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젊음을 앞세운 벤처기업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자본으로 꾸려나가는 기업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벤처기업의 세계는 어떤 것이고, 어떤 사람이 벤처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빨리 변화하는 사회다. 소비자들의 선호나 취향도 급속하게 변하고 다양해진다. 그러면서 새롭게 분화된 분야가 생겨나고, 그것은 또한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한다.
벤처기업은 이런 변화를 기존의 회사들이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성공적으로 돌아가는 기존의 회사는 큰 조직과 큰 돈에 의해서 운영된다. 따라서 의사 결정이 느리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새로 생긴 분야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어렵다. 또 새 분야에 대한 실패 위험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다. 현상태로 가더라도 회사가 잘 운영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가들은 이러한 빈 자리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런 빈자리를 메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런 모험에 인생을 걸 만큼 용기가 있고 이에 필요한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되기에 충분하다. 거기에다가 벤처기업을 성공시킨다면 '스타'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벤처로 최고 부자 된 빌 게이츠
21세기는 벤처기업의 세계가 될 것이 확실하다. 80년대까지 미국을 추월할 것 같던 일본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벤처기업의 부진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벤처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넷스케이프 등이 없었다면 미국의 세계지배력은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라 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 중에 하나로 꼽히는 빌 게이츠도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울 때는 차고에서 소꿉장난 하는 호기심 많은 학생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서서히 '벤처 스타'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사회는 급속히 변하면서 다양화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변화를 읽고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뛰어들 사람을 원한다. 산업구조를 노동집약적인 방식에서 기술중심으로 바꾸어 경쟁력있는 구조로 만들어줄 사람을 원한다.
이런 사회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사람들을 기다리는 시대가 한국의 오늘이라 할 수 있다.
1996년 한국에 세워진 회사는 모두 1만6천2백14개로 하루 평균 45개의 회사가 창업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중 유통업이 24%로서 가장 많지만 컴퓨터, 통신 등 첨단기기 취급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1996년에는 1만3천개의 기업이 부도를 내 하루 평균 37개씩 실패했다는 통계도 있어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기업의 성공률이 20%인데 반해 기술에 바탕을 둔 벤처기업은 성공률이 70%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보고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벤처기업이 70%의 성공률을 보인다는 자료와도 일치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성공이란 창업 후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를 말한다. 크게 성공해 히트할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달아오르는 창업 열기로 많은 기관과 대학이 창업강좌를 열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협회가 주최한 창업강좌인 '창업로드쇼'에 참가한 이공계 대학생의 76%가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돈 없이 기술로 승부
벤처사업을 한다는 것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 모험심만 믿고 탤하는 길이다. 매우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사람만이 스스로 선택해 고난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즐기는 길이다. 벤처기업을 성공시킨 많은 스타들을 보면, 이 일이 얼마나 개인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빌 게이츠가 평범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했더라면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대학교수가 되었든지 대기업에 취직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메디슨'을 세운 이민화씨도 12년 전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화려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KAIST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핸디소프트'라는 회사를 세워 1996년에 일본에 1억5천만달러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안영경씨도 박사가 됐을 것이다.
그러면 벤처기업가들이 고통 후에 얻은 것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공익을 위한 성취감을 얻고, 어떤 사람은 돈을 얻고, 어떤 사람은 명예를 얻는다. 벤처기업가들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돈을 벌고 고용을 창출해 기업의 사회적인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80년대 초 한국 벤처기업 시작돼
산업혁명 이후 사업가들은 여러가지 형태로 사업자금을 조달해 왔다.
그 중에서도 벤처자본이란 이름의 사업자금이 이용된 것은 2차대전 이후의 일이다. 1946년 미국의 휘트니는 1천만달러의 자본금으로 투자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위험부담이 크지만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분야에 벤처자본(Venture Capital)이라고 불리는 많은 돈을 투자했다. 이 돈을 받아서 사업을 펼치는 회사들은 벤처기업(Venture Business)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DEC, HP,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시스코 등의 전설적인 성공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벤처기업의 신화는 만들어졌다. 결국 벤처 창업은 젊은이들의 꿈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역사는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전자기술연구소에 근무하던 이용태씨가 '삼보컴퓨터'를 세워 오늘날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같은 시기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있던 이범천씨와 그의 후배들은 '큐닉스컴퓨터'를 차려 현재 주요 컴퓨터기기 생산업체로 발전시켰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 벤처기업은 1990년대에 이르러 성공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미래산업, 메디슨, 두인전자, 건인, 한글과 컴퓨터, 팬택, 핸디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벤처기업 붐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다가 최근에는 정부에서 많은 지원책을 내 2005년에는 4만3천개의 성공하는 벤처기업을 만들어내겠다고 한다.
벤처기업의 특징은 사회 변화에 의해 새롭게 생겨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 다루지 않는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좁은 시장을 목표시장으로 해야 한다. 이것저것 넘보지 말고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한 분야만 선정해 노력을 집중시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생각만 있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기회는 다른 사람의 몫이 되고 만다.
그러면 어느 분야의 아이템을 선정해야 할까. 틈새시장이 있는 곳이면 분야를 가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술의 변화가 빠른 분야가 유리하다. 한편 일본에서는 94년부터 '21세기 성장분야' 8개를 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 8가지는 정보통신, 에너지, 주택, 환경, 유통무역, 생활문화, 안전성 사업 등인데, 우리에게도 참고가 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스타는 누구
창업은 파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의 특권이다. 이 정신은 경제학자 슘페터가 "기술혁신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서 가능하고, 이 기술혁신은 기업가정신이 원동력이다"라고 지적한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기존의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는 개성과 창의성의 시대다. 개성과 창의성은 '남과 다른 데서 출발'하는 나만의 세계로서 젊은이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즈음 '신세대'나 'X세대'의 대명사로 이런 단어가 튀고 있다. 신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되는 21세기는 오늘의 모습과 사뭇 다를 것이다. 평범을 거부하고 기존의 가치체계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이루는 세계, 이런 세계는 각자의 개성이 가장 존중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때는 전통적으로 선호되는 직업은 더 이상 선망이 되지 않는다. 큰 조직 속에 들어가 주어진 역할만 해야 하는 수동적인 삶보다 자기만의 세계에 도전해 자기만의 세계를 이룩한 사람이 스타가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보다 20-30년 앞선 미국 사회에서 미리 읽을 수 있다. 20년 전 기술 하나만 믿고 맨손으로 창업했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좁스가 최고의 스타가 됐다.
이를 보면 20년 후의 우리나라 모습은 저절로 보인다. 다만 누가 그 주인공이 되느냐만 아직 보이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