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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고양이는 오늘도 당신을 사냥할 꿈을 꾼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끝없이 사람의 애정을 갈구하는 개와 달리 야생동물처럼 독립적이기 때문. 그런데 이상하다. 인간의 사랑을 듬뿍 받는데, 왜 아직도 야생의 습관을 간직하고 있는 걸까. 고양이가 보여주는 야생성과 사회성, 그 猫(묘)한 줄타기의 매력을 파헤쳐 본다.

고양이의 눈동자를 잘 관찰해보자.
세로로 길쭉하다. 야생 포식자의 눈이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먹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달한 형태다. 녹을 듯한 애교에 잠시 잊었겠지만, 고양이는 완벽한 육식동물이다. 꼭 기억하라. 당신이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건, (크기가 작은) 육상 포식 동물 한 마리를 집 안에 들인다는 의미다.

야생성 : 장난감, 너 부숴버릴 거야

학술지 ‘비교심리학’ 2014년 11월호에는 집고양이(domestic cat)와 고양이과의 다른 야생 동물들의 성격을 서로 비교분석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doi:10.1037/a0037104). 여기서 집고양이라 함은, 집 안에 살든 골목길에 살든 인간 세상에 사는 고양이를 뜻한다(104쪽 박스 기사 참조). 영국 에든버러대와 미국 브롱스동물원 공동연구팀이 집고양이(Felis silvestris catus) 100마리와, 스코틀랜드 야생고양이(Felis silvestris grampia), 구름표범(Neofelis nebulosa), 눈표범(Panthera uncial), 아프리카 사자(Panthera leo)의 행동을 관찰해 지배성, 충동성, 신경증, 친화성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집고양이는 지배하기 좋아하고 충동적이며, 신경이 예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비교대상이 된 다른 대형 동물들과 비슷했다. 특히 아프리카 사자와 성격이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서일까.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에서 발견되는 야생성 중 대표적인 게 바로 ‘킬러본능’이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흔히 고양이가 단순히 움직이는 장난감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동물학자 존 브래드쇼는 ‘캣 센스’라는 저서에서 장난감에 따라 고양이가 흥미를 보이는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고양이가 어떤 장난감에 오래 흥미를 보이는지 실험했는데, 배가 고플 때, 장난감에 쥐처럼 털이나 꼬리가 달렸을 때, 크기가 자기가 잡을 수 있는 쥐 만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행동이 목표물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때 관심이 오래 지속됐다. 브래드쇼 박사는 “장난감에 변화가 없으면 고양이는 그 장난감이 먹잇감이 아니거나 굴복시키기 어려운 먹잇감이라고 생각해 금방 흥미를 잃지만, 장난감이 부서지기 시작하면 사냥 초기 먹잇감이 변하는 모습과 비슷해서 계속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고양이의 ‘박스 사랑’에서도 야생성을 엿볼 수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수의학과 클라우디아 빈케 교수팀은 보호시설에 처음 들어온 고양이 19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10마리에게는 박스를 주고 9마리에게는 박스를 주지 않았다(j.applanim.2014.09.002). 이들 고양이의 스트레스 수치를 2주 동안 관찰한 결과, 박스를 가진 고양이들은 스트레스 수치가 3일 만에 떨어지고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박스가 없는 고양이들은 2주가 지나서야 적응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고양이가 박스를 일종의 대피소이자 안식처로 여긴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하루 18~20시간을 자는 고양이는 야생에서 숨을 장소가 필수였는데, 그 습관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쥐를 사냥하거나 박스에 숨는 행동은 여전히 야생성을 가졌다는 뜻이다. 반면 9500년 전부터 사람과 함께 살면서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목소리를 바꿔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등 다른 종에 대한 사회성도 획득했다.]

 

 

 

 

 

 

 

 

 

 

 


사회성 : ‘개냥이’는 고양이가 길들여졌다는 증거일까

그렇다고 고양이에게 야생성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분명 고양이와 교감하고 있다고 느낀다. 예컨대, 고양이들은 가끔 반갑지 않은 선물을 들고 온다. 경험담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데, 시나리오는 보통 이렇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친해졌는데, 어느 날 죽은 쥐를 물고 왔다는 것. 사람들은 감동한다. “죽은 쥐는 징그러웠지만, 아마도 이 놈이 저한테 고마움을 표시하려는 것 같았어요.” 물론, 인간의 착각이다.

