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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 잦은 한국인, 햄˙소시지 발암위험 더 높다”



가공육이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국제암연구소는 논문 800편을 분석해 “하루 평균 가공육 섭취량이 50g씩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 발병률이 18%씩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50g은 손가락 크기의 소시지 6~7개 분량이다. 붉은 고기는 하루 섭취량이 100g씩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 발병률이 17%씩 증가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참고로 식당에서 파는 돼지고기 1인분은 150~200g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기를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다 섭취량도 많지 않아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월 2일 “우리나라 국민의 가공육 하루 평균 섭취량은 6.0g, 붉은 고기 섭취량은 61.5g으로,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발암물질은 효과가 누적된다

하지만 발암 위험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다른 발암 요인과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음주나 흡연, 운동부족, 비만 등으로 이미 건강이 위험수위인 사람은 가공육을 조금만 많이 먹어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유럽에는 10개국 주민 34만7237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한 자료인 ‘유럽 영양 및 암 전망조사(EPIC)’가 있다. 미국과 유럽 11개국의 과학자 43명은 이를 이용해 대규모 역학조사를 했다. 그 결과 대장암 발병요인이 많이 겹칠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 ‘BMC의학(BMC Medicine)’ 2014년 10월 1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체중, 운동량, 흡연량, 알콜 섭취량, 음식 섭취량 다섯 항목을 각각 수치화해 ‘건강’과 ‘불건강’으로 나눴다. 불건강의 총 개수에 따라 대장암 발병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담배는 안 피우면 건강, 피우면 불건강이다. 음식은 기준이 복잡하다. 대장암과 관련 있는 8가지 음식의 섭취량을 종합한 결과로 건강과 불건강을 나눈다. 8가지 음식은 섬유질, 과일, 야채, 요구르트, 견과류, 마늘, 붉은 고기/가공육, 생선이다.

붉은 고기/가공육을 제외한 음식 7가지는 섭취량이 커질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많이 먹을수록 대장암에 적게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붉은 고기/가공육은 반대로 섭취량이 커지면 점수가 낮아진다. 몸에 좋은 음식을 안 먹으면 총점이 낮아져 붉은 고기/가공육을 조금만 먹어도 ‘불건강’에 해당할 수 있다. 연구 결과 불건강 항목이 하나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 발병은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평균 12%씩 증가했다. 불건강을 다른 말로 하면 발암요인이다. 연구팀은 다섯 가지 발암요인의 효과가 독립적이지 않고 ‘누적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한국인의 음주․흡연은 세계 상위권

한국인 상당수는 이미 발암요인을 두세 개씩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음주량과 흡연량은 모두 세계 상위권이다. WHO가 2014년에 발표한 ‘술과 건강에 대한 세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알코올 섭취량은 순도 100% 알코올로 환산했을 때 12.3L다. 세계평균인 6.2L의 두 배로, 조사대상 190개국 중 15위다.

담배도 많이 피운다. 미국 워싱턴대와 호주 멜버른대 공동 연구진은 세계 187개국을 대상으로 1980년에서 2012년까지 세계 흡연율을 조사해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2014년 1월 8일자에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흡연자 비율은 23.9%에 이른다. 세계 평균인 18.7%를 웃돈다. 하루 평균 흡연량은 25개비로, 세계 평균인 17.7개비보다 1.4배 많다.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 당 45명(남성 58.7명, 여성 33.3명)으로, 이미 세계 1위다. 임 교수는 “다른 발암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국 가공육 섭취를 줄이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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