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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트랜스포머’ 화성탐사선

➍ 화성행 우주선

1년 반 전 일이 생생하다. 나는 국제 화성탐사대 12명의 일원으로 탐험에 나섰다. 한국의 화성탐사 우주인으로 선발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12명의 우주인들은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100t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강력한 SLS 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했다. 우리는 발사 10분만에 고도 200km의 궤도에 도달했고, 본격적인 무중력을 경험했다.

반나절 후 400km 궤도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1주일 전 발사돼 궤도에 머무르고 있던 여러 우주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번 화성탐사에 참여하면서 쏘아 보낸 화물선과 착륙선, 우주선들이었다. 한국도 개량형 한국형발사체 KSLV-3에 자체 개발한 각종 컴퓨터와 통신장비, 화성차량 등 50t의 화물을 실어 고흥 나로센터에서 발사했다. 우리는 발사 후 1주일 동안 400km 궤도를 계속 돌며 각국의 화물선과 도킹과 분리를 반복하면서 화성탐사 우주선을 조립했다. 한국의 화물선은 셋째 날 만났다. 도킹하기 위해 접근하는 화물선 기수에 선명한 태극기를 보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조립된 화성탐사선은 총 650t 규모로 매우 컸다. 탐사선은 모두 5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었다. 여행 중에는 우주인이 살고 화성에 도착해서는 궤도를 선회하게 될 사령선이 되는 ‘주거 및 지구귀환모듈(100t)’, 화성에 착륙하고 귀환할 때 사용되는 ‘착륙 및 이륙모듈(50t)’, 2년간 필요한 음식, 산소, 물과 각종 장비를 실은 ‘화물모듈(200t)’, 추진을 담당하는 ‘메탄 로켓엔진 및 연료모듈(200t)’, 그리고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전지판 및 원자력발전모듈(100t)’이었다.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사 XCOR이 개발한 액체 메탄 추진체. 메탄은 우주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화성에서 제조가 가능해 화성 탐사에 유리하다.
 
탐사선은 메탄(CH4)을 주요 추력원으로 썼다. 메탄은 연료의 성능을 나타내는 ‘비추력’이 363초로 수소(455초)보다는 떨어진다(비추력은 높을수록 좋음). 하지만 한국형발사체에서 사용하는 등유(358초)와 비슷하고, 수소와는 달리 우주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화성 현지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지표의 물을 이용해 쉽게 생산할 수 있어귀환 시 연료 걱정을 덜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원자력로켓과 플라스마 로켓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이번 탐사에서는 신뢰성이 높은 메탄엔진을 사용한 것이 여러 모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는 원자력로켓과 플라스마 로켓을 화성 탐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편도 비행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단축될 것이고, 십 수 년 내로 목성까지도 탐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화성 대접근 이용해 6개월 만에 도착

지구에서 화성까지 비행궤도에는 크게 두 가지의 비행궤도 방식이 있다. 금성을 거쳐 화성에 가는 역방향 플라이바이 궤도(Opposition Venus Fly-By Orbit) 방식과, 행성들끼리 서로 접근하는 순간을 이용해 훨씬 빠르게 도착하는 ‘행성간 접근이용 궤도(Conjunction Orbit)’ 방식이다. 이번 임무에 활용된 것은 행성간 접근이용 궤도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빠르면 약 6개월 만에 화성에 갈 수 있어, 비행 시간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우리는 2035년에 온 대접근을 이용했다.

6개월간의 비행은 즐거운 편이었다. 우리는 매일 지구의 본부와 교신을 하며 지시를 받거나 상황을 보고했다. 매일 우주선을 점검·수리했으며 1주에 한 번은 우주선 밖에 나가 우주 유영을 하며 외부 선체의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또 뼈와 근육 손실을 방지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2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화성착륙과 착륙 후의 활동, 비상사태에 대비한 훈련도 잊지 않았다. 즐거운 식사와 지구에 있는 가족과의 통신시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화성에 접근하자 탐사 기간 중 가장 중요한 대기권 감속(Aerobraking)을 했다. 지구에서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초속 10.2km의 속도가 필요하다. 반면 화성 궤도에 진입할 때는 초속 6.0km로 감속을 해야 하는데, 이 때 원래는 연료가 소모된다. 대기권 감속 기술은 화성에 약하게 존재하는 대기(지구의 1/100 수준)를 이용해 연료 사용을 절반으로 줄인 채 감속하는 기술이다. 탐사선은 화성대기에 뛰어들어 고도 44km까지 접근했다가 물수제비를 일으키는 돌멩이처럼 다시 화성궤도로 튀어 올랐는데, 이 때 대기마찰로 고열이 발생하면서 감속이 일어났다. 우리는 6분 30초 동안 2.4G(중력의 2.4배)의 감속 중력을 느꼈다.

