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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고분자 개발 이유망 한국고분자학회회장 김점식 박사

 

첨단과학으로서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를 꼽는다면 정보·전자, 생명과학, 에너지 그리고 신소재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신소재의 개발이 앞의 세 분야가 발달하는 데 초석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신소재분야로서 고분자학계의 동향을 김점식(金点植·58)교수로부터 알아보았다.
 

▲이번에 한국고분자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념강연회와 학술발표회를 열게되었읍니다. 우리나라의 연구실태는 어떻습니까?
 

“고분자의 개념이 처음 우리나라에 등장한 지는 40년정도 되었지만 최근들어 연구가 급속히 활발해지고 있읍니다. 그동안 고분자 학회의 회원수가 1백50명에서 1천4백명으로 늘어났고, 이번에 발표되는 연구논문이 1백편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러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고 하겠지요.

또 아라미드 섬유의 개발에서 보았듯이 연구의 수준에서도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학자가 많습니다. 외국에 나가있는 한국인 고분자 학자도 50여명을 헤아리지요. 고분자 연구의 거점이라고 할만한 곳으로는 KAIST, 화학연구소 그리고 민간연구소로서 럭키중앙연구소를 꼽을 수 있고 대학 가운데에는 인하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에서 따로 고분자과를 설치하고 있읍니다.”

▲고분자 연구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유기화합물로서 고분자로 구성된 물질을 다루는 학문이지요. 단백질, 셀룰로오스 등 천연으로 존재하는 것들과 나일론, 스티로폴 등의 합성품이 고분자 화합물의 예입니다. 고분자화합물은 지금까지 기존의 금속이나 무기재료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돼 왔읍니다. 요즘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특별한 성질을 갖는 인공물질을 합성해 내 다양한 산업적 요구를 충족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지요.

예를 들면 항공우주산업은 신소재와 전자정보산업이 결합돼 발전하고 있으며 전자정보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열쇠는 새로운 기능을 갖는 소재개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여기 쓰이는 고분자는 고성능고분자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고강도 고탄성률, 고내열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읍니다.”

▲선진국에서의 연구추세는 어떻습니까?

“기능성 고분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읍니다. 예를 들면 생명체의 정밀한 메카니즘은 바로 고분자인 생체조직의 기능입니다. 생물의 세포는 합성, 촉매작용, 에너지 변환, 선택, 분리, 수송, 저장, 감지, 기억, 정보전달 등 실로 다종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지요. 이런 생체의 기능이 기능성 고분자의 모델이 되는 셈이지요. 생체적합 재료와 인공장기의 개발이 그 첫단계의 성과라고나 할까요.

주목할만한 사실은 선진국의 경우 금속, 세라믹스, 고분자물질 등 각분야의 독특한 접근방법에 구애 받지 않고 분자와 원자의 수준으로 돌아가 각 분야의 특징을 살리면서 전혀 새로운 시점에서 재료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종류의 기초 연구가 우리에게도 필요하지요.”

▲고분자연구가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셨지만 기반기술이라고 불리우는 염색, 도장(塗裝)분야에선 우리 산업계가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산업계에 대한 고분자 연구의 기여가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인식이라고 봅니다. 아직도 ‘쟁이’에 대한 천대의식이 남아 있고, 기술자들도 대충대충 값싸게 물건을 만드는 버릇이 남아 있는 것같습니다.”

김교수는 1952년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국방부 과학기술연구소와 국립공업연구소를 거친 뒤 71년부터 한양대에 재직하고 있다. 30여년간을 연구소와 대학에서 고분자 연구에 매진해온 셈이라 연구풍토에 대해서도 느낀 점이 많을 것이다.

“대학교로 옮겼던 이유도 되겠읍니다만 20년간의 연구소 생활에서 문제라고 느낀 것은 특허가 몇건인가 하는식의 실적주의와 조급증 입니다. 미국의 ‘듀퐁’사의 경우 3백명의 박사가 있지만 국제 특허감은 전체 연구성과의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연구 예산도 적으면서 다그치기만 하니 연구자들도 쫒겨서 겉핥기식 연구 밖에 할 수 없지요. 또 무슨 포상이다 심사위원이다 하는 사람들의 그늘에 가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빛을 못보는 경우도 없어져야겠지요. 과학기술계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풍토가 아쉽습니다.”

▲앞으로 무슨 연구를 하실 생각입니까?

“현재 유지를 이용한 합성수지를 연구하고 있는데, 당분간 학회일 때문에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진력할 작정입니다. 사실 학회를 꾸려나가는 데는 말할 수 없이 큰 노력이 들어야하지요.

89년에 서울에서 열리게 될 고분자 국제 학술 대회는 우리나라의 연구수준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될 계기가 될겁니다. 벌써부터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 학술대회에서는 외국에서 1백편, 국내에서 2백편 정도의 논문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분자 연구의 전망을 내려주시죠.

“고분자학은 아직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 많은 미래과학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무한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첨단과학의 발달에 맞춰서 고분자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198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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