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파우스트’ 등으로 젊은 시절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다. 그런데 감성적인 문학과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기물인 광물 중에 괴테에게 헌정된 것이 있다. 1806년 독일에서 발견된 철광석 중의 하나인 괴타이트(Goethite, 침철석)다. 광물명은 광물의 특성에서 따오거나, 최초 발견된 지명, 최초 발견자 또는 광물학계에 공헌도가 높은 사람의 이름을 따서 정하는데, 무슨 연유로 괴테의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
괴테는 문학가로 알려져 있지만, 광물학 연구에도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5월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한 기록인 ‘이탈리아 기행’ 곳곳에는 광물과 지질에 관한 그의 관심과 관찰 기록이 많이 나타나 있다. 그림과 소설,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폼페이 최후의 날’의 주인공인 베수비오 화산도 네 번이나 등반했을 정도다. 그는 로마에 오랜 기간 머물렀는데, 당시 그가 머물렀던 집(지금은 괴테 박물관)과 자주 산책했던 길, 현지인들과 교류를 위해 자주 들렀던 카페에는 지금도 그의 행적이 남아있다.
‘다른 새둥지 속 뻐꾸기 새끼’ 같은 ‘가상’ 광물
화학적으로는 산화수산화철(α-FeO(OH))이라고 부르는 침철석은 지표면에 가까운 산화대에서 생성되는 철광석으로, 토양 속에 많이 포함돼 있다. 제철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선사시대부터 갈색 안료로 쓰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가 침철석 안료로 그린 대표적인 벽화다. 특히 지표면 가까운 곳의 지하수나 열수 용액에 의해, 황철석이나 갈철석 등의 2가 철 이온(Fe2+)이 3가 철 이온(Fe3+)으로 치환되는 과정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이때 겉모양은 황철석이지만 실제 내용물은 침철석으로 바뀌는데, 이런 현상을 ‘가상(Pseudomorph)’이라고 한다. 광물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가상은 두견새나 뻐꾸기가 다른 새의 알을 삼키고, 그 둥지에 자기 알을 낳아 다른 새의 새끼처럼 속여서 번식시키는 것(탁아 부화)에 비유할 수 있다. 먼저 생성된 광물의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른 광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화석이다. 예컨대 나무 화석은 나무가 화산재나 모래 등에 덮인 뒤 오랜기간에 걸쳐 목질 부분이 석영으로 치환된 것이다. 겉보기에는 나무 같지만 실은 광물질이다. 흔히 알고 있는 삼엽충과 암모나이트 화석 등도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광물의 희귀성만큼 중요한 소장 이력
사진 속 표본은 칼라하리 사막의 망간광상에서 1970년쯤에 채집한 것이다. 가상 침철석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것으로, 쿠트나호라이트(Kutnahorite, 능망간석과 방해석의 중간형 광물) 결정형태가 잘 유지된 상태에서 침철석으로 치환됐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물수집가인 마셜 서스먼의 나미비아 수집품 가운데 대표적인 표본으로 희귀성과 완벽성에서 빼어나다. 최근 ‘꽃보다 청춘’에서 소개된 나미비아와 그 인근 남아프리카는 아름답고 다양한 수집용 광물이 나는 산지로, 광물 수집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작품이나 보석 등은 누가 소유했는지에 따라 그 가치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 미술품의 경우 유명인사가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면 바로 그 작가에 대한 평가가 바뀐다. 2009년 스위스의 바젤 미술 전시회에서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한국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자, 국내 언론에서 이를 앞 다퉈 보도했을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광물 수집 세계에서도 똑같다. 같은 품질이라 해도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라벨이 붙어 있는 경우 몇 배의 프리미엄이 붙게 된다. 이것은 수집 세계의 독특한 속성이기도 하다. 결국 광물이 가진 가치는, 아름다움과 희귀성, 소장 이력 등이 함께 만드는 특별한이야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