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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소녀탐정 ㅊ씨의 S(cience)-File ❷ 소년탐정 김전일의 ‘이진칸촌 살인사건’ (上)





‘소년탐정 김전일’ 단행본 2,3권에 실린 ‘이진칸촌 살인사건’은 김전일 전권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했으며, 다소 잔인한 범행 수법으로 악명이 높은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의 무대인 이진칸촌은 단 여섯 가구만이 살고 있는 고립된 마을입니다. 여섯 채의 집은 다비드의 별 모양으로 위치해 있고, 별의 중심엔 교회가 있지요. 그리고 각각의 집과 교회엔 몸의 일부가 사라진 미스터리 한 미라가 안치돼 있습니다. 이는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과거가 관련돼 있지요. 일곱 명의 여자 아이를 교회에 가둔 채 불태워 죽였고, 이 비밀을 27년간 지켜왔거든요. 김전일은 이 일곱 구의 미라가 완전한 여섯 구의 시체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리합니다(왼쪽 일러스트 참조). 즉, 죽었다고 생각했던 일곱 명 중 한 명은 살아있다는 의미입니다.

불에 탄 시체가 꼿꼿이 누워있어?

이 추리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꼿꼿이 몸을 편채 누운 미라. 일반적으로 불에 탄 시체는 무릎을 구부리고 주먹을 쥔 채 팔을 몸 앞으로 들어올린 자세로 발견됩니다. 일명 권투선수 자세라고 하는데요. 근육이 고온의 열을 받으면 갑자기 수축한 상태로 굳어지기 때문입니다.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6~7구의 시체가 모두 몸을 펴고 있기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부분은 그렇다 하더라도 몸의 일부가 감쪽같이 사라진 시체를 27년간 아무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1992년은 이미 뼈를 이용한 과학수사가 자리를 잡은 시기입니다. 죽은 이의 뼈는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말해줍니다. 뼈에서 단서를 찾아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미국 드라마 ‘본즈’를 보신 분들은 이미 아실테지요.

뼈의 일부만 있어도 키 알 수 있어 법의학 서적이나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시체의 뼈를 이용해 사망자의 키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전체 뼈가 모두 남아있지 않더라도, 혹은 두개골이 없어도요. 뼈의 일부로 키를 추정하는 공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쓰이는 공식은 1958년에 나온 ‘트로터와 글레저 기법(Trotter & Gleser)’입니다. 이 기법은 2014년 유병언의 시신에서 키를 추정할 때 쓰이기도 했는데요. 넙다리뼈(대퇴골)나 종아리뼈(비골), 위팔뼈(상완골) 등의 길이만으로 키를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대퇴골의 길이는 키의 약 27%’라는 통계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즉, 기본적인 산수만 할줄 알아도 시체의 키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김전일의 추리처럼 상반신과 하반신이 서로 다른 시체에서 온 것이라면, 위팔뼈와 넙다리뼈로 각각 구한 시체의 키가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악행에 하늘이 노해서 이런 미스터리한 미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행한 일이라는 것도요.

물론 설정상의 무대가 고립된 마을이니 법의학 서적을 구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김전일의 동창인 와카바는 이진칸촌이 아닌 도쿄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충분히 법의학 서적을 볼 기회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혹시…, 와카바는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다음 달에 와카바의 비밀에 대해 좀 더 알아봅니다.
 

201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일러스트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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