사실 이런 행동은 고양이가 인간에게 길들여졌다기보다 사냥본능의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동물학자인 데스몬드 모리스는 고양이에 대한 자신의 여러 저서(‘Catwatching(1986)’, ‘Cat World(1997)’)에서 “고양이가 죽은 동물을 물고 오는 건 자기 새끼에게 하듯 사냥법을 가르쳐 주거나, 인간을 무능력한 사냥꾼이라고 생각해 먹이를 갖다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존 브래드쇼는 이 가설이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캣 센스). 새끼들을 먹이려고 사냥을 하는 것은 출산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일으키는 행동인데, 출산하지 않은 고양이도 먹이를 집으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브래드쇼 박사는 “고양이는 잡은 먹이를 천천히 먹고 싶지만, 그것을 사냥한 장소에는 분명 다른 고양이들의 냄새가 날 것이다. 따라서 그 먹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주인의 집으로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다음이다. “쥐를 잡는 것은 재미있지만, 집에 도착하고 나면 그 맛은 주인이 주는 사료만큼 좋지 않다는 사실이 기억나 죽은 쥐를 부엌 바닥에 방치한다.” 고양이는 아마도, 본인이 야생동물인지 애완동물인지 헷갈릴지도 모른다.


성격이 좀 더 좋은 고양이는 인간에게 다가와 핥거나 ‘야옹’ 거리며 놀아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실제로 고양이는 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종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롯해 다른 종의 동물을 대하는 방법을 모두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종이다. 대부분의 가축은 이런 융통성이 없다. 이를 ‘다중 사회화’ 능력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주인과 소통하기 위해 울음소리를 바꾸기도 한다(j.cub.2009.05.033). 영국 서섹스대 연구팀은 고양이가 주인 앞에서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녹음해 분석했다. 그 결과, 먹이를 바랄 때는 상대적으로 다급한 가르랑 소리를 내다가, 먹이를 먹고 나면 원래의 울음소리로 돌아간다는 걸 발견했다. 새끼 고양이
나 길고양이에서는 이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후천적으로 학습한 행동이라는 얘기다.

점차 인간에게 길들여지면서 공격성이 낮은 고양이도 생겼다. 미국에는 삼색 털을 가진 고양이가 유달리 공격적이라는 속설이 있다. 미국 UC데이비스 수의대 연구팀은 이 속설을 확인하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는 1274명을 대상으로 고양이가 언제, 얼마나 공격적인지 설문조사를 했다(doi:10.1080/10888705.2015.
1081820). 그 결과,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황색 삼색 암컷 고양이(삼색 털이 나타나는 유전자는 X염색체 위에 있어서 이들은 거의 암컷이다)와 흑백의 얼룩고양이, 그리고 회색과 흰색이 섞인 얼룩고양이가 상대적으로 더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검정, 회색, 흰색의 단색 고양이는 친화력이 높았다. 연구팀은 “털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성격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고양이 길들이기는 아직 진행 중?

고양이 길들이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고양이는 개보다 인간과 함께 산 역사가 짧은 데다(개는 3만 년, 고양이는 9500년), 개나 다른 가축들과 달리 통 쓸모(?)가 없어서 의도적으로 교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선택압을 덜 받았다는 뜻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예컨대 고양이의 후각은 개 못잖게 뛰어난데, 이를 이용해 먹잇감의 소변 냄새를 찾아 사냥한다는 연구 결과가 2010년에야 나왔을 정도다. 고양이를 조금 더 길들인다면 마약 탐지묘(猫)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고양이는 그저 인간 주변을 어슬렁거렸고, 인간은 관용을 베풀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고양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바로 ‘중성화’다. (인간이) 원치 않는 임신이나 질병을 막기 위해 주인들은 자신의 고양이를 중성화시킨다. 존 브래드쇼는 책에서 “장기적으로 인간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는 고양이의 특성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중성화 수술을 피해 자손을 남기는 개체들은 사람을 경계하고 사냥에 능숙한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야생성과 사회화의 묘한 줄다리기에서, 야생성 쪽에 힘이 실릴까. 고양이와 인간의 ‘밀당’은 이제 막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201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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