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은 거친 파도에도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을 수 있는 강력한 접착력을 지녔다. 캐나다 맥길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강력한 홍합 접착력의 비밀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X선 형광 현미경과 라만 분광법 등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총 동원해 홍합의 발을 세포 수준에서 관찰했다. 그 결과 발 안에는 직경이 10~1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로 사람의 머리카락 10분의 1만큼 가는 미세 채널(통로)이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홍합 세포가 세포 내 작은 주머니인 소포에 유체 단백질을 저장했다가 접착제가 필요한 순간에 미세 채널로 분비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 유체 단백질은 홍합의 금속저장입자(MSP)에서 방출된 철, 바나듐 등 금속 이온과 결합해 강력한 접착제를 형성했다. 접착제는 미세 채널을 통해 필요한 위치로 이동했다.
이번 연구로 홍합이 바나듐 이온을 금속저장입자에 저장한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희귀금속인 바나듐을 활용하는 생명체는 드물다. 연구팀은 올해 8월 국제학술지 ‘케미스트리 오브 머티리얼스’에 홍합의 유체단백질과 결합했을 때 철보다 바나듐이 두 배 더 접착력이 높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doi: 10.1021/acs.chemmater.1c02063
매튜 해링턴 캐나다 맥길대 화학과 교수는 “홍합이 금속 이온과 유체단백질을 혼합해 수중 접착제를 만드는 과정은 2~3분 안에 빠르게 이뤄진다”며 “홍합의 기작을 이해하면 추후에 생체에서 영감을 받은 재료를 만들 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합이 만드는 접착제는 물에 젖은 상태로도 강한 접착력을 보여 활용 가능성이 많다. 수술 혹은 치과 치료에 사용하는 의료용 접착제가 대표적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0월 8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126/science.abi9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