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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디웨이브, 진실을 말해줘

포커스 뉴스

2015년 12월 8일(현지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 SA)은 2015년 8월 개발된 최신형 양자컴퓨터 ‘디웨이브(D-Wave)2X’의 실물(사진)을 최초로 공개했다. NASA는 ‘특정 문제에 한해 디웨이브2X의 연산 속도가 일반 컴퓨터에 비해 1억 배 빠르다’는 내용의 논문 초고도 함께 발표했다(arXiv:1512.02206). 그러나 이것이 과연 양자역학적 원리를 이용해 연산을 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논란은 디웨이브의 최초 모델인 디웨이브1 때부터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쟁점을 짚어봤다.

 
1097개의 양자?

NASA는 디웨이브2X가 1097개의 큐빗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디웨이브2X는 여러 양자 물리계 중에 초전도체 조셉슨 소자를 사용한다. 이온 트랩이나 광자 등 다른 양자 물리계에 비해 초전도체 연구가 활발하게 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양자가 구현된 연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큐빗을 구현한 것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허르무트 헤프너 연구팀으로, 이온트랩을 이용해 8개까지 성공했다. 8개와 1097개, ‘하늘과 땅’ 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논문에는 전혀 없다. 배준우 한양대 응용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100개가 안 되는 큐빗으로도 기존 컴퓨터는 따라잡지 못할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며 “왜 1000개 이상의 큐빗을 구현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어긋남 문제 해결에 대한 부족한 설명

연산 과정에 양자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양자의 중첩상태가 오랜 시간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양자는 열, 전기장, 자기장 등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깨질 수 있다. 이를 ‘결어긋남(Decoherence)’이라고 한다. 실제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 김용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광자를 제외한 양자 물리계는 결어긋남 현상을 줄이는 게 정말 어렵다”며 “결어긋남 감소 기술이 양자컴퓨터 실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만약 디웨이브2X가 큐빗 1097개를 이용해 연산을 했다면, 반드시 이 문제를 극복했어야 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수학적 증명 빠진 단순 결과 비교

과정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디웨이브2X가 기존 컴퓨터로는 일정 시간 안에 절대로 풀 수 없던 문제, 예컨대 소인수 분해 문제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양자컴퓨터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소인수 분해 문제를 기존 컴퓨터로 풀려면 100년이 걸린다는 수학적 증명이 있다고 할 때 이것을 99년 걸려 풀어내기만 해도 양자 효과를 썼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 하르무트 네벤 박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한, 주의 깊게 고안된 ‘개념증명용(proof-of-concept)’ 문제에 대해 우리는 1억 배의 속도 향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개념증명용 문제를 푸는 데 기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퀀텀 몬테 카를로 알고리듬, 모사 어닐링 알고리듬, 그리고 디웨이브2X가 사용하는 양자 어닐링 알고리듬이 각각 걸리는 시간을 비교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연구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디웨이브2X는 기존 컴퓨터에 비해 속도가 1억 배 빨랐다. 배 교수는 “이런 비교 방식으로는 디웨이브2X의 속도가 빠른 게 양자 때문인지, 기존 컴퓨터와 동일한데 좀 더 효율적인 알고리듬을 사용해서 속도를 높인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 양자 어닐링은 양자를 이용해 함수에서 최솟값을 찾는 일종의 최적화 알고리듬이다. 이 알고리듬은 코딩 과정이 따로 필요없다. 자연의 현상을 이용해 연산한다. 디웨이브는 초전도체로 구현된 양자를 이용해 연산한 뒤, 양자 어닐링으로 해답을 찾는다. 다양한 상태 가운데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가 정답이 되도록 설정하고, 극저온을 만들면(어닐링의 사전적 의미는 ‘냉각’이다) 큐빗은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로 이동한다. 이 방법은 200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에드워드 파르히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NASA, 구글, 미국 대학우주연구협회(USRA)가 공동으로 속해있는 양자인공지능연구실(QuAIL)은 디웨이브2X가 양자컴퓨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배 교수는 “디웨이브2X가 양자컴퓨터 연구를 촉진하는 자극제가 되고, 기존 컴퓨터에 비해 월등한 연산 속도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면서도 “양자컴퓨터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학문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201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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