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ion(교육)과 enterTAINMENT(오락)를 결합시켜 만든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는 새로운 조어는 '즐겁게 배운다' 는 멀티미디어 홈소프트웨어의 장점을 한 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책으로 볼 때는 지루하기 짝이 없던 공부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하면 왜 재미있는가. 대개의 겨우 그 공은 컴퓨터의 멀티미디어 기능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멀티미디어가 에듀테인먼트의 핵심은 아니다. 에듀테인먼트의 알짜배기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가능한 인터액티브(interative), 즉 대화성이다.
CD롬이 비디오나 TV보다 한수 위일 수 있는 것도 대화성 덕분이다. 비디오나 TV에서는 사용자는 미리 만들어진 내용을 그냥 볼 뿐이다. 하지만 대화성이 있는 홈소프트웨어에서는 순서를 바꿀 수 있고, 메뉴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사용자가 응답한 것에 의해 내용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이런 융통성은 특히 교육 분야에서 매우 귀중한 요소다. 교육 분야에서 책이나 비디오보다 강의가 더 효과적인 이유도 바로 대화성에 있다. 따라서 교육용 홈소프트웨어가 새롭게 등장하는 교육매체로 각광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홈소프트웨어들은 멀티미디어적일지는 몰라도 대화성이 부족하다. 종이와 비디오에서 사용했던 과거의 고루한 관습을 그대로 따를 뿐,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연구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산수 교육용 홈소프트웨어를 예로 대화성이란 무엇인지 살펴 보자. 과학동아와 한글과 컴퓨터가 주최하는 홈소프트웨어 공모전에서 찾는 교육용 홈소프트웨어는 애화성이 풍부한 것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문제풀이형-산수 교육에 유리
상품화된 교육용 홈소프트웨어들을 살펴보면 산수 교육용이 상당수를 차지 하고 있다. 이유는 산수 교육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다. 우선 숫자는 컴퓨터가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며, 교육을 할 때 마다 다른 숫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적은 노력으로도 항상 다른 문제를 낼 수 있다. 국어 문제나 영어 문제를 항상 새롭게 출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당연한 결과다.
산수 교육용 소프트웨어들은 대략 문제풀이형과 개념이해형의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볼수 있다. 둘 중 문제풀이식이 훨씬 더 많다. 이런 제품은 어린이에게 산수와 관련된 지식을 '이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연습'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3더하기 4는 몇인가?"를 묻고서 정답을 맞추면 잘 해보라고 권하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으면 답을 알려주거나 풀이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문제풀이식 제품은 나름의 효과가 있다. 어차피 컴퓨터만으로 산수를 배울 수는 없을 것이므로 개념이나 원리는 선생님이나 책을 통해 배우고, 그것을 훈련하는 용도로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풀이식 제품은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린이들이 금방 싫증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쁜 그림이나 그럴듯한 소리와 같은 멀티미디어적 요소를 이용해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하고, 교육을 할 때마다, 혹은 사용자의 반응에 따라서 다른 상황이 일어나도록 해 지루함을 없애야 한다.
문제풀이식 제품보다 숫자가 적기는 하지만 개념이해식 제품도 있다. 이것은 피동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무조건 푸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게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산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조금 높은 수준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빨간색 연필 3자루를 책상 위에 놓으라고 말했다. 지시대로 3자루의 빨간색 연필을 책상 위에 놓는다. 그러면 그 위에 숫자 3이 표시된다. 다시 파란색 연필 2자루를 책상 위에 놓으라고 한다. 역시 그대로 하면 그 위에 숫자 2가 표시된다. 이제 책상 위에 있는 연필이 모두 몇 자루나 되는가 세어보라고 한다. 5개라고 입력하면 3+2=5라는 산수 공식이 깜빡거리며 표시된다. 아마도 문제풀이식 홈소프트웨어보다는 개념이해식 홈소프트웨어가 더 필요할 것이다. 문제풀이식 홈소프트웨어는 많이 있는 편이고, 그것은CD롬이 아닌 다른 학습 방법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수의 학습능력이 다른 어린이들보다 뒤 떨어진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를 무조건 풀어서 칭찬받는 것이 아니라 잘 이해되지 않는 개념에 대해 눈을 뜨는 것이지 않을까? 홈소프트웨어 공모전에서 찾는 교육용 홈소프트웨어는 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류의 제품이 많지 않은 이유는 기획하기도 어렵고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학습지에만 익숙한 우리가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하나의 제품을 만든다는 부담이 없다면, 덧셈의 개념만을 이해시키는 프로그램 정도는 쉽게 만들수 있을 것이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야 좋을 것인지 참신한 기획을 세울수 있지 않을까?
인터액티브 사전형-그 비밀을 무엇일까?
교육용 홈소프트웨어가 다루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과학, 자연, 음악, 요리, 미용, 식생활, 언어, 지리, 천체, 역사, 정치, 문화, 사회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아두거나 배우면 좋을 모든 학문과 정보가 교육용 홈소프트웨어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산수와 같이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은 어떻게 교육용 홈소프트웨어 틀에 담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사전 형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흔히 사전형 CD롬 타이틀이라고 하면 '엔카르타'와 같은 백과사전을 떠올리겠지만 그런 거대한 제품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별 재미도 없다.
처음에는 거대한 지식의 덩어리 앞에 감동하게 되지만 곧 한 구석에 처박아 두고 들쳐보지 않게 되는 것은 수십권짜리 백과사전과 비슷하다. 개인적 견해로는 백과사전류는 CD롬보다는 온라인 통신 서비스에 더 잘 맞는 것같다. 사전 형태의 교육용 홈소프트웨어는 그 내용의 범위를 좁히고 대화성을 강조할 때 오히려 더 재미있고 유용하다.
'What's the Secret?'(그 비밀은 무엇일까?)이라는 제품을 잘펴보자.
이 제품은 미국 케이블TV의 과학프로그램을 기초로 한 교육용 홈소프트웨어인데, 그 구성이 치밀하고 내용도 유익하다.
게임형-메뚜기를 잡아라
인터액티브 사전형보다 조금 더 만들기 어려운 것이 게임형이다. 게임형이란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게임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교육 내용을 이해하고 익히도록 한 형태다. 따라서 기획에서부터 많은 연구를 해야 하고, 게임 기법을 도입해야하기 때문에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거나, 다루는 주제의 범위를 좁이면 그리 어렵지만도 않다.
게임 방식은 주입식 교육으로는 얻을 수 없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게임 방식을 선택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접하는 사용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적절한 난이도와 충분한 격려를 제공해야 하며, 게입을 할 수록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
게임 형태의 교육용 홈소프트웨어의 예로 'The Multimedia Bug Book'이라는 제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제품은 상품화된 지도 좀 지났고, 그 내용이 방대하거나 저작 기법이 아주 우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어린이들에게 아주 흥미롭고 유익한 자연 교육용 홈소프트웨어가 됐다. 이는 제품을 기획한 팀의 창의력과 적절한 조합 능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 여러분도 관심을 가지고 연습한다면 우수한 홈소프트웨어 기획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