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 최초로 무학과 단일학부 체제로 개교한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는 입학전형에도 파격적인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 정해진 질문이나 형식 없이 작성하는 자기소개서, 성적을 가린 블라인드 서류평가, 그룹토의 면접이 그것이다. 최지웅 입학처장(정보통신융합전공 교수)에게 DGIST만의 특별한 입학전형을 들었다.
양식 없이 자유롭게 적는 3000자 자기소개서
DGIST의 자기소개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통 양식을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3000자 이내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해 한 편의 이야기를 적으면 된다.
최 입학처장은 “이런 양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DGIST가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과 일맥상통한다”며 “주어진 질문에만 답을 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기주도적인 노력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정해진 질문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오히려 난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 입학처장은 “자신의 꿈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과정과,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DGIST 진학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적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기소개서는 정형화된 평가 기준도 없다. 하지만 선발 하고자 하는 학생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다. 도전적이며 창의적 호기심이 많은 학생, 자기 분야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열정을 가진 학생, 협력과 배려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4C(Creativity, Challenge, Collaboration, Care)형 인재를 선발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업 역량, 탐구 역량, 사회적 역량을 핵심 체크 포인트로 분류해 평가하고 있다.
최 입학처장은 “자기소개서도 이런 부분이 드러날 수 있게 적어야 한다”며 “자신의 성과를 나열하기 보다는 한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무었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나타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적 가리고 서류 평가, 학업역량은 면접으로 평가
DGIST는 다른 대학과 달리 서류평가 1단계에서 평가위원들이 내신 성적을 볼 수 없는 블라인드 평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내신 성적으로 인한 선입견이 평가의 잣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최 입학처장은 “내신 성적 없이 평가하면 자기소개서와 비교과 활동 부분을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된다”며 “이를 통해 학생의 성장 잠재력 유무를 먼저 확인하고 면접할 학생들을 선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성적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면접대상 학생 중 내신 성적이 뛰어난 학생은 학업역량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미래면접을, 나머지 학생들은 학업역량평가를 받는 브레인면접을 보기 때문이다. 미래면접과 브레인면접 비율은 매년 다르지만, 2018학년도를 기준으로 4대 6 정도다.
브레인면접의 일부로 시행되는 학업역량평가의 경우 수학은 필수이며, 과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중 학생이 지원할 때 선택한 1개 과목에 대한 문제를 풀게 하고 있다. 면접실로 들어가기 전에 제시된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따로 주어지며, 면접실로 들어간 뒤에는 3명의 면접관 앞에서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풀이 과정을 설명하면 된다.
최 입학처장은 “정답 여부보다는 풀이과정에서 개념의 이해, 창의적 문제 접근 방식 등 고교과정에서 기초 지식을 얼마나 정립했는지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풀이과정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는 힌트를 제시해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을 보기도 하는 등 학생의 역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미래면접과 브레인면접 모두 타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그룹토의가 포함돼 있다. 그룹토의는 협업 마인드와 의사소통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장치다. 그룹토의는 학생 5~6명을 한 그룹으로 묶어 제시된 주제에 대해 20여 분간 토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정시 면접도 미래면접과 동일하게 그룹토의와 개별면접으로 구성된다. 정시 면접의 다른 점은, 수능 성적만으로 모집인원의 3배수 정도를 선발해 면접을 보며, 면접에서는 성적을 고려하지 않고 통과자를 선별한다는 것이다. 면접을 통과한 학생은 수능 성적순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최 입학처장은 “그룹토의에서는 팀이 협업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의견을 독점해 자신만 부각시키려 하거나 자신의 주장만 관철시키려 할 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 만족도 높은 학부전담교수제
2018학년도 DGIST의 입학경쟁률는 13.34대 1로 타 대학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 이유로 최 입학처장은 차별화된 학부 중심의 교육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가장 눈에 띄는 교육시스템은 학부전담교수제다. 학부전담교수는 논문이나 특허 등 연구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온전히 학생들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고, 진로 및 생활에 대한 조언도 할 수 있다.
최 입학처장은 “교수 인원 대비 논문이나 특허 수로 학교를 평가하기 때문에 학부전담교수제가 학교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 제도는 학생들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이 제도가 무학과 단일학부 시스템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DGIST는 융복합 교육을 위해 2학년 때까지 기초 과학 및 공학 과목을 배우고, 3~4학년 때 전공 심화과목을 이수하게 한다. 1인 1악기 음악 수업, 태권도 수업도 교양 필수로 운영하고 있다.
최 입학처장은 “DGIST는 다른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융합교육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뇌과학을 연구하겠다는 학생이 상당한 프로그래밍 실력도 갖추는 식”이라며 “신물질, 정보통신, 로봇, 뇌·인지, 에너지, 뉴바이올로지 등 다양한 부문을 고루 배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입학처장은 “다양한 분야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융복합 인재만이 차세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다른 전공과 소통이 가능한 융합인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DGIST에 많이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