010년 퇴역을 앞두고 있어 이들을 대신할 유인우주탐사선(CEV, Crew Exploration Vehicle) 개발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아폴로 우주선 닮은 캡슐 형태
차세대 우주선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5월 미국 록히드마틴 사는 NASA가 제시한 CEV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계한 탐사선 초기 모델을 공개했다.
겉모습은 늘씬한 유선형으로 전형적인 우주선을 연상시킨다. 선체 옆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있을 경우 보조추진로켓 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과 충돌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속은 달라졌다. 우주비행사가 탑승하게 될 조종실을 우주선 앞머리에 배치해 007 영화처럼 비상 상황에서는 조종실만 위로 튕겨나가 탈출할 수 있도록 했다.
우주비행사가 타는 유인모듈 아래에는 우주선을 궤도에 올려주는 임무모듈과 추진기관이 붙는다. 이들은 각각 발사체에 실려 따로 발사된 뒤 우주에서 만나 조립된다.
최근 NASA는 60일간의 ‘탐사시스템구조연구’(ESAS) 결과를 토대로 우주탐사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CEV는 캡슐 모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주왕복선처럼 양 날개를 이용해 수평으로 착륙하는 것보다 캡슐에 낙하산을 달아 수직으로 착륙하는 편이 우주선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70년대 아폴로 우주선과 흡사하다. 단 CEV는 아폴로 우주선에 비해 조종실이 2배가량 넓고, 필요에 따라 육지와 해상 모두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왕복선과 달리 비행을 1회만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왕복선의 경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을 했지만, 실제로 왕복선을 유지·보수하고 기술을 개량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예상보다 많아 NASA의 재정에 부담이 돼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첨단 기술로 보강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낡은 모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간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현재 록히드마틴 사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과 노드롭그루먼과 보잉의 연합사가 CEV 개발을 놓고 경합 중이다. NASA는 내년 3월경 한 곳을 선택할 계획이다.
2015년 달, 2020년 화성
예정대로라면 CEV는 2008년 제작이 완료된다. 이후 시험 비행을 거쳐 2011년 국제우주정거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우주정거장 건설이 주 임무였던 왕복선과 달리 CEV는 달 기지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NASA는 이르면 2015년, 늦어도 2018년부터는 매년 최소 두 차례씩 CEV를 달에 보낸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전초 기지로는 달 남극의 ‘섀클턴 크레이터’가 물망에 올랐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소가 풍부하고,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달 북극과 1969년 아폴로 11호가 착륙했던 ‘고요의 바다’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 전초 기지가 세워지면 우주비행사들은 발전소를 짓고,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본격적으로 달 기지를 건설하게 된다.
과학연구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작고, 대기가 없어 상대적으로 일사량이 많기 때문에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주에서 장기간 태양에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암에 걸릴 가능성이 3% 증가한다. NASA가 달 기지 건설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NASA는 달 탐사를 통해 장차 화성에 인간이 발을 내딛는데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0년 CEV를 화성에 보낼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무인 궤도선과 로봇 등을 보내 사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NASA는 지난 8월 12일 5억달러(약 5000억원)를 들여 만든 무인 화성정찰궤도선(MRO)을 발사했다. 내년 3월 화성 상공 300km 궤도에 무사히 안착할 경우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마스 오디세이’ 그리고 유럽우주국(ESA)의 ‘마스 익스프레스’에 이어 4번째 화성 궤도선이 된다.
MRO의 가장 큰 목표는 향후 10년 안에 화성에서 또 다른 로봇탐사선이나 유인우주선이 착륙할 만한 지점을 물색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MRO는 기존 영상보다 해상도가 6배나 높은 대형 망원 카메라, 지하 투시 레이더 등 최첨단 장비를 실었다. 다른 탐사선보다 1분에 10배 이상 더 많은 자료를 전송할 수도 있다.
2007년과 2009년 각각 발사 예정인 탐사선 ‘피닉스 마스’와 ‘화성과학실험실’을 도와 화성 북극의 얼음을 굴착할 임무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