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편을 가르는 동물이다. ‘내 편’이라면 처음 만난 이도 반기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방금 실험실에서 무작위로 나눈 그룹에 대해서도, 왠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사람이 다른 집단보다 성격과 능력이 좋을 거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어떤 사건의 용의자를 지목해보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도, 별다른 이유 없이 나와 다른 집단의 사람을 범인으로 꼽는다. 이렇게 나와 같은 집단에 속한 이를 선호하고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내집단 선호(ingroup favoritism)’라고 부른다.
내 편 찾기에 혈안된 따돌림의 희생자
편을 가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먼저 살펴볼 것은 소외감이다. 2011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따돌림을 당해 소외감을 느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남을 따돌리는 마음을 품을 확률이 더 높았다(doi:10.1016/j.jesp.2011.03.001).
연구팀은 세 명의 실험 참가자들끼리 공을 주고받게 했다. 이 중 두 명의 실험자에게 한 명을 따돌리고, 둘이서만 공을 주고받으라고 미리 언질을 줬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상황이 3분 가량 지속되자 따돌림을 당한 나머지 한 명은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한 감정이 커졌다.
다음으로 참가자들에게 미리 준비한 얼굴 표정 사진을 보여줬다. 화난 표정, 행복한 표정, 두 감정이 섞인 표정 등 세 가지 표정 사진을 준비하고 같은 감정 내에서도 10% 간격으로 미세한 감정의 차이가 나도록 만들었다. 앞서 실험에서 소외감을 느낀 이들에게 이 사진 중 두 장을 보여주며 ‘같은 감정’인지, 아니면 ‘감정은 같지만 조금씩 다른 표정’인지 평가하게 했다. 실험 결과 소외감을 느낀 사람은 소외당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같은 감정이지만 조금씩 다른 표정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반면 아예 다른 표정을 구분하는 능력은 더 뛰어났다. 감정의 미묘한 변화보다는 관계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차이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소외감을 느낀 이들은 평범한 사람에 비해 구분적 사고를 더 잘한다. 이에 따라 흑백논리에 더
쉽게 빠진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나를 소외시켰던 집단에서 다시 받아주지 않을지 살피고, 나에게 호의를 가지는 이들을 찾아 내 편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소외된 사람의 구분적인 사고는 사물에는 나타나지 않고, 사람에만 한정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약자를 무시하기도
이외에도 자신에 불리한 각종 ‘위협’을 느꼈을 때 역시 자기방어의 일환으로 다른 집단을 배척한다. 주위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등 정체성의 위기를 느낀다면, 가장 흔한 반응은 위협의 원천이 되는 대상의 부정적 측면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했다면, 그때부터 그 사람의 단점을 캐내 나를 거절한 이를 ‘별것 아닌 존재’로 만들거나 ‘믿을 만하지 못한 사람’으로 격하한다.
눈여겨 볼 점은 만약 나에게 위협이 되는 대상이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라면 나를 거절한 개인을 폄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집단 전체로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인 교수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학생은, 여교수의 능력이 남교수보다 떨어진다는 편견이 커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Pers Soc Psychol Bull November 2000 vol. 26 no. 11 1329-1342).
내가 소외되지 않았다는 소속감을 얻기 위해 우리는 편을 가른다. 이런 감정은 세상이 실제로 그렇게 구성돼 있는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가 누군가를 따돌리는 것은 온전히 나를 지키고자 하는 동기가 크다. 가끔 누군가가 갑자기 멀게 또 밉게 느껴진다면 혹시 나의 마음에 그런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배척의 일인자가 돼 홀로 남겨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박진영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며 ‘청년의사신문’에 심리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imaum0217@naver.com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며 ‘청년의사신문’에 심리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imaum02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