화성궤도에 진입한 후 탐사선은 1개월간 화성을 선회하면서 착륙 장비를 점검하고 착륙 지점을 정밀 관측했다. 착륙지는 북위 60° 부근으로, 2008년 피닉스 무인탐사선이 물을 발견한 지역이다. 주변에 호수지형이 있어 약 20억 년 전 화성이 따듯하고 물이 많았을 시기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2035년 1월 15일, 본격적인 착륙이 시작됐다. 착륙선은 사령선에서 분리됐다. 총 12명의 승무원 중 3명은 사령선에 남았고 9명이 착륙선을 탔다. 착륙선은 고도 500km에서 화성궤도를 몇 바퀴 회전한 후 자세를 틀어 단열재가 설치된 배면을 아래로 향하고 하강을 시작했다. 5분 동안 착륙선은 비대칭의 양력이 발생하도록 한 디자인과 작은 로켓의 도움으로 착륙장소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고도 50km까지 낮아지자 착륙선에는 대기마찰로 1500℃의 고열이 발생하며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착륙선 주위의 화염이 사라진 직후 소형 낙하산이 펼쳐졌다. 속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고도 8km에서는 대형 주 낙하산이 펼쳐졌고 속도는 초속 10m 정도로 아주 느려졌다. 방열판이 떨어져 나갔다. 착륙선의 레이더가 작동하며 착륙장소를 정밀하게 유도하기 시작했다. 화성 표면의 지상 100m 상공에서 드디어 역추진 로켓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주 낙하산이 분리되고, 이윽고 가벼운 충격과 함께 착륙선이 정지했다. 착륙 성공이었다.
귀환 연료는 화성 현지에서 조달

다음날 동이 트자마자 우리는 50t에 달하는 착륙선의 화물칸에서 1년간 지낼 화성주거모듈을 꺼내 설치했다. 그 후 태양전지판과 원자력 발전기, 사령선과 지구와의 초고속 통신을 위한 안테나와 통신장비를 설치했다. 착륙한 시기는 화성이 태양에 가까운 시기로 먼지 폭풍이 발생할 위험이 컸다. 일단 발생하면 1개월간 지속되는데,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태양전지판과 광학장비의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화성차량, 레이더 등 장비의 고장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장비의 유지보수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그 후 1년 동안의 화성 생활은 빠르게 지나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메탄/산소엔진으로 작동하는 5인승 차량으로 1만km가 넘는 탐사를 했고, 비행선과 무인기로 지형도 촬영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에 조금은 지치기도 하고 먼지폭풍이 불어올 때는 몇 주간을 주거모듈에서 꼼작 못하고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착실히 한 일이 있다. 우리는 착륙지점 1m 지하에서 대량의 얼음과 드라이아이스를 발견했다. 그래서 원자력 및 태양광 발전기로부터 나오는 20kW의 전기를 이용해 산소와 이륙선의 연료가 되는 액체 산소와 메탄을 생산했다. 하루에 각각 100kg과 50kg 정도의 양이었다. 산소는 우선 승무원들의 생존을 위한 호흡에 썼고, 나머지 산소와 메탄은 화성자동차와 이륙선의 연료로 쓰기위해 저장했다.

2036년 6월 15일. 드디어 임무를 마치고 다시 이륙하는 날이다. 우리 9명이 탑승하자 10t의 액체산소와 5t의 메탄이 이륙선에 주입됐다. 화성궤도에 있는 사령선과 교신해 둘이 화성 200km 상공에서 도킹하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이번 화성탐사에서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순간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큰 진동과 굉음이 들리면서 이륙이 시작됐다. 승무원 모두가 박수를 쳤다. 시원섭섭한 기분이었다. 위험한 임무를 무사히 마무리 짓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축배는 이르다. 무사히 사령선과 도킹에 성공하고 지구귀환선이 출발해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륙 10분 후 우리는 다시 무중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화성을 몇 바퀴 돈 후 저 멀리서 다가오는 사령선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사령선과 도킹 직전이다. 도킹에 성공하면 해치를 열고 12명의 승무원은 감격적인 포옹을 할 것이다. 궤도 위에서 더 외롭고 고단했을 사령선의 승무원들과 착륙선의 승무원들은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지구로 출발할 것이다. 며칠에 걸쳐 사령선을 점검한 뒤 화성이륙모듈과 화물모듈을 떼어버리고 로켓을 점화할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우렁찬 진동과 소음이 들리고 나면 엔진이 꺼질 것이다. 그리고 6개월간의 긴 항해가 시작될 것이다. 지구로 향하는 항해 말이다…. 문득, 멀리 보이는 큰 동전 크기의 지구가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 뒤에 펼쳐진 붉은 보름달과 같은 화성이, 지금 이 순간은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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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최기혁 기자
  • 일러스트

    박장규
  • 에디터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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