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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왜 피해자를 비난하기 쉬울까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29


사람들은 종종 피해자를 비난한다. 왕따 피해자에게 “너도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건 아냐?”라고 묻거나 강간 피해자에게 “행실이 올바르지 않았던 게 아냐?”라며 뭔가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잘못을 한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던진다. 이상한 일이지만 피해자를 비난하는 현상은 꽤 보편적이며 학자들은 이를 ‘피해자 비난하기(Victim blaming)’라고 부른다. 실제로 폭행을 당하고 있거나 각종 범죄에 희생된 사람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면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 그런 일을 겪었겠지’라고 추측하는 경향이 있다(doi:10.1016/0022-1031(85)90013-7).


세상은 공평하다는 가짜 믿음

우리 누구나,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의한 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더더욱 불의를 처단하고 피해자를 도와 피해를 줄여야 한다. 여기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자신이 아무 이유 없이’ 불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보통 나쁜 사람에게만 나쁜 일이 생기고 착한 사람에게는 좋은 일만 생긴다는 믿을을 갖고 있
다. 소위 ‘세상은 공정하게 굴러간다는 믿음(Belief in a just world)’이다. 이런 믿음을 가져야만 ‘나만 잘 처신하면’ 문제없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행동과 상관없이 삶이 잘못될 수 있다면 통제감을 잃는다.

때문에 우리는 가급적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자 노력하며, 그 일환으로 때로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그런 일을 당했을 리 없다’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이는 곧 나는 그런 잘못만 하지 않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J PersSoc Psychol. 2000 Aug;79(2):165-73). 하지만 이런 식의 통제감은 환상에 가깝다.

우리가 거짓된 믿음을 유지하는 동안 피해자는 2차 가해로 더 큰 아픔을 겪기도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내가 좀 더 잘 행동할 수는 없었을까?’ 등의 가정을 하며 스스로를 비난하고 수치심을 느낀다(Journal of Social Issues, Vol 39(2), 1983, 139-152).


어떤 사람들이 특히 많은 비난을 받을까

같은 피해를 입어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은 비난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증오 범죄(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향한 이유 없는 증오나 차별)의 표적이 돼도 사회적 약자보다 강자가 더 많은 동정표를 얻고, 약자의 입장에 처할수록 (약하니까) 당할 만하다는 반응이 많다(doi:10.1016/j.jesp.2010.10.014). 강간 피해자의 경우 피해 여성이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날수록 더 많은 비난을 받는다. 술을 마신 피해자들이 그렇지 않은 피해자들에 비해 큰 비난을 받기도 한다(doi:10.1016/j.avb.2012.06.002). 비난하는 사람의 경우, 여성의 성역할이 정해져 있다고 믿으면 강간 피해자를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책임을 돌리며, 가해자에게는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여성에 대해 우호적 차별(여성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보기보다 남성 아래에서 보호돼야 하는 약한 존재
로 보는 것)을 하는 남성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온건한 태도를 보이나 자신이 원하는 ‘예쁘고 참한’ 범주를 벗어나는 여성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호적 차별주의자들은 이런 여성이 피해자가 되면 가차 없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향을 보인다(doi:10.1016/j.avb.2012.06.002).

이번에 살펴본 연구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불의한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는지를
보여준다. 피해자 비난하기는 약자와 피해자를 억눌러 강자 위주의 체제를 수호한다.

지금이라도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멈추자.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강자들의 포악함이 사
회에 얼마나 해악이 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불의의 진짜 원인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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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작가
  • 송준섭
  • 일러스트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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