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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국간장, 진간장 이게 다 뭐야?


한국인의 밥상은 발효식품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 그리고 각종 장류다. 한국의 장은 주로 메주를 이용해 만드는데 된장, 고추장, 그리고 간장을 생각하면 된다. 보통 간장의 맛은 된장이나 고추장에 비해 폄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간장의 맛은 생각보다 훨씬 오묘하고 복잡하다.



요즘 간장 하면 백종원의 ‘만능간장’을 떠올리는 독자가 많을 거예요. 모든 음식을 맛있게 해준다는 환상적인 소스. 하지만 간장의 진짜 맛은 좀더 소박하지 않을까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뿌려주시던 그 간장처럼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같은 간장을 놓고 “그거 말고 왜간장 가져와라”, “국에는 국간장을 넣어야 돼”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거기에 진간장, 조선간장, 조림간장이란 말도 하셨죠. 간장은 그저 검고 짠 액체인줄로만 알았는데 왜 이렇게 다양한 걸까요?


국에 국간장을 넣는 이유

간장 이름이 복잡한 건 쓰임새와 만드는 법에 따라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분류법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그걸 섞어 쓰다보니 이게 저것 같고, 저게 이것 같고 헷갈리는거죠. 간단하게 말하면 간장은 쓰임새에 따라 국간장, 진간장, 조림간장이 있어요. 또 만드는 법에 따라 전통간장(한식간장), 산분해간장, 혼합간장, 양조간장이 있지요.

우리 조상들은 콩으로 만든 메주에 숯과 소금물을 넣어 간장을 우려냈어요. 숯은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을 걸러내 준답니다. 이런 간장을 전통간장(한식간장)이라고 해요. 일반적으로는 조선시대 들어 이런 간장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봅니다. 요즘 제대로 된 한식간장을 맛보려면 직접 간장을 담그거나 특별한 곳에 주문을 해야 해요.

전통간장은 다른 간장에 비해 색이 옅은 반면 더 짜요. 그래서 국물 요리에 쓰면 좋아요. 국물의 원래 색깔이 유지되는데다 시원한 맛을 잘 살려냅니다. 즉 갓 만든 전통간장은 국간장인 셈이죠. 이런 국간장을 몇 년 동안 항아리에 넣어서 오래 발효시키면 맛과 색이 더 ‘진’해져서 진간장이 됩니다. ‘진’이라는 말 때문에 진간장이 더 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반대입니다. 국간장이 더 짭니다. 진간장에 몇 가지 재료를 넣은 게 조림간장이고요, 백종원의 만능간장은 조림간장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제 마트에서 사먹는 현대식 간장을 볼까요. 우리가 사먹는 간장은 대부분 식품공장에서 만들어요. 먼저 양조간장은 전통간장 제조법을 많이 따라했어요. 메주 대신 콩에 직접 미생물을 넣어 발효를 시킨 뒤 소금물을 넣어 숙성을 시킨 거죠. 즉 콩 단백질을 미생물로 조각조각 잘라 아미노산으로 만든게 양조간장입니다.

그런데 미생물 대신 다른 걸 이용할 수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묽은 염산을 넣어 만든 산분해간장이죠. 전통간장이나 양조간장보다 빠르고 싸게 만들 수 있어요. 과정도 더 단순하고요. 그럼 혼합간장은 뭘까요?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을 섞으면 혼합간장이 됩니다. 즉, 옛날에는 전통간장으로 국간장과 진간장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그리고 혼합간장으로 진간장과 국간장을 만든 겁니다.

그럼 조선간장, 왜간장은 뭘까요? 아무래도 전통간장이 조선간장이겠죠? 그럼 왜간장은 일본간장일까요? 어느 정도는 맞아요. 다만 일본의 전통간장이란 뜻이 아니라 근대화이후 일본에서 건너온 간장이란 뜻이에요. 근대화이후 일본에서 건너온 산분해간장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간장이라 불렀어요. 양조간장 역시 일본에서 처음 개발됐습니다. 기존의 간장보다 싸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인기가 점점 커졌겠죠. 그 기술이 해방이후 우리나라에 전해진 거고요.


좀더 쉽게 간장을 구분할 순 없을까

양조간장은 메주를 이용한 발효 과정을 본딴 것이라 전통간장에 좀더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또 양조간장이 산분해간장보다는 거부감이 없고, 발암물질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편이에요. 그렇다고 산분해간장이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당장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먹지 못하게 했겠죠. 혹시 산분해간장 속에 쓰고 남은 산이 남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은 안하셔도 되요. 중화라는 방법으로 산을 없애거든요. 한때 발암물질 논란도 있었지만 잔류 기준이 엄격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산분해간장에 양조간장을 조금만 섞어도 혼합간장이라고 부를 수 있게 한 건 혼란을 줄 것 같습니다. 산분해간장을 먹고 싶지 않은 소비자라면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을 테니까요. 어찌됐든 우리 부모님들이 왜간장이라고 불렀던 건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인 셈이에요.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간장은 쓰는 용도에 따라 국간장, 진간장, 조림간장 등이 있어요. 국에는 국간장, 무침이나 회에는 진간장, 좀더 맛있는 소스가 조림간장이죠. 그리고 콩이나 메주에서 어떻게 간장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전통간장, 산분해간장, 양조간장, 혼합간장으로 나뉘는 거지요. 즉 우리집 주방에 있는 진간장은 혼합간장이고, 국간장은 양조간장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래도 복잡하다고요? 사실 된장, 고추장은 놔두고 간장만 이렇게 복잡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면 좀더 쉽게 간장 이름을 부르는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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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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