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는 서해바다의 종착역이다. 북한 황해도 장산곶에서 불과 17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곳은 휴전선과 가깝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태초의 신비와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무공해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백령도는 마치 한 마리 새가 북쪽의 장산곶을 향해 날개 짓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새의 머리에 해당되는 곳에 두무진(頭武鎭)이 있다.
100m 가까이 치솟은 누런 바위 덩어리들이 4km나 되는 해안선을 따라 줄줄이 늘어서 있는 곳. 두무진은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촛대바위, 선대암 등 걸출하고도 웅장한 기암들이 금강산의 총석정을 옮겨 놓은 듯 짙푸른 바다 위에 도열해 있어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린다.
두무진 바위는 책이나 떡시루를 쌓아놓은 듯 옆으로 난 줄무늬가 뚜렷한 규암이다. 백색과 암회색 세립질 모래가 쌓여 이뤄진 사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고열과 고압을 받으면 규암이 된다. 두무진 규암은 그 두께만 350~500m로 10억 년 전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얕은 바닷가에서 만들어졌다.
층리가 수평으로 나란한 두무진 규암은 퇴적된 뒤 단층작용을 제외하고는 심한 변형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퇴적구조가 잘 보존돼 있어 당시의 퇴적환경을 살피는 데 적격이다.
일반적으로 입자가 고운 점토와 셰일은 가벼워서 해류를 따라 먼 바다까지 떠밀려나가는 반면 입자가 굵은 모래나 자갈은 무겁기 때문에 해안가에 쌓인다. 두무진은 아래쪽 퇴적물이 위쪽보다 가는 세립질이다. 아래쪽은 먼 바다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데 반해 위쪽은 해안가 얕은 곳에서 형성됐음을 뜻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안선이 점점 후퇴했다는 증거다.
해수면이 변했다는 증거는 또 있다. 퇴적층에는 4.5~5m 간격을 두고 색이 다른 띠 모양의 층이 발견되는데 이것은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색깔이 짙은 층은 퇴적물이 물에 젖은 습한 환경에서 쌓였음을 암시하는 반면 색깔이 옅은 층은 물이 빠진 건조한 환경에서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두무진 퇴적층에는 연흔(漣痕)도 보인다. 연흔은 물결이 일렁이는 모양이 바닥에 그대로 남아 있는 퇴적구조다. 이것은 두무진 규암층이 파도와 조수의 영향이 공존하는 조간대, 즉 바닷물이 빠지고 드나드는 해안가의 모래 평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형성된 사암층은 지질 시대를 거치며 땅 속에 묻히게 됐다. 그 뒤 고열 고압을 받아 규암으로 변성되고 몇번의 단층작용을 받았다. 땅속에 묻혀있던 두무진 퇴적층은 지반이 상승하면서 물 위로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파도와 비바람이 지층에 발달한 단층과 절리면을 집중적으로 깎으면서 기이한 형태를 띠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무진은 원래 뾰족한 바위들이 머리털 같이 생겼다고 해서 두모진(頭毛鎭)이라 불렀으나 후에 그 모습이 장군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 두무진이라 부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