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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MAN
슈퍼도체를 발견하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네스는 1908년, 끓는점이 4.2K에 불과한 헬륨을 액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어떤 물체를 액화시킬 수 있다는 말
은, 대기압에서 그 물질의 끓는점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대기압에서 보통 기체로 존재하는 질소에 높은 압력을 가해주면 액체 질소가 되는데, 이를 컵에 담아 다시 대기압 아래에 두면 맹렬하게 기체로 바뀌면서 온도가 끓는점인 77K에 머물게 된다. 즉, 액체질소에 무엇이든 넣기만 하면 온도가 77K인 물질을 얻을 수 있다. 액체헬륨을 만든 오네스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로 물질을 냉각시킨 첫 번째 과학자였다.
오네스는 액체헬륨이 담겨 있는 용기에 고체 상태인 수은을 넣었다가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차가워진 수은의 전기저항이 갑자기 0으로 뚝 떨어졌던 것. 온도가 낮을수록 물체의 전기저항이 작아진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저항이 아예 사라지는 현상은 당시의 물리학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저항이 0이 된 온도, 4.2K의 고체 수은은 어떤 도체보다도 전류가 잘 흐른다. 학교에서 배운 옴의 법칙(V=IR. V는 전압, I는 전류, R은 저항)을 떠올려보자. 이 법칙에 따르면, 저항이 0이 되면 전압을 걸어주지 않아도 전류가 계속 흐를 수 있다. 이런 물질을 슈퍼도체, 즉 초전도체(superconductor)라고 부른다. 전위차가 없이도 끝없이 전류가 흐르는 초전도체는, 정말 슈퍼맨 같은 물질이다.
1933년 독일의 물리학자 프리츠 발터 마이스너와 로버트 오센펄트는 초전도체가 단지 저항이 0인 도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라는 걸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두 사람은 자기장이 걸린 상황에서 물체의 온도를 점점 낮춰 초전도 상태로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초전도체가 되자 내부의 자기장마저 0이 돼 버렸다. 초전도체 표면을 따라 빙글빙글 도는 초전도 전류에 의한 자기장이 외부의 자기장을 완벽히 상쇄하기 때문이었다. 이 현상을 ‘마이스너 효과’라고 부른다. 자기장이 사라지는 마법 덕분에, 초전도체를 자석 위에 올려놓으면 가만히 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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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눈에 보이는 이유
자기다발(Magnetic flux)이라고 부르는 양이 있다. 보통 그리스 문자Φ로 적는데, 면적이 Ѕ인 영역을 세기가 В인 자기장이 통과할 때, 자기다발은 두 값을 곱한 양(Φ=ВЅ)으로 정의한다.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면적과 자기장이 모두 연속적인 값이므로 그 둘을 곱한 자기다발도 당연히 연속적인 값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Φ를 직접 측정해 보면, h/2e( h는 플랑크 상수, e는 전자의 전하량)의 정수배에 해당하는 값만 나온다.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도넛 모양의 초전도체가 놓여있고 도넛 중앙의 구멍을 자기다발 Φ가 통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도넛 내부의 파동함수는 이 자기다발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그런데 초전도체 내부의 한 점을 기준으로 파동함수가 도넛 둘레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면, 처음과 나중의 파동함수는 당연히 같아야 한다. 우리가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고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듯이, 같은 위치에서 구한 파동함수가 서로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파동함수는 복소수로 이뤄진 함수이므로, 한 바퀴 빙 돈 파동함수가 원래의 함수와 같으려면 위상 차이가 2π의 정수배여야만 한다. 수식을 풀면, 자기다발 값이 불연속적인 값 (h/2e 의 정수배)만 가져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자기다발(Φ₀=h/2e )에 전자의 전하량의 두 배인 2e가 등장하는 데는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 초전도현상을 만들려면 전자 둘이 짝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전자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는데, 이 힘 때문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물리학에서 다루는 입자는 고유 각운동량을 뜻하는 ‘스핀’의 특성에 따라 크게 페르미온(fermion)과 보존(boson)으로 나뉜다. 페르미온들은 같은 양자상태에 절대 함께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보존들은 사이가 좋아서, 아무리 바글바글해도 한 양자상태에 모여 있기를 꺼리지 않는다.
그런데 페르미온 둘이 짝을 이뤄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면, 보존처럼 하나의 양자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온도가 낮아져 초전도상태가 되면 이
런 일이 생기는데, 둘이 짝을 이뤄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하며 에너지가 가장 낮은 바닥상태에 다닥다닥 빈틈없이 붙어있게 된다. 이 같은 전자쌍을 처음 제안한 미국의 물리학자 리언 쿠퍼의 이름을 따 ‘쿠퍼짝’이라고 부른다. 이제 초전도현상이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양자 현상인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전자들이 쿠퍼짝을 이뤄 하나같이 바닥상태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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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BY STEP
뚫고 지나가면 계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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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고전역학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터널링’이라는 현상이다. 입자의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K)와 퍼텐셜에너지(V)의 합(Ε=Κ+V)이다. 고전역학의 세계에서 입자의 에너지는 반드시 퍼텐셜에너지 이상이어야만 한다. 만약 퍼텐셜에너지가 더
커지면 운동에너지가 음수여야 하는데, 운동에너지 (Κ= 1/2mv²)는 속도의 제곱과 질량에 비례하므로 음수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입자의 퍼텐셜에너지는 자신의 에너지보다 클 수 없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가능하다. 퍼텐셜에너지가 입자의 에너지보다 큰 영역에도 입자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 영역을 입자가 꿰뚫고 지나갈 수도 있다. 이 현상이 바로 터널링이다.
두 초전도체 사이에 부도체를 끼웠다고 생각해 보자.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는 쿠퍼짝 입장에서 매
우 높은 장벽이다. 고전역학의 세계에선 전자가 이를 통과할 수 없다. 하지만 초전도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도체가 너무 크지만 않다면, 한 쪽에 있는 쿠퍼짝이 이를 뚫고 반대쪽으로 갈 수 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가 끼어 있어도 전류가 흐른다는 얘기다. 1962년 영국의 물리학자 브라이언 데이비드 조셉슨은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해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의 이름을 따 이 현상을 조셉슨 효과라고 부르며, 두 초전도체 사이에 부도체가 낀 구조는 조셉슨 접합이라고 한다.
직류와 교류가 모두 있는 외부 전류를 흘려주면서 전위차의 평균(
만약 조셉슨 접합 Ν개를 직렬로 연결하고 같은 실험